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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DLF 조사결과 공개 못해"…피해자는 '부글부글'

국감 앞두고 이례적 중간발표 나섰던 금감원 "추가발표 계획 없다"
"금감원만 믿었는데… "피해자들, 소비자단체 중심 대책마련 나서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11-06 09:00

▲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을 방문한 DLF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EBN

DLF사태와 관련해 하나은행 및 우리은행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금감원이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모인 피해자들은 조사결과를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해당 은행들이 제출한 자료 중 영업기밀 관련 내용의 공개에 대한 부담과 함께 민사소송에서 은행권을 변호하는 법무법인이 영업방해로 항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공개불가'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DLF사태로 본 설계-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 문제 토론회'에 참석한 정우현 금융감독원 일반은행감독국 부국장은 "DLF사태에 대한 조사가 지난주 완료됐으나 검사결과에 대해 말씀드리기 곤란한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정 부국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DLF사태 조사결과에 대해 향후 공개할 계획은 없다"며 "해당 은행들의 제재수위를 밝히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에 대한 공개가 이뤄질 수는 있으나 전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1일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를 통해 하나·우리은행이 해당 상품 판매에 설명의무나 투자자성향 파악 의무를 위반하는 등 불완전영업 행태가 있었고 두 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상품(DLF·DLS)은 약 20% 이상이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로 조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특정 금융사고를 조사하면서 금감원이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이례적이었으나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직전에 금감원이 미리 입장을 밝힘으로써 부담을 줄이려 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우현 부국장과 마찬가지로 금감원 측은 DLF사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달 초에 중간 검사결과를 통해 자세히 설명했으므로 추가적인 결과발표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DLF사태를 계기로 제도개선방안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도개선방안과 함께 조사결과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던 피해자들은 말도 안되는 행태라며 조사결과를 조속히 발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병욱의원실과 공동으로 토론회를 주최한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설득해보고 있으나 금감원이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으며 김병욱의원실 관계자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겠다는 이유에 대해 금감원 측에 직접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DLS/DLF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금감원의 방침에 강도 높게 반발했다.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금감원의 조사결과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피해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금감원이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감사 이후 DLF사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으로부터 배신당하고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리게 된 피해자들은 금감원만을 믿고 기다려왔다"며 "이제는 금융회사들을 감독하는 기관이라는 금감원마저도 믿을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피해자들의 주장과 달리 금감원은 결국 DLF사태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처럼 압수수색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닌데다 민사소송도 진행되는 상황에서 민감한 내용이 담긴 조사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DLF사태는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키코사태와 희생양만 바꿨을 뿐 은행권이 하는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에게 자료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입장이고 은행들은 감독당국의 눈에서 벗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료협조에 응해왔다. 제출한 자료 중에는 영업전략을 비롯해 다른 은행이나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지 못하는 대외비 관련 내용도 상당수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금감원이 이를 그대로 공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조 위원장의 분석이다.

피해자 중 일부가 DLF사태와 관련해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도 금감원이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은행들은 대형 법무법인인 김앤장을 앞세워 소송에 임하고 있는데 금감원이 조사결과를 발표할 경우 김앤장 측은 업무방해 혐의로 금감원을 고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금감원이 조사결과를 공개한다면 은행들은 이를 전례로 앞세워 향후 다른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자료협조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며 "키코사태 당시 민사소송에 나섰던 법무법인도 김앤장인데 금감원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업무방해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그때 소송을 맡았던 김앤장 변호사들이 지금 DLF사태에 투입돼 변호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금융소비자원, 금융정의연대 등을 중심으로 금감원을 압박해 조사결과 발표를 이끌어낸다는 방침 아래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사결과 발표 여부는 금감원이 결정하는 사안인데다 조사대상인 은행들과 이들의 변호에 나선 김앤장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어 피해자들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