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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익 딜레마上]수요 부응해 성장…상품 다변화 '과제'

ELT·ETN 원금손실 가능성 등 소비자보호 측면 부각
초저금리에 파생결합상품 확산 지속·시장 선택 필요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등록 : 2019-12-08 10:00

▲ ⓒ픽사베이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고, 은행보다는 이율이 높다는 점이 강조된 게 이른바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이다. 주가연계신탁(ELT)과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은 은행권에서 주력한 대표적인 중수익 투자상품이다.

이 상품들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창구에서 사라질 상황에 처했다. 중수익 상품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ELT와 ETN의 은행 판매금지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외 금리연계 파생증권(DLF) 사태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이슈를 극대화시킨 탓이다. DLF 사태는 중수익 상품이 고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위험을 헤지(hedge)하고 수익을 내는 형태로 설계된 상품이지만 외부변동에 따라서 투자 원금의 상당부분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다.

중수익 투자상품을 강조해 은행에서 판매된 ELT와 ETN도 원금손실 가능성과 같은 소비자보호 측면이 주목됐다. 금융당국은 원금 손실 위험이 20~30% 이상에 해당하는 고위험 상품의 은행판매 금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은행이 특정금전신탁의 대표 상품으로 수년간 집중해서 팔아 온 ELT의 판매금지 수순이 진행 중이다.

ETN는 이 같은 시점에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졌다.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양매도 ETN이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불완전판매 결론이 났다. KEB하나은행은 기관경고를 받았다. ETN 시장의 위축이 예상됐다. ETN은 은행 주도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졌던 상품이다. 금융위의 DLF 대책에서 ETN도 은행 판매가 금지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파생결합상품이 특성상 불완전판매 개연성이 높다는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은행들이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파생결합상품을 권유하는 행태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일각에서는 위험중립형인 고객들에게 ELF 가입을 권한다든가 이 상품이 손실이 난 적이 없어서 사실상 원금보장이 된다는 식의 설명으로 고객들을 유치했다.

파생결합상품은 기본적으로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의 가격 흐름의 변동에 따라 손실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은행들은 손실 가능성을 고객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은행에서 가입을 했다고 해도 투자상품은 예금자 보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파생상품 판매에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고객들은 직원들의 펀드 권유를 예금과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면서 "이 돈의 운영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 (은행을 통해서)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이 이를 자발적으로 명확히 하지 않으니 당국에서 위험성이 잠재돼 있는 파생상품 판매의 금지를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금융소비자들의 중수익상품 수요가 앞으로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자본소득자의 안락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과 저금리 시대의 결과물이다. 은행 정기예금을 통한 이자 수익은 1%대에 불과하다.

은행이자 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수익을 얻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중수익 투자상품에 눈을 돌리는 것은 하나의 추세다. 일본과 같은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국가에서 20여년 전에 불었던 바람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년새 확대 중이다.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고 있는 은행들이 중수익 투자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시장 수요에 부응했다.

금융위 자료를 보면 2015년 24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은행의 DLT·ELT 누적 판매규모는 2018년 40조7000억원 규모로 3년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2조원 이상 판매되면서 누적 잔액은 42조8000억원에 달했다. 증권사를 찾아가야만 가능했던 파생상품 관련 투자가 은행에서도 가능해졌다.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커진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초저금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파생상품과 결합한 상품을 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은행 창구에서 가입하는 상품 중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이 제시된 상품은 상당부분 파생결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필요에 따라서 은행의 파생상품 판매 증가가 이뤄졌다는 시각이 담겼다. 판매금지라는 조치에 앞서 중수익 상품의 다변화를 통한 시장의 선택이 먼저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금융권의 다양한 상품개발에 파생상품 적격투자자 요건 강화 등 금융당국의 노력을 더해지면 '중수익 상품의 고위험'이라는 딜레마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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