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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GS, 앞다퉈 뛰어드는 '그린 파이낸싱'

저금리로 자금 조달·친환경 기업 이미지 제고…"일석이조"
LG화학, 전 세계 화학사 최초로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
SK이노, 美·中에서 8000억원 그린론 조달…민·관 최초
GS칼텍스, 1000억원 발행…오염물질 배출 저감 설비 투자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등록 : 2019-10-18 13:46

▲ LG화학 연구원들이 중대형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앞다퉈 그린 파이낸싱을 조달하고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다.

친환경 사업에만 국한해 발행되는 그린 파이낸싱은 배터리와 같은 신산업 추진 재원 확보와 기업 이미지 제고에 용이하다. 그린 파이낸싱은 업황 부진으로 투자 비용 우려가 커진 석유화학사들이 선호하는 하나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

18일 화학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그린 파이낸싱(Green Financing) 조달에 연달아 성공하며 배터리, 오염물질 배출량 저감 설비 투자 등 친환경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린본드(Green Bond), 그린론(Green Loan) 등 그린 파이낸싱은 원래 공기업이나 금융권에서 조달하던 친환경 사업목적의 투자금이다.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에너지 효율화와 같은 친환경 사업 프로젝트 및 인프라 사업 자금 조달 등 발행 목적이 '친환경 투자'인 것에만 한정된다.

민간기업에서는 그간 수요가 미미했다. 금융권의 '환경조항이나 사회정책에 호응하지 않는 기업에는 대출을 할 수 없다'는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 영향 때문이었다. 적도원칙이란 1000만 달러 이상의 개발 프로젝트가 환경 파괴를 일으키거나 해당지역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 자금을 대지 않겠다는 금융사들의 자발적 협약이다.

하지만 최근 석유화학 기업에서의 수요 증가가 뚜렷하다.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기업이 급증하면서다.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100억원이 필요하다면 석유화학사들은 그만큼을 그린 파이낸싱으로 조달할 수 있다.

그린 파이낸싱이 발행되면 석유화학사 입장에서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된다. 당초 예상보다 금리를 절감할 수 있을 뿐더러 친환경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업의 사업의 친환경성을 대외적으로 인정 받는 것이기도 해 추후 자금 조달 조건이 유리해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신호탄은 LG화학이 쐈다. 올해 4월 LG화학은 전 세계 화학기업 최초로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글로벌 그린본드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 및 유통되는 국제채권이다.

LG화학이 조달한 글로벌 그린본드 규모는 총 15억 6000억 달러(약 1조 7800억원)로 국내기업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금리는 각각 3.279%, 2.520%, 0.599%의 고정금리가 적용됐다.

LG화학은 이를 전기차 배터리 수주 물량 공급을 위한 투자 자금으로 사용한다. LG화학은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도 그린 파이낸싱 발행 대열에 올라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 미국과 중국에서 내년까지 미화 6억2000만 달러, 중국 5억 위안(RMB) 등 약 8000억원의 그린론 조달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그린론을 통한 투자는 민·관을 통틀어 이번이 최초다. 자금 확보는 내년 중 마무리된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중국, 폴란드에 LiBS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번 그린론 조달로 SK이노베이션은 한숨 돌리게 됐다.

9월에는 SK에너지가 3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그린본드로 모은 자금은 울산 사업장인 울산CLX 내에 건설 중인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구축에 사용된다. VRDS에서는 선박 연료에서 황 성분을 제거한 저유황유를 만든다. SK에너지는 내년 초까지 VRDS를 완공해 하루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10월에는 GS칼텍스가 발을 들였다. GS칼텍스는 환경 시설 투자 강화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한다. 오는 21일 그린본드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을 실시할 예정이다. 발행규모는 1000억원에서 시작해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증액될 수 있다.

그린본드로 마련한 자금은 여수 공장 환경 시설을 확충하는데 사용된다. 대기오염 물질 저감장치 설치 및 악취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오염물질 배출량 저감을 위한 설비 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화학업계 관계자는 "그린 파이낸싱 발행으로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석유화학의 고질적인 이미지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지금은 미래산업을 진행 중인 일부 회사를 중심으로 그린 파이낸싱 수요가 올라가고 있는데, 정통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서도 친환경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 증가는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