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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지막 정기국회, 규제개혁 '먼 산'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9-09-16 15:34

▲ 강승혁 기자/금융증권부
최근 스타셰프의 원조격 제이미 올리버의 레스토랑이 파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요리로 대영제국 훈장을 받은 업계의 거물이자, 네이키드 셰프라는 쇼로 2000년대 초 이역만리 한국까지 팬층을 형성한 요리사였다. 직접 키운 허브를 음식에 뿌릴 때 러블리(사랑스럽다)를 연발하는 그의 독보적인 쇼맨십을 근래 누구와 비교할 수 있을까.

제이미 올리버는 브렉시트(Brexit) 이후 사람들이 외식을 줄였다고 주장했다. 근거 있는 말이다. 브렉시트발(發) 불확실성 증대로 파운드화 가치는 연일 고꾸라졌다. 수입물가가 오르니 식자재 수입비용도 커지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자명했다.

물론 제임스 클레버리 보수당 의장은 "제이미 레스토랑의 음식 퀄리티가 좋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치권력이 정치지형에 티끌만큼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불온한(?)' 말을 꾸짖는 모습은 우리나라 시민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경제 불확실성이 정치적 상황에 상당히 기인한다는 점도 양국이 데칼코마니를 한 것처럼 흡사하다. 최근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라 볼 수 있다. 일련의 일들이 옳고 그르냐를 이 지면에서 따지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사법개혁을 주창하며 대통령 권한대로 임명했으니 그 결과에 따라서 임명권자와 조국 법무부장관이 책임을 지면 된다.

이를 차치하고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왜 조국 정국으로 빠져들어야 하느냐는 질문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일정 조율을 위해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회동했지만 16일 오전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총력 투쟁, 장외 투쟁을 선포한 만큼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에 진통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정기국회에서 경제활성화 및 규제개혁을 위한 법안 처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올 상반기 벤처 투자액이 1조899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벤처투자촉진법'은 여전히 낮잠을 자고 있고,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이른바 '개망신법'으로 불리는 데이터경제 3법 논의도 난망하다.

이외에도 수많은 계류 법안들이 존재하고 예산안 심사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날림' 처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공방도 벌이면서 법안도 들여다 볼 시간적 여유가 당초 있었으면 '일하는 국회법'이라는 것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일 무역갈등과 미중 무역분쟁을 겪는 와중에 정치권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기는커녕 키우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 경제정책은 어떤가. 실물경제 지표는 뒷걸음질치고 있고 수출은 부진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각종 규제와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크게 하회하는 2.2%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는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자평하지만 고령층이 취업자 증가분의 다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악화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환경변화에 취약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다. 제이미 올리버야 레스토랑이 망해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성도 매입하고 주방용품 판매 등 개인사업도 벌일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자산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은 어쩌겠는가.

국세청이 밝힌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은 89.2%였다. 대안이 없어 가게를 유지하는 자영업자들은 인력은 최소화하고 빚을 내서 버티고 있다. 올 2분기 말 도소매·숙박업 대출금 잔액은 213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 넘게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국 정치권이 브렉시트를 국민 투표로 결정했을 당시 오아시스의 전 멤버 노엘 갤러거는 "알아서 잘 결정하라고 세금 내며 뽑아놨더니 이제 우리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고 비판해 공감을 산 바 있다.

정당이 효용성을 입증하는 방법은 본연의 역할인 입법활동이다. 우리나라 정당이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국민의 뜻 운운하며 정쟁만 일삼다가는 다수 국민이 "세금 내며 뽑아놨더니…"라는 말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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