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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판매금지 초강수에 은행권 '속앓이'…해법찾기 고민

고위험 상품만 금지한다지만…대부분의 사모펀드 금지되면 비이자수익 확대 '빨간불'
이달 말까지 금융당국과 협상 통해 대안 모색…소비자보호·사모펀드 순기능 강화해야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11-19 11:08

▲ 지난 14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개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금융위원회

DLF사태를 계기로 복잡하고 손실리스크 높은 사모펀드에 대한 은행권의 판매를 금지하면서 비이자수익 확대가 절실한 은행권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KPI 전면개편 등 자체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소비자보호는 강화하되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은 살릴 수 있는 묘안 찾기에 나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캠코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에서 열린 '성공적 기업회생 지원을 위한 MOU 체결 및 현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이 사모펀드를 아예 취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앞선 지난 14일 금융위원회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통해 상품구조가 복잡해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손실가능성이 20~30%에 달하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은행권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개선방안에 따라 은행들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구조화상품, 신용연계증권, 주식연계상품, 수익구조가 시장변수에 연계된 상품, 기타 파생형 상품(CDS) 등에 대한 판매가 금지된다.

은 위원장은 "이번 개선안이 모든 사모펀드에 대한 은행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며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직접 실무자들에게 설명하는 기회를 가지겠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중에도 부동산 등 실물이 들어가는 상품에 대한 규제는 없으며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인 상품들의 판매를 규제하는 것이라는 게 은 위원장의 설명이다.

은행업계는 금융당국의 이번 개선안에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개선안 발표 다음날인 지난 15일 열린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간담회'에 참석해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은행의 고위험 신탁판매를 규제하는 것은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의 불완전판매 문제를 전체 은행권의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한으로 확대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해 금융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적이다.

DLF사태를 계기로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전면개편 등 소비자보호 강화에 나선 은행들은 금융위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금지와 관련해 이달 말까지 개선안 조율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투자상품 리콜제(책임판매제도) 도입,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후 외부전문가 리뷰 실시, 완전판매 프로세스 준수를 위한 통합전산시스템 개발, 딥러닝 AI기술을 활용한 필체인식 시스템 도입, 상품도입절차에 리스크관리 강화 등 5개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기존 24개에 달하던 KPI 평가지표를 10개로 대폭 축소한 우리은행은 고객지표 배점을 확대해 고객중심 영업문화 정착을 유도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익성 지표부분에서는 별도 운영했던 비이자이익 지표를 폐지해 조정 RAR(위험조정이익)로 단일화했다.

이들 은행의 KPI 개편은 수익성에 치중한 나머지 소비자보호에 소홀했고 상품판매 과정에서 은행 직원이 상품가입서류에 고객 대신 서명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운용에 제한이 없으며 투자설명서 교부 및 설명 의무, 외부감사, 동일종목에 신탁재산의 10% 이상 투자를 금지하는 '10% 룰' 등의 규제가 없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자산운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저금리기조 장기화에 따른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소비자는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금융투자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보다 사모펀드에 더 많은 자금이 쏠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사모펀드인 만큼 투자자의 책임도 공모펀드보다 강조되고 있으므로 투자자는 높은 수익만큼 손실리스크도 감수한다는 전제조건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사모펀드인 DLF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정황이 잇따라 발견되고 사후관리에 부실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은행업계의 이미지도 손상을 입게 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브리핑에 직접 나서 "내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줄 거라 믿었던 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이러한 불신이 시장 불안으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을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밝힌 것도 소비자의 신뢰 없이 금융업계의 존속이 힘들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이 부동산 등 실물이 들어가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는 없고 손실 가능성이 20~30%에 달하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해서만 은행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해명했지만 이달 말까지 예정된 의견수렴 과정이 마무리되면 다음달부터 대부분의 사모펀드에 대한 은행의 판매는 금지된다.

문제가 발생한 상품에 대한 판매금지라는 초강수를 던진 금융당국과의 협상에서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고민하는 은행업계가 제시하는 대안에 따라 향후 시장판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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