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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성현 상장협 정책본부장 "사외이사 전문성 하향 우려"

'상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로 국내 상장사 '주총 근심' 늘어나
"상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사외이사 전문성은 더욱 낮아질 것"
"3%룰 폐지가 주주총회 부결사태의 근본 해결책 될 수 있어"

이남석 기자 (leens0319@ebn.co.kr)

등록 : 2020-02-18 00:00

주주총회 시즌 직전이다. 국내 상장회사들로부터 이른바 '주총 비상' 경보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기존 '3% 룰'에 더해 최근 '상법 시행령 개정안'까지 통과되어서다.

'주총'은 기업의 한 해 농사를 결산하는 '빅 이벤트' 중 하나다. 이사·감사 등 회사의 중요 운영 기관을 선임하고 정관과 재무제표 등을 승인해야 한다.

주총은 경영 전반을 감독하는 회사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상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 여파로 룰이 바뀌었다. 국내 상장사들의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성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사진)을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 회관에서 만났다. 국내 상장사가 안게 될 부담은 무엇이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현상을 초래할지에 대해서 들어봤다.

▲ ⓒEBN

◆사외이사 전문성은 낮아지고 인력풀은 좁아진다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국내 사외이사의 전문성은 낮아지고 인력 풀은 줄어들 겁니다. 특히 사외이사 결격 요건이 대폭 확대된 만큼 장기적으로 진입장벽은 높아지고 기존 능력 있는 사외이사들의 해외 유출이 현실화될 겁니다."

최 본부장은 당장 오는 3월 주총을 앞둔 국내 상장사들의 사외이사 대란과 주총 부결 사태를 부추기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사외이사의 전문성 하락을 이끌거라 우려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사외이사 재직 조건으로 '해당 상장회사에서 6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해당 상장회사 또는 계열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한 기간을 합산해 9년 이상인 자는 재직할 수 없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상장사 계열사에서 퇴직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사람도 상장사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상장협회 측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당장 내년에 새로운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회사는 556개사, 새로 선임해야 할 사외이사는 718명에 달한다. 특히 이중 중견·중소기업의 수치는 494개사(87.3%), 615명(85.7%)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서 기존 관료 출신 위주로 꾸려진 사외이사 인력풀을 다방면으로 늘릴 수 있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계열사가 있는 57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267개) 사외이사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857명 가운데 관료 출신이 321명(37.4%)으로 가장 많았다. 이로 인해 국내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을 두고 많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최 본부장은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계기로 전문경영인 출신의 사외이사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 확신했다. 특히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경쟁사 출신의 사외이사는 '정보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자사로 부르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파악하지 못한 착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상장사들이 실제 기용할 수 있는 사외이사 수는 공개된 인력풀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외이사 재직 요건을 제한할 경우 기업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하락시킬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사외이사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관료 출신이고 다음으로 학계입니다. 이는 사실이죠. 하지만 이들이 사외이사로 등극해 기업과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시점에서 재직 년수를 제한해 다른 이들로 교체하라 하는 것은 기업에게는 치명적입니다. 공들여 키운 사외이사를 내보내고 시간이 필요한 새 사외이사를 등용해야 하니까요.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확보될지라도 결국 전문성이 떨어져 기업 경쟁력도 줄어들 겁니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사외이사' 문제는 철저하게 업계의 자율규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영국은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통해 사외이사가 9년 이상 재직 중일 경우 해당 내용을 당해 회사의 '연례 보고서에 기재'하도록 규정했다. 독일 '기업지배구조 코드'에서는 감독이사회 이사가 12년 이상 활동한 경우 '독립성 결여로 판단한다'는 것만 명시해 놨다.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이사·감사를 선임하는 주총을 소집할 때 후보자의 세금 체납처분과 부실기업 재직 사실 여부 등을 의무로 공시해야 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전자공고를 통해 체납처분이나 부실기업 재직 사실은 누구나 열람 가능한 상태로 공개되는데, 시스템에 한 번 공고된 사항은 정정 가능하나 공고기간이 없어 회사가 상장 폐지될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이자 죽어서도 없어지지 않는 주홍글씨와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무래도 공시의무 부과가 더욱 부담스러운 사람은 관료 출신보다 기업에 몸 담았던 전문 경영인 출신이 많을 겁니다. 과연 이들이 개인정보 공개 부담을 무릅쓰고 굳이 국내에서 사외이사를 하려고 할까요? 아마 해외 상장사 사외이사로 시선을 돌릴 겁니다. 그럼 기업들은 결국 전문성 대신 결격 사유가 적은 관료 및 학계 출신의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겠죠. 앞으로 국내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입니다."

더욱이 한국거래소가 올해 정기 주총을 앞두고 상법이 정한 사외이사 비율을 충족해야 한다고 미리 경고한 점도 부담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2019 사업연도 결산 관련 시장참가자 유의사항 안내' 자료를 공개하면서 "사외이사·감사선임 및 주총 개최와 관련해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상법이 정한 사외이사 비율 등을 충족하지 않으면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안 그래도 좁아진 사외이사 인력풀 안에서 사외이사 충족 압박까지 거세지다 보니 국내 상장사들의 '끼워 맞추기' 식의 사외이사 등용이 늘어날 수 있다.

