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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관업계, 봄날은 아직도...

  • 송고 2009.02.19 13:18 | 수정 2009.04.06 11:48
  • 안나영 수습기자 (any02@ebn.co.kr)

“위기관리 매뉴얼이 없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질까봐 산업계 전반이 전전긍긍하던 지난해 11월, 업계 최대의 문제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강관업계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내로라하는 미국의 대형 업체들도 ‘오늘내일’ 하는 와중에 위기를 빠져나갈 비책(秘策)이 딱히 있을까 싶었지만 강관업체 열에 아홉은 가격이 폭락한 재고를 쌓아두고 속병을 앓고 있던 터라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당장 준비된 매뉴얼이 있는지 여부는 둘째 치고라도, 위기가 찾아오는 속도에 비해 심리적인 위기체감 속도가 느리다는 것. 심리적 대응이 느리다보니 발빠른 대책을 세우기는 더더욱 어려웠던 셈이다.

이를 증명이라도하듯 시장엔 기약 없는 수요를 살리겠다며 무리한 가격인하만이 난무했다. 그 사이,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한 유통업체들부터 하나, 둘씩 쓰러져갔다.

어제까지 같이 앉아서 장사하던 옆집이 망하는 것을 보고 있던 업체들은, 이제 우리도 앉아서 망하게 생겼다며 발만 동동 굴렀던 것이 얼마전 일이다.

그렇다고해서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최근 상황 역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한 업체의 수출담당 임원은 희망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책이 없죠”라고 무뚝뚝하게 답했다.

지난해 말 경기침체의 한파를 체감한 강관업체들은 좀처럼 내수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을 높였지만 대책이 되지는 못했다.

실제로 유가가 급락함에 따라 자구책 차원에서 마련했던 프로젝트들이 취소 혹은 연기되면서 지난 11월에 이어 12월 강관 수출량은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고, 올해 1월 들어서는 오퍼 자체가 거의 고갈되는 지경을 맞았다.

강관 수출 비중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수출물량이 50% 이상 급감한 것이 결정타였다. 어찌보면 지난해 11월 보다 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셈.

위기상황에 직면해 세운 비상대책이라지만 내수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수출로 돌렸을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했다.

“강관 9개사, 워크아웃 및 퇴출 대상.” 이달 들어 하나연구소가 건설업체 구조조정의 기초자료가 된 재무지표를 국내 강관업체들에 적용한 결과, 워크아웃 및 퇴출 대상이 9개사였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가자 업계의 관심은 자사가 살생부(殺生簿)에 올랐는지 여부에 쏠렸다.

C 혹은 D등급을 받은 업체들이 어디인지 묻는 전화에 평가항목별 가중치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다는 답변을 했지만 위험대상이 아니라고 돌아가 대책을 세울지도 미지수였다.

그동안 이들 업체들은 가시적인 성과달성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수출과 가격인하 미봉책에만 의존하면서, 누군가 현 상황이 ‘위기’라고 천명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전방산업인 자동차, 조선 분야의 실수요가 위축되고 최대 수요산업인 국내 건설경기가 악화될 동안, 위기가 오는 것을 체감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현 상황은 분명 위기다. 더구나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체감만 할 시기는 벌써 지났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는 자기 방석 챙기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경쟁사의 위기관리법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는 방석도 나눠 쓰는 고통분담과 상생협력이 절실한 시기다. 강관업계 전반이 수요회복 방안을 강구하고 터닝포인트(turning point)를 찾아야할 때다.

특히 국제 철강사들이 불황타개 대책으로 수익성 악화 방지에 역점을 두고 경기적.구조적 대응을 병행하고 있는 것은, 생산(비슷한 설비, 제품) 및 수급 불균형과 같은 산업구조, 롤 마진에 의존하는 수익구조 등을 고질적 문제로 안고 있는 강관업계에서 참고할 만하다.

국내 강관업체 중에서도 생산부문에서의 비용감축과 함께 영업부문에서 다양한 제품군의 완비로 결품 품목을 최소화하고 납품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전략을 세우거나, 시장구조 재편을 위해 부실기업 인수 및 자율합병 방식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제 꽃샘추위가 끝나고 다음달 3월이면 업계 전반이 기다리던 성수기에 접어든다. 하지만 산업사이클에 맞춰서만 움직이던 마음 속의 올드 패션(old fashioned) 시계추를 바꿔달 때다. 아직 봄날을 논할 때가 아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계속될 한파에 대비한 월동(越冬)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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