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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파생상품 사태, 은행권 금융상품 재점검(?)

최근 몇년간 해외에서 유입된 금융상품 급증 "안전장치만 믿었다간 낭패"
현지 기초자산 검증 강화하고 상품심사 강화…10개 중 1개 통과도 어려워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20-01-28 15:03

▲ ⓒ각사

DLF사태에 이어 라임사태까지 발생하며 금융상품 안정성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최근 2~3년간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며 해외에서 들어온 상품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진행됐던 프로젝트들의 점검에 나서는 한편 새로운 상품에 대해 높아진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수익보다 고객보호를 우선하겠다는 방침이다.

28일 알펜루트자산운용은 급매·저가매각으로 인한 수익률저하 방지를 위해 일정시간 환매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알펜루트 비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 '알펜루트 공모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호'의 환매가 연기되며 다른 개방형 펀드도 시장상황에 따라 환매연기 여부가 결정된다.

알펜루트는 라임자산운용과 달리 허용된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구조의 펀드를 일부 보유하고 있을 뿐 '모자형 펀드' 구조를 취하고 있지 않으며 지난해 10월 이후 모든 자산리스트와 세부내역을 공개해 투명한 운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알펜루트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단순차입 용도 외에 부당하게 TRS(총수익스와프)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운용에 있어 불법적인 일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환매연기 결정은 최근 운용하는 개방형 펀드 자산 대비 10% 이상의 대규모 환매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알펜루트는 2월말까지 환매연기 가능 편드 규모를 최대 1817억원(26개 펀드)으로 추정하고 있다.

DLF사태에 이어 라임사태까지 터지면서 증권사들은 TRS계약 해지를 통한 자금회수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건전한 자산운용에도 불구하고 환매연기 결정을 내리게 되는 자산운용사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최근 몇년간 사모펀드가 급속한 증가세를 지속한데다 해외에서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며 국내로 유입된 상품들도 많아 제2의 DLF·라임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독일에서 소싱(Sourcing)한 금융상품이 약 10%의 수익률을 강조하며 국내로 들어왔는데 이 상품을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한 한 PB가 이렇게 수익률 높고 안전한 상품이 왜 한국까지 들어오게 됐는지를 질문한 적이 있다"며 "이에 대해 담당자는 독일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금융상품에 대해 관심도 적고 아시아처럼 이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국내에서 소싱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높은 신용등급의 글로벌 보험사가 보증에 나서는 등 안전장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믿고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 제작된 금융상품을 국내에 판매하며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사례가 많다"며 "하지만 그런 매력적인 상품이 현지에서 소비되지 않고 멀리 떨어진 한국까지 들어오는 이유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PB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KB증권이 판매했던 'KB able 펀드매칭형신탁(JB 호주NDIS 장애인아파트)' 상품도 이와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최소 가입금액이 3억원이 이 상품은 호주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예산으로 임대료 전액을 지원하는 장애인전용주택에 투자하고 호주 최대 보험사인 QBE가 담보대출보험에 나선다는 점에서 170여 기관 및 개인이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차주인 LBA캐피탈이 계약대로 장애인전용주택을 구매하지 않고 투자자들을 속이면서 계약은 해지됐으며 KB증권은 원금의 85%만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호주 1위 개발사인 렌드리스(Lendlease)와 멜버른·시드니 부동산 개발사인 베요그룹(Beyo Group)이 각각 절반씩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했다는 LBA캐피탈이 문서까지 위조하며 사기행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NDIS와 비슷한 구조와 높은 수익률, 안전성을 강조한 상품이 최근 몇년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유사한 사고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현지에 건설되는 호텔을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상품이, 홍콩에서는 발전소 인수와 관련한 금융상품이 국내로 들어와 투자자들을 유치했으며 안전성과 수익률 측면에서 항상 기대를 충족시켜왔던 무역금융 관련 상품들도 이상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지주들은 계열사간 협업을 통한 금융상품 개발과 함께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 부동산이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일 경우 직접 현장을 찾아가는 해외출장을 늘리고 있으며 해외 파트너사들이 제공하는 재무제표 외에 투명한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자료들에 대한 확보도 적극 나서고 있다.

새로운 금융상품에 대한 심의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최근 KB금융그룹은 '은·증 협의회'를 열고 1개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를 승인했다. 협의회에 안건으로 올라온 상품은 10개 가까이 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심의를 통과한 상품은 1개에 그쳤으며 이 상품은 국민은행과 KB증권에서 판매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공모가 아닌 상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은행과 증권에서 각각 운영하는 상품심의위원회를 모두 통과한 상품인 만큼 안전성은 충분히 검증됐으며 많은 PB들이 이 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DLF사태 이후 소비자보호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엄격한 금융상품 관리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같이성장 평가제도'를 시작한 신한은행은 평가체계 전반을 고객중심으로 다시 설계하고 절대평가를 도입해 현장상황에 맞는 자율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도록 했으며 국민은행도 성과평가 기준에서 고객가치 부문과 윤리경영 부문 평가비중을 크게 높였다.

'리셋(Reset)'과 '리빌드(Rebuild)'를 강조한 하나은행은 겸직체제였던 소비자보호그룹장과 손님행복본부장을 독립 배치하고 투자전략부와 IPS부, 손님투자분석센터를 설치해 리스크관리 독립성을 확보했다.

우리은행도 성과지표를 소비자보호 중심으로 개편하고 영업점에 목표를 배분하고 실적을 독려하기보다 고객과 영업점의 선택을 받기 위한 본부부서간 상품·서비스 연구개발경쟁을 강화해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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