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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위기下] "너도 나도 투자"…무너진 진입 장벽이 화근

규제 완화에 전문 자산운용사 10개에서 169개로…투자 설정액도 두 배 늘어
은행·증권 복합점포 확대로 개인 투자자대상 상품 판매도 확대…2년새 22%↑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10-20 10:00

▲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에 이어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까지 터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연합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에 이어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까지 터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가 급성장했지만, 그만큼 투자자 보호 및 운용 부실에 대한 견제장치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모펀드 시장은 지난 2015년 11월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요건을 자기자본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고, 개인 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액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는 등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자격미달의 중소 운용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늘어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4년 말 10곳이던 전문 운용사는 지난해 말 169곳으로 늘어났고, 이 같은 자본시장법이 개정되기 직전인 2015년 10월 말 197조2655억원 수준이었던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기준으로 394조9579억원으로 불어났다. 법 개정 이후 두 배로 불어난 셈이다.

특히 법 개정 이후 사모펀드 투자자는 과거 금융투자 경험이 많은 고액자산가나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천억원대의 원금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도 전체 판매금액의 89.1%가 개인에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저금리 상황에 따라 금융업권이 사모펀드를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상품으로 홍보했던 것도 문제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사모펀드가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자 투자자가 몰린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만 해도 업계는 사모 헤지펀드와 부동산·채권 등을 '기대 수익률은 좀 낮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꼬박꼬박 안겨주는 투자처'라고 안내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이유로 소액 투자자들까지 끌어들이기도 했다.

▲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연합

판매 채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일반 투자자의 진입을 늘린 배경에 은행이 주 판매처로 자리 잡은 것이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은 수수료 수익에만 집중한 나머지 고위험 파생 상품들을 별다른 심사 없이 마구 판매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최근 2년 사이 은행·증권 복합점포 확대로 PB채널을 통한 개인 대상 사모 상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한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2017년 6월 9조1031억원에서 올해 6월 11조1537억원으로 22% 이상 증가했다. 증권사에서 개인에게 판매한 사모펀드 규모까지 합치면 전체 개인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26조8120억원으로 최근 2년 사이 55.9% 성장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본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주력해 온 금융당국도 자세를 고쳐잡고 사모펀드에 대한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1위의 부실 운용이 드러난 상황이라

당장 은성수 금융위원장만 해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던 평소 소신에 대해 변화를 시사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10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해외금리 연계 DLF 손실 사태를 비롯해 사모펀드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며 "평소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변화가 일었다"고 밝혔다.

그는 "밖에 있을 때는 자산운용이라는 걸 금융당국이 간섭하는 게 맞나 싶었기 때문에 당국자가 되면 (규제를) 자유롭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악재가 반복되고 있는 지금, 투자자 보호 측면을 (더 따져) 봐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된 사모펀드 관련 지적들을 살펴보고 제도에 허점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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