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대 김우주 교수 "타미플루 비축.백신 개발 병행 해야"
조류인플루엔자(AI)의 인체 간 대유행(판데믹)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성분명:오셀타미비어)´에 대한 내성을 초래하는 AI 바이러스(H5N1) 변이가 발견돼 주목된다.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국립의학연구소 스티븐 갬블린 박사팀은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서 AI 감염 환자에게서 분리해낸 H5N1 바이러스의 표면단백질에서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을 갖게 만드는 변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각국 정부가 AI가 사람 사이에 전염될 수 있는 대유행 질환으로 변할 경우에 대비해 타미플루를 비축하고 있는 것이 충분한 대책이 되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도 최근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해 타미플루 비축량을 올해 말까지 125만명분에서 250만명분으로 늘리기로 한 바 있다.
현재 AI 예방ㆍ치료제로는 타미플루와 흡입식인 ´렐렌자(성분명 자나미비어)´가 있고 두 치료제는 모두 AI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H단백질과 N단백질(뉴라미니다제) 가운데 N단백질에 작용해 약효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단백질은 AI바이러스가 감염된 숙주세포 내부에서 증식한 뒤 세포를 빠져나와 다른 세포로 퍼지는 것을 돕는 단백질로 AI바이러스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2004년과 2005년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AI 환자로부터 분리해낸 H5N1 바이러스의 N1단백질 구조를 X-선 결정학으로 조사해 타미플루에 내성을 갖게 만드는 변이를 찾아냈다.
이 변이가 발생한 H5N1 바이러스는 타미플루에 대해 내성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또 다른 AI치료제인 렐렌자에 대해서는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
또 연구진이 사람 사이에 유행하는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인 H1N1 바이러스를 조사한 결과 똑같은 변이가 있는 H1N1 바이러스도 타미플루에 대해 내성을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갬블린 박사는 "이 연구는 H5N1이 대유행 질환이 될 경우 한 가지 항바이러스제만 비축하는 것은 충분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타미플루와 렐렌자 두 가지 치료제를 모두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H5N1 바이러스가 타미플루에 대해 내성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AI가 인간 판데믹이 될 경우 이를 통제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타미플루 비축량을 늘리고 렐렌자 같은 대체약도 비축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정부가 나서서 이들 약을 대신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와 예방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판데믹 발생 시 신속한 환자 격리방안 등 방역계획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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