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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단비"…정유업계, IMO 규제 '준비 완료'

내년 1월1일부터 선박연료유 황함량 의무 감축
고유황유 대비 가격차 톤당 130달러 '양호'
정유4사 추가 고도화로 공급준비 마쳐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등록 : 2019-10-31 14:10

▲ 에쓰오일 울산 RUC&ODC; 프로젝트 설비.

선박연료유의 황함량을 의무적으로 대폭 줄여야 하는 IMO2020 제도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글로벌 정유업계의 준비가 더딘 상황 속에서 국내 정유사들은 이미 공급 준비를 마치고 있어 시황 악화 속에 단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1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선유연료유의 황함량을 의무적으로 줄이는 IMO2020이 시행된다.

항로·교통규칙·항만시설의 국제적 통일을 위한 모임인 국제해사기구(IMO)는 지구적인 이산화탄소 저감 운동에 따라 2020년부터 선박연료유의 황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줄이는 정책을 시행키로 의결했다. 세계 각국이 이를 법제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선박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물게 함에 따라 선박들이 제도를 지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선박들이 황함량을 낮추려면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다. ▲기존의 고유황연료유를 쓰면서 탈황장치인 스크러버를 부착하는 것 ▲황함량이 기준에 맞게 만들어진 저유황연료유를 사용하는 것 ▲황을 비롯해 배출가스가 훨씬 적은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3가지 방법 가운데 저유황연료유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석유업계에 따르면 스크러버 설치에는 적게는 200만달러에서 많게는 1000만달러가 소요된다. 또한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하고 비용도 계속 들어간다. LNG 추진선은 환경적으로는 가장 나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개조를 하려면 적게는 300만달러에서 많게는 3000만달러가 소요된다. 이에 비해 저유황연료유는 설비개조 없이도 그저 연료만 바꾸면 규정을 만족시킬 수 있다.

현재 선박연료유 소비량은 하루당 350만배럴로, 글로벌 석유 소비의 3.5%에 불과하다. 이 물량이 전부 저유황연료유로 바뀌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양적으론 정유업계에 큰 이득을 주진 못한다. 하지만 마진이 크다는 점이 정유업계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

석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유황연료유(LSFO)와 고유황연료유(HSFO)간의 가격 차가 올해 초에는 톤당 60달러에서 최근에는 130달러까지 벌어졌다. 저유황연료유 수요가 본격화되면 가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업계는 IMO2020에 대한 준비를 거의 마친 반면, 글로벌 정유업계는 아직 준비가 덜돼 한동안 국내업계가 고마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10월 일산 4만배럴 규모의 VRDS(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 신설 계획을 발표하고, SK에너지를 통해 약 1조원을 투자해, 2020년 2월까지 VRDS 신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VRDS는 감압 잔사유(VR)에 수소를 첨가해 탈황 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또는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SK이노베이션은 감압 잔사유를 저유황 연료유로 전환해 판매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는 기존 공장 연료로 사용하던 저유황유를 LNG로 대체하고, 저유황유를 판매함으로써 IMO 황함량 규제에 따른 저유황유 수요증가에 대응해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GS칼텍스는 고유황 중질유를 휘발유, 경유 등 경질유로 전환할 수 있는 일산 27만4000배럴의 고도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는 국내 정유사 중 최대 규모의 고도화 설비다.

에쓰오일은 5조원을 투자해 지난해 11월 상업가동한 복합석유화학시설 RUC&ODC 프로젝트(잔사유 고도화시설과 올레핀 하류시설)를 통해 저유황유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중질유수첨탈황 공정개선(RHDS Revamping)을 통해 고유황 벙커C의 처리 능력을 늘리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4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9월 SDA(아스팔텐 제거공정, Solvent De-Asphalting) 설비를 완공했다. 이를 통해 휘발유, 경유, 항공유, 저유황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늘어났다. 일일 정제능력은 56만배럴(현대케미칼 일산 13만배럴 포함)에서 65만 배럴로, 고도화설비 용량은 하루 16만5000배럴에서 21만1000배럴(고도화율 40.6%)까지 늘어났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여러 나라가 IMO2020 시행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 준비가 늦은 곳이 많다"며 "하지만 국내 정유업계는 일찌감치 준비를 마치면서 그에 따른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석유제품 및 화학제품의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업계의 실적이 크게 하락한 가운데, IMO2020으로 새로운 제품군이 생겨남에 따라 정유업계에 어느 정도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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