"이사회는 한 회사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외이사와 기업의 목표가 원래 취지와는 정 반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사외이사 후보들은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보다 개인정보 공시의무에 신경 써야 하고, 기업은 전문성 높은 사외이사 유지와 등용 대신 그 많은 돈을 쓰고도 우선 사외이사부터 채우고 보자는 식의 비효율적인 운영에 나서야만 하는 겁니다."

◆3%룰 폐지만이 주총 부결 사태 해결책

최 본부장은 지난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도입된 3%룰이 중견·중소기업의 주총 부결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3% 룰'이란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지분율 3% 이내로 제한하는 룰을 말한다. 현재 상법상 주총에서 안건을 결의하려면 회사 정관에 규정을 따로 두는 경우를 제외하고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25%) 찬성이 필요하다.

최대 주주의 지분이 25% 이상인 경우 재무제표 승인 등의 안건이 통과되는 데에는 무리가 없지만, 감사 선임 시에는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의 의결권이 전체 지분의 3%로 제한돼 안건 의결을 위해서는 대주주를 제외한 소액 주주들의 지분으로 의결 정족수를 채워야 한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단기 매매를 목적으로 한 소액주주들이 많고 주식 보유 기간도 평균 3개월 정도로 짧아 기업 주총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감사·감사위원 안건이 부결된 기업은 코스닥 상장사가 121개로 유가증권 28개사 대비 약 4.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경우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이 높아 큰 문제없이 안건이 결의되지만 중견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릅니다. 주총이 부결된 회사를 보면 약 97%가 중견중소기업인데 3% 룰이 전도유망한 중견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막고 있는 셈이죠. 안 그래도 온 전력을 가동해도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거듭된 주총 부결로 기업 경영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됩니다. 이것이 일각에서 3% 룰이 여전히 재벌 개혁에 유용하다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여전히 3% 룰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 우선…캐나다 벤치마킹 해볼만

최 본부장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발표한 기금운영위원회 운영 개편안에 대해서는 독립성 확보 부문에서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상근 전문위원 체제 구축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등의 신설이다.

특히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얼마 전 '2020년 제1차 회의'를 개최해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각 상근 전문위원을 두는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전문위원회를 투자정책, 수탁자 책임, 위험관리·성과보상 등 3분야로 구성해 각각 9명의 위원을 두고 이들 중 3명을 상근 전문 위원으로 뽑는다. 상근 전문위원의 경우 금융과 경제, 자산운용, 법률, 연금제도 등의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을 쌓은 자격 기준을 둔다. 노동자와 사용자, 지역가입자 등 국민연금 가입자단체의 추천을 받아 위촉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국민연금이 정부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듭니다. 기금운용의 최종 책임자인 보건 복지부 장관은 연간 15시간 여 정도만 기금운용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기금운용위원회를 서포트하기 위해 신설된 민간 전문 위원회는 연금 운용보다 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의결권이 없기에 기금 운영의 현실적인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최 본부장은 캐나다의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PPIB에서는 이사회가 투자정책 등 기금운용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기금운용 업무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수행한다.

이사회가 주요 정책을 결정하면 이에 따라 CPPIB 내 기금운용 집행기구가 기금운용 사업을 수행하는 구조로 이사회는 금융기관 최고경영자 5명과 일반기업 최고 경영자 5명, 학계 전문가 1명, 변호사 1명 등 총 12명의 민간 투자. 금융 전문가로 구성된다. 먼저 공모를 통해 후보자 풀을 구성한 후 연방정부와 주정부 추천 인사로 구성된 인사추천위원회의 제청을 거쳐 연방 재무장관이 임명한다.

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경우 정부와 시민단체, 노동조합, 재계 출신으로 구성됐다.

"개인적으로 본받을 만한 사례가 있다면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금운용 이사회 인원 12명이 모두 금융 전문가로 구성돼 있으니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가 가능하겠지요. 다만 이도 결국 정부로부터 독립성이 확보된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니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5%룰(기관투자가의 상장사 지분 5% 이상 보유 관련 보고 의무) 완화가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회사 및 임원의 위법 행위에 대응하는 해임 청구와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및 배당 관련 주주 활동은 '경영권 영향 목적' 활동에서 제외된다. 해당 활동을 신설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분류해 월별 약식 보고만으로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경우 기관의 공시 부담이 줄어 수탁자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5% 룰 완화로 국민연금의 기업 간섭이 높아질거란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저희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나친 경영 간섭은 결국 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에 장애를 가져올겁니다. 따라서 앞으로 3%룰 폐지와 주총결의 방법 완화 등을 기업, 경제단체들과 긴밀히 협의해 구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상장협은 유가증권시장에 주권이 상장된 주권 상장법인을 회원으로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국내에서 코스피 상장회사 전체를 회원사로 하는 유일한 경제단체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