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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역행…가스공사의 카타르 LNG 딜레마

수입물량 1위인데 도입가 가장 비싸
LNG 직도입 발전사 경쟁우위 발생
도시가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책적 보완 필요, "계약에 더 신중해야" 지적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등록 : 2019-10-30 06:00

▲ 포스코에너지 광양LNG터미널.

카타르는 우리나라의 LNG(액화천연가스) 총 수입의 32%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수입국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수입물량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가 맺은 불리한 계약 때문에 가장 비싼 가격에 들여오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발전사들은 가스공사와 계약을 포기하고 직접 LNG 수입에 나설 의향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가스공사의 조단위 투자금이 도시가스용에 부담돼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무역협회 수입통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LNG 총 수입량 4402만톤 중 카타르 물량은 1425만톤으로 32.4%를 차지했다. 올해(1~9월)도 총 수입물량 2902만톤 중 898만톤(30.9%)이 카타르에서 수입됐다.

수입액으로 보면 카타르 비중은 더 커진다. 2018년 LNG 총 수입액 231.9억달러 중 카타르 수입액은 79.2억달러로 34.2%이며, 올해 총 수입액 151.6억달러 중 54.3억달러로 35.8%를 차지했다.

시장경제 원리에 따르면 구매량이 많으면 도입가는 내려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카타르 LNG는 이와 정반대다. 수입물량이 가장 많은데도 도입단가는 가장 비싸다.

올해 수입국별 LNG 도입단가(톤당)를 보면 오만 639.9달러, 카타르 604.9달러, 브루나이 503.6달러, 호주 501달러, 말레이시아 446.9달러, 미국 425.8달러로, 카타르는 가장 높은 편이다. 특히 오만이 우리나라의 3위 수입국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가장 많은 물량을 가장 비싸게 들여오고 있는 것이다.

카타르 물량은 대부분 가스공사가 수입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카타르와 2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2020년대 중반까지 연간 900만톤 가량을 들여오고 있다.

가스공사의 카타르 LNG 고가 계약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당시 글로벌 환경상 어쩔 수 없었다는 의견과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방만한 계약이라는 의견이다.

가스공사가 카타르와 첫 번째 계약을 맺은 1995년에는 유가가 10달러대에 불과했으나 3~4년후 20달러대로 뛰었다. 또한 두 번째 계약을 맺은 2006년에는 60달러대였으나 4~5년후에는 100달러까지 치솟았다. 당시 LNG 매매계약은 유가 연동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계약을 두고 산업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2015년 산업부 한 공무원은 "국내 천연가스 도입물량 중 카타르 비중이 36%나 된다. 이를 계산하면 카타르 한 국가에 매해 10조원, 카타르 국민 1인당 600만원의 수익을 안겨다 주는 엄청난 수치"라며 "향후 카타르와 거래계약 시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전부터 카타르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LNG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스공사와 계약을 포기하고 직접 LNG를 수입하겠다는 직도입사들이 크게 늘고 있다.

현재 SK E&S, 파주에너지서비스, 위례에너지서비스, GS EPS, GS파워, GS칼텍스, 포스코, 중부발전, 에쓰오일이 LNG를 직접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이 발전사들인데, 이들의 LNG 도입가격이 가스공사 판매가격보다 저렴하다 보니 이를 통해 발전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력거래소 및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LNG를 직도입한 SK그룹과 GS그룹 발전사의 발전원가가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은 발전사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신평은 "LNG 직도입 발전기들은 LNG 발전기 중 급전순위의 최상위권에 모두 포진해 있다. 반면 현재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도입하고 있는 발전사들의 경우, 최신 설비를 바탕으로 우수한 연료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는 발전기조차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2014년 이후 발전시장 내 초과 공급 환경이 지속되고 가동률이 하락함에 따라 LNG 도입가격은 실적 차별화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변화하는 LNG 시장과 국내 발전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선제적으로 직도입을 추진한 발전사들은 우수한 성과를 시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발전사들이 LNG를 직접 수입하겠다며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1월 실시된 제13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수립과 관련한 직수입 의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에는 직도입사가 17개사로 확대돼 전체 수입물량의 27%를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가스공사의 판매물량 중 45%에 달하는 발전물량이 빠져나가면 연간 조단위에 이르는 가스공사의 투자금은 도시가스용으로 부담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도시가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직도입 물량은 2016년 215만톤(6.3% 비중)에서 2018년 614만톤(13.9% 비중)으로 높아졌으며, 2025년에는 1000만톤(31.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2018년 1조2472원을 투자했으며, 올해 1조6689억원, 2020년 9122억원, 2021년 1조2082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 정권의 수소경제 로드맺에 따라 2030년까지 수소 인프라 구축에 총 4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고객사 이탈을 막기 위해 개별요금제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개별요금제는 현재의 평균요금제와 달리 신규 계약자에게 신규 물량의 단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객사는 가스공사와 계약을 유지하면서도 LNG 직도입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스공사는 2022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개별요금제만으로는 고객사 이탈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사로서는 직도입에 나서더라도 만약 직도입 단가가 올라간다면 이를 포기하고 다시 가스공사와 계약을 하는 옵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기한테 유리한 방식을 고를 수 있는 체리피킹 권한이 고객사에 주어지는 것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는 국내 천연가스 수급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으로서, 당시로선 카타르 물량을 고가에 들여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지만, 이로 인해 오늘날 고객사가 이탈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도시가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보완과 함께 가스공사의 보다 신중한 계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