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수출·민간소비 부진 속 정부소비 증가에 겨우 2% 성장
실질 국내총소득(GDI) 처음으로 '마이너스' 21년 만에 최저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연 2.0% 성장률을 기록했다. 정부소비가 떠받친 결과 2%대 성장을 지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0.8% 성장한 이후 10년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국민들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소득지표인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GDP 속보치는 전기 대비 2.0% 성장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0.8%)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2% 성장해 예상을 웃돌았다.
실질 GDI는 1997년(-7.0%)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0.4%)로 떨어졌다.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하면서 실질 GDP 성장률을 밑돌았다. GDI는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2.0% 성장률을 사수한 것은 정부소비가 최대치로 증가하면서다. 정부소비는 물건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6.5%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09년 6.7% 증가한 이후 10년만에 최대다.
민간부문은 부진했다. 민간소비와 수출 증가세는 각각 1.9%, 1.5%로 전년 2.8%, 3.5%보다 둔화했다.
한은은 "지난해 정부소비 증가세가 확대됐으나 민간소비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건설과 설비투자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1.5%로 2015년 0.2% 이후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입 역시 -0.6%로 2009년 -7.2% 이후 10년만에 제일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설비투자는 -8.1%로 2009년 -8.1% 이후 가장 낮았다. 건설투자는 -3.3%로 2018년 -4.3%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마이너스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4분기 성장률(전분기대비) 1.2%를 떼어 놓고 보면 정부가 세금을 풀어 성장을 주도했다는 게 더 두드러진다. 원래 한은 안팎에선 4분기 성장률을 최대 0.9% 정도로 예상했지만 정부가 나서 소비를 늘리며 깜짝 성적을 거뒀다.
4분기 정부 소비는 2.6%로, 1분기(0.4%)·2분기(2.2%)·3분기(1.4%)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정부의 복지비와 물건비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려 건설투자 역시 3분기 -6.0%에서 4분기 6.3%로 대폭 뛰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는 전년대비 0.4% 감소했다. 1998년(-7.0%)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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