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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보험사 방치한 금융지주, 푸르덴셜생명은 다를까

그간 금융지주 보험사, 은행 '낙하산' 임원 일자리 제공처 전락
푸르덴셜생명 인수 추진 금융지주 계기로 보험업 재조명 기대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9-12-12 16:18

▲ '오렌지라이프 인수 효과'를 노리는 신한금융지주와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금융지주를 계기로 계열보험사에 진정한 생명력을 불어넣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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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산하 계열 보험사는 은행 임원 일자리 제공용이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의 자조섞인 신세한탄이다. 지금까지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는 은행 출신 임원이 말년 임기를 보장 받는 용도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오렌지라이프 인수 효과'를 노리는 신한금융지주와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금융지주를 계기로 계열보험사에 진정한 생명력을 불어넣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보험업계와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검토에 착수했다. KB금융의 경우 내부에 태스크포스팀(TF)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지주 만큼이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관심도 크다.

푸르덴셜생명이 매년 견실한 이익을 내는데다 리파이낸싱후 푸르덴셜생명을 금융지주로 매각해 얻는 차익도 노릴 수 있어서다.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 매각으로 20% 중후반대 연환산수익률(IRR)을 거둬 보험사에 투자한 PEF 성공 엑시트(투자회수)사례로 남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들은 직접 인수와 함께 이같은 PEF와 협력전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를 매각할 당시 인수 주체이자 거래 대상인 신한지주에 '향후 1-2년간 (오렌지라이프와 같은) 동종 생보업을 영위하지 않는다'고 계약했기 때문에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권의 관심은 일단 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다. 여느 보험사와는 달리 푸르덴셜생명은 1989년 국내 처음 진출한 미국계 보험사로 30년간 투철한 보험 철학으로 무장한 라이프플래너(LP) 중심의 종신보험 전략으로 보장성 중심의 보험사 가치를 쌓는데 주력해왔다.

특히 1991년부터 종신보험을 선도적으로 판매해온 푸르덴셜 라이프플래너는 고객 한사람 한사람의 사정에 맞게 설계하며 보장성 보험 가치 수호자로 지금까지 자리매김해왔다.

이 때문에 푸르덴셜 라이프플래너는 경쟁사의 스카우트 대상 1호로 꼽힐만큼 보험의 가치를 깊숙히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울러 푸르덴셜생명은 보험업계 최고의 IT시스템 구현에 중점을 둬 90년대 초반 당시 모든 라이프플래너(LP)가 PDA 등 첨단 IT 단말기를 통해 효율적으로 계약을 관리하는 데 힘썼다.

이런 푸르덴셜생명이 금융지주의 철저한 지주 중앙집권 시스템과 지주회장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 속에서 자체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험업계의 의구심은 상당하다. 올 초 신한금융지주로 편입된 오렌지라이프도 현재 지주 영향권에서 신한 매뉴얼과 DNA 및 시스템을 이식 받으며 신한化(화)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수 문화와 상명하복 중심의 신한과 개별 경력 중심의 오렌지라이프 직원문화가 천양지차"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융지주가 계열 보험사를 은행 출신 임원에 맡기는 선에서 경영해온 점도 경쟁력 강화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대형 손보사 LIG손해보험은 KB금융으로 인수되면서 KB국민은행과 지주 출신 임원들이 요직을 꿰찼다.

하나금융지주 계열보험사 하나생명, KB금융지주의 KB생명, 산업은행의 KDB생명 등은 관계사 은행 창구를 통해 보험을 파는 방카슈랑스 전용 보험사로 기능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도 농협금융지주가 중심이 된 혁신 컨설팅을 받아왔지만 속도감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관련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보니 농협금융지주는 의사결정 속도가 빠른 NH투자증권이 중심이 된 기능별 매트릭스 체제를 올해 초 구축했다. 인력 구조가 우수한 NH투자증권이 경영 방향성을 주도하고, 자본력이 탄탄한 농협은행과 보험이 뒷받침하는 구조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열 금융사 수평적 관계가 제도 취지였던 금융지주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은행 중심의 거버넌스로 작동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계열 보험사, 증권사가 지주에 의해 제한된 경영을 답습하는 구조로 변질됐는데 저금리 기조 속에서 생존을 위해 서라도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강화된다면 금융지주가 성장 중심의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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