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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라이프, 행정소송 포기한 속내는

금융당국, 오렌지라이프에 기초서류 위반 이유 19억 과징금 부과
행정소송 패소 경험했던 오렌지라이프, 금감원과 갈등 우려했나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9-11-18 16:05

▲ 금융당국 제재에 불복한 오렌지라이프가 소송을 포기한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은 오렌지가 위반한 '기초서류 신고위반' 보험업 신고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이 양정한 19억 과징금 부과 안건을 지난 8월 원안대로 통과시켰다.ⓒEBN

금융당국 제재에 불복한 오렌지라이프가 소송을 포기한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은 오렌지가 위반한 '기초서류 신고위반' 보험업 신고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이 양정한 19억 과징금 부과 안건을 지난 8월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오렌지라이프는 보험사 자기결정권인 '손해율 방어시스템(언더라이팅)'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렌지라이프는 금감원 대상 행정소송 등을 검토했지만 금융그룹 편입 등의 이슈 속에서 숨을 죽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월1일 신한금융그룹 자회사로 편입된 오렌지라이프에는 신한의 또 다른 보험 자회사 신한생명과의 합병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설치된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1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28일 정례회의에서 오렌지라이프에 대한 19억1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금감원 부문검사에서 오렌지라이프에서는 라이프케어CI종신보험 내 당뇨 특약에 대한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금감원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판매한 라이프케어CI종신보험 내 당뇨 특약에 대한 고지의무에서 질의서를 추가로 반영한 것을 문제 삼았다. 특히 오렌지가 별도로 만든 확인서에는 당화혈색소 수치 등 유병 여부를 분별하는 질의가 담겨 있었다.

보험 계약 가입 전 계약자(혹은 피보험자)는 보험사에 고지·통지의무를 다해야 한다. 현재 보유한 병증을 비롯해 과거병력·직업 등에 대해 사실 그대로를 보험사에 알려야하는 의무를 말한다.

금감원은 기초서류로 신고하지 않은 '추가 확인서'가 기초서류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기초서류는 사업방법서, 보험약관, 보험료와 책임준비금의 산출방법서 등을 종합한다.

금융당국은 '신고주의'에 근거해 기초서류에 보험계약의 핵심 사안을 모두 담고 있는 만큼 오렌지라이프의 추가적인 질의서와 이를 통한 가입거절과 보험금 미지급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상품의 통계는 기초서류에 근간했는데, 추가적인 확인 및 질의를 통해 가입자를 걸러내는 것은 '기초서류 신고' 정신에 위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렌지라이프의 입장은 다르다. 언더라이팅은 보험사 고유권한이며 최후의 보루란 얘기다. 오렌지라이프는 "추가 질의서를 통한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심사)은 보험사의 손해율 관리와 생존을 위한 고유권한"이라며 "보험사는 발병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선별해 인수 거절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또 과징금 산출 기반이 되는 보험료도 해당 특약에 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이 사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계약과 관련된 보험금 청구 80건에 대해 모두 보험금이 지급됐고 비건강자 1명만이 가입 거절된 케이스"라며 "금감원은 추가질의서가 신고한 기초서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초서류 위반으로 판단해 고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보험사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17년 보험사 기초서류 관련 의무위반에 대한 과징금 규모를 평균 4배 가량 인상한 바 있다.

보험법에 정통한 금감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보험사 고유권한으로 불리는 '언더라이팅' 범주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란 질문과 법치주의와 행정지도 사이에서 왔다 갔다하는 금감원의 기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 입장에선 이같은 제재가 합당한 지 법원 판단을 받아 볼 기회가 있었다. 법리를 다퉈볼 만하다고 판단되면 오렌지라이프는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오렌지라이프의 입장에서는 신한 계열사로 편입된 직후여서 지주사의 상황 등 전반적인 고려가 필요한 처지였다는 점이 부각됐다.

신한지주는 올해 1분기부터 지주 내에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에 대한 공동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실무진이 교류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각사의 현황 파악에 나선 상태다. 새로 편입된 자회사 오렌지라이프는 나머지 20개 계열사와 함께 신한지주가 배포한 내부통제규정과 컴플라이언스 매뉴얼을 준수하면서 지주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오렌지라이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 경영진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제재가 합당한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계획을 가졌지만 금감원과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렌지라이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결정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오렌지라이프는 금융당국에 대해 행정소송한 경험이 있는 보험사다. 자기 경영결정권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경영 독립성을 강조해왔다. 5년전 미지급 자살보험금 사태 때도 오렌지는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선바 있다.

오렌지라이프의 전신은 ING생명이다. 당시 ING생명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에서 기관주의 및 과징금 4900만원 등을 부과 받고 560억원의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통보받았다. 당시 이에 불복한 ING생명은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이어 이듬해 항소를 포기하고 총 837억원의 자살보험금을 지급키로 결국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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