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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의 ´바보 노무현´

  • 송고 2009.05.29 05:00 | 수정 2009.05.29 14:58
  • 박영국 기자 (24pyk@ebn.co.kr)

"생전에 고인께서는 개방과 소통이라는 인터넷의 정신을 몸소 실천해 인터넷 대통령으로 불리울 만큼 인터넷을 인터넷답게 만드셨습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얼마 전 발표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 성명의 일부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인터넷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지는 않다.

그의 재임 기간이 국내 인터넷 도입이나 본격적인 보급 시기와 딱히 일치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가 아니었더라도 대한민국이 인터넷 강국의 자리에 오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을 테니.

그가 대한민국 인터넷 산업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적지 않은 나이와 높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세상에 비교적 잘 적응했다는 점 뿐이다.

그렇다고 그가 인터넷 세상에서 그다지 잘 나갔던 것도 아니다. 그동안 인터넷 세상의 주민, ´네티즌´들이 그에 대해 맹목적으로 우호 성향을 보여 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건 착각이다.

지금 인터넷 세상에서 그의 서거를 애도하고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에 대해 사회의 주류와는 동떨어진 ´백수´, ´좌빨´, 혹은 ´초딩´이라고 폄하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정치인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

인터넷 도입 초기 네티즌은 다소 젊고 진보적인 이들이 대부분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과격 발언을 일삼으며 ´스타´로 등극한 우파 인사들도 상당수일 정도로 이념적, 세대적 범위가 넓어졌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가 어디서 나왔겠는가.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진보 성향의 서민 대통령´의 존재를 못마땅해 하는 일부 언론보다 오히려 네티즌들로부터 더 많은 욕을 먹었다.

더구나, 그다지 세련되지 못한 그의 어투는 네티즌들과 수많은 충돌을 불러왔다. 어쩌면 1대 수십만, 수백만이 될 수 있는 싸움도 그는 마다하지 않았다.

그 정도 자리에 있는 인물이라면 온라인 상에서 감히 자신을 비판하는 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을 갈아 치우고, 정부 정책에 반하는 의견을 올리는 자들을 잡아 족칠 만도 했건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답게 그는 바보스럽게도 ´리플의 달인´인 네티즌들에게 ´리플´로 맞섰다.

수많은 싸움 끝에 맺어진 ´애증´의 관계 때문일까, 누구처럼 ´꼼수´를 안 쓰고 정면 대결을 택했던 그의 순수함과 당당함이 그리워서일까. 그토록 그를 욕하던 네티즌들이 지금은 인터넷 세상을 온통 ´애도´의 색깔로 물들이고 있다.

퇴근 후 여가를 즐기기 위해 인터넷을 접속했건만 몇 군데 돌아다니다 보면 온통 그의 얼굴과 그에 대한 이야기뿐이니 마음이 짠하다. 적어도 2009년 5월 마지막 한 주만큼은 ´노무현´이 대한민국 대통령인 듯하다.

즐거워야 할 인터넷 서핑이 슬픔으로 마무리되니 유감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웃으며 인터넷을 들여다 볼 일은 많지 않을 것 같아 더욱 그렇다.

고인이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너무도 익숙해져 정들었을지도 모를 한 마디를, 오늘 시신마저 우리 곁을 떠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던지고 싶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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