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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 디지털통화 '고심'…암호화폐 업계 '주목'

중국 CBDC 발행 할 듯…"민간 암호화폐와 차원 달라"
영국 등 유럽, 현금 사용 비중 감소로 CBDC 발행 고민

이남석 기자 (leens0319@ebn.co.kr)

등록 : 2019-09-17 17:26

▲ ⓒ픽사베이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이하 CBDC) 발행을 검토하거나 연구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기존 지폐나 주화와 같은 실물 명목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 사용하기 위해 발행한 전자적 명목화폐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화폐라는 측면에서 암호화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의 CBDC 발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업계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17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이 오는 11월 11일 광군제에 맞추어 17조원 규모의 CBDC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CBDC 도입 방안 검토에 착수한 이래 디지털통화 연구소를 설립하고, 2017년 은행 직속 관련 기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CBDC 도입 추진은 미국의 달러 패권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페이스북 리브라보다 먼저 CBDC를 발행해 암호화폐 시장 내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중도 반영됐다는 게 업계이 진단이다.

CBDC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만큼 중앙 집중화된 지급결제시스템에 의존한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의 전자지갑과 계좌 등이 연계된 '계정형 '방식과 정부가 보증하는 전자적 토큰으로 거래 입증이 중앙은행이나 분산화된 대리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토큰형'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중국이 CBDC를 발행하면 시중은행은 인민은행 아래 CBDC 전용계좌를 개설하게 된다. 이후 시중은행은 CBDC 개인계좌를 개설한 고객에게 1위안당 토큰 1개씩을 판매할 수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서 발행한다. 공공거래장부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블록체인 특성상 금융거래를 추적할 수 있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철학과 반대되지만 중앙은행의 관리 아래 자금세탁과 금융 사기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계획 아래 CBDC를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각국의 중앙은행이 CBDC를 내놓는다면 서로의 블록체인을 잇는 크로스 체인을 만들어 각 통화별 CBDC를 연결한 합성 패권 통화를 발행해 달러화의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

중국이 CBDC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로는 페이스북 리브라의 영향도 크다는 진단이다. 리브라는 기존 안정 자산을 담보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데 가격 변동성은 최소화하고 화폐 가치는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각국의 은행 예금과 달러, 유로화, 엔화, 파운드 기반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다. 하지만 '위안화'는 리브라 통화 바스켓에 포함되지 않는다.

리브라가 세상에 나오면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지 시장 플랫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CBDC 발행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 내 위안화 사용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가 없다. 현재 전 세계 내 위안화 표시 결제 수준은 2%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0일 무장춘 인민은행 지불결제사 부사장이 중국 금융 40인 포럼에 참석해 "인민은행은 5년 전부터 디지털 화폐를 연구해왔고, 당장이라도 출시할 수 있는 단계"라며 CBDC 발행 의욕을 노골적으로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의 CBDC 발행 추진과는 별개로 한국은행이 한국형 CBDC를 발행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우리 정부도 CBDC와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연구하겠다고 문을 열어 놓고 있는 상태"라며 "미국에서 먼저 CBDC를 발행한다면 우리 정부도 뒤따르겠지만 중국의 CBDC 발행에는 큰 동기부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은 CBDC 발행을 놓고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7일 스위스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FRB가 디지털 자산과 CBDC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CBDC 발행을 검토한 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럽 중심으로 CBDC 실증 연구 활발

다른 나라 정부들도 현금 사용 비중의 감소와 마이너스 금리 등을 이유로 CBDC 발행을 고민하거나 고려 중에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는 정부 차원의 암호화폐 'e-크로나' 프로젝트를 적극 검토 중에 있다. 오는 2020년까지 기술적 검토와 테스트를 완료하고 2021년 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스웨덴의 2016년 현금 결제 비율은 15%로 2012년의 35% 수준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릭스방크는 e-크로나를 발행할 경우 소비자와 기업, 기관 간 소매 결제 영역에서 먼저 도입하고 이후 활용 범위는 제한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영란은행은(BOE)는 지난 2015년 디지털화폐 발행을 중요 연구과제로 선정하고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CBDC의 금융 안정성과 위험 요인을 다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범위에 따른 세 가지 CBDC 모델을 소개하는 등 활발한 연구 중에 있다.

마크 카이 영란은행 총재도 비록 CBDC가 빠른 시일 내 도입되지는 않겠지만, 이와 관련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CBDC 도입에 확고한 부정은 하지 않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연구논문에서 금본위제와 비슷한 비트코인 본위제를 고려한 바 있고, 핀란드 중앙은행은 논문을 통해 비트코인을 혁신적인 결제 시스템이라고 평가하면서 정부차원에서 디지털 화폐 발행을 고려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을 포함해 두바이, 캐나다, 스위스, 영국 등에서 모두 CBDC 발행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민간 기업이 발행한 암호화폐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향후 중앙은행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화폐가 나온다면 사용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테고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