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13일 09:49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한국 ´조롱´ 마이클 브린, "사과한 것 맞아?"

최정엽 기자 (jyegae@ebn.co.kr)

등록 : 2010-05-14 18:20

유머와 농담은 어색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바꾼다. 인간관계에 있어 윤활유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상대방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 일지라도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대방이 화를 낸다면 분명 농담을 건넨 사람 잘못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전직 언론인 출신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브린(Michael Breen·현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컨설턴츠 회장)은 코리아타임스에 ´What People Got for Christmas(크리스마스에 받는 선물들)´ 란 칼럼을 게재한다.

칼럼 내용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관련, 국가 원수인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가수 비,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한민국 전체를 조롱하고 무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여기 증거가 있다(Here, as proof)´며 뉴스에 보도된 것을 토대로 요즘 주고 받는 선물들을 한데 모았다는 이 칼럼은 글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쓰여졌다.

삼성이 연말에 2010년 새해 소망이 이뤄지기를 기원하는 연하장을 국내 정치인과, 검사, 기자들에게 보내면서 5만달러짜리 상품권을 동봉했으며, 임직원들에게는 최고운영책임자가 된 이재용 부사장의 사진 2장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냈으며, 하나는 자녀들 침실에, 또 다른 하나는 거실에 붙어있는 이건희 회장의 사진 약간 아래 붙여야 한다고 썼다.

또한 미국 자동차 판매 호조로 분위기가 좋은 현대자동차에서는 경영진이 각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머리가 움직이는 정몽구 회장 인형을 전달했고, 노조 관계자들은 인형에 폭발물이 들어 있는지 검사한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유키오 하토야마 일본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도행 페리호 우대권 2장을 보내 "일본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고,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2010년 달라이 라마에게 한국 방문 비자를 발급해주지 말라며 100위안 지폐를 보냈다는 등의 적나라한 표현을 사용해 가며 대한민국 전체를 조롱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수 비는 피(Pee. 오줌)로 표기했다. 또 김연아는 물론,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와 청와대 참모진, 정부 공무원 등도 거침 없이 조롱꺼리로 만들었다.

이 같이 터무니없는 내용들을 마이클 브린은 "세상에는 사랑이 넘쳐 나고 이것이 서울의 불빛을 의미한다"며 마지막까지 철저히 비꼬았다.

사실상 칼럼 전체가 대한민국과 그 국민들이 선망하는 회사와 대상을 단순한 조롱과 비웃음꺼리로 만들어 버린 것.

특히 칼럼에 거론된 삼성전자(해외 매출 80% 이상)와 현대자동차(판매대수 기준 약 78%, 국내 91만대 수출 91만대 해외생산 141만대)의 경우 내수보다 글로벌 매출이 훨씬 많은 수출기업으로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셈이다.

이 칼럼이 단순한 연말 크리스마스 유머가 아닌 악의를 가지고 썼다고 밖에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칼럼이 게재되자 당시 삼성은 강력하게 항의를 했고, 2009년 12월 25일 코리아타임스 지에 실려 논란을 일으킨 이 칼럼은 당일 곧바로 온라인 판에서 삭제됐다.

마이클 브린 역시 지난 7일 삼성 본사에 보낸 편지를 통해 "나는 농담처럼 ´크리스마스에는 삼성이 직원들에게 이재용의 사진을 집에 걸어 놓으라고 줬고 한국에 있는 모든 검사, 정치인, 언론인들에게 상품권을 보냈다´라고 썼습니다" "이것은 풍자적인 칼럼이었고 악의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어떤 의도하지 않은 모욕에 대해 이재용 씨와 그의 가족과, 삼성의 주주, 임원과 직원들에게 전적으로 사과하고 싶습니다"라고 정중히 사과했다.

2차례에 걸친 코리아 타임즈의 정정보도문 게재와 마이클 브린의 2차례에 걸친 사과를 통해 이번 일은 마무리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13일 마이클 브린은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안면을 싹 바꾼다.

프레시안이 보도한 ´MB도 참았는데, 왜 삼성만 농담 못 받아들이나´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마이클 브린은 "내 칼럼은 문제가 없다. 뭘 사과해야 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내 칼럼이 특정인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만약 이를 읽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할 수는 있다. 나는 오히려 지나친 대응을 한 삼성이 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

그는 또 "내 칼럼은 풍자 스타일이었고 이명박 대통령, 가수 비 등도 조롱의 대상이 됐다. 삼성에 대한 건 두 문장밖에 없었다. 심지어 청와대에서도 전화가 왔지만 ´괜찮아(That´s OK)´가 끝이었다. 삼성만 농담을 못 받아들인다. 이건 한국의 문화 문제가 아니라 언론 자유의 문제다"고 강조했다.

"나도 홍보회사(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컨설턴츠)를 운영하지만 기업의 홍보는 어디까지나 소비자와 의사소통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재벌들은 기사 편집에 영향을 미치려하는 것 같다"고 불쾌감을 내비췄다.

하지만 이 같은 마이클 브린의 목적을 가진 칼럼은 여러 차례 반복돼 왔었다.

마이클 브린이 회장으로 있는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컨설턴츠(www.insightcomms.com)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된 ´론스타´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다.

2006년 당시 마이클 브린은 ´이데일리´를 통해 3회에 걸쳐 론스타에 유리한 입장의 칼럼을 3회에 걸쳐 게재한 바 있다.

칼럼에서는 ´대한민국이 반(反)외자정서인지 열린시장인지´ 판가름할 것(2006년 11월 7일 ´론스타 시청중´)이라며 압박을 했고, 효선-미선양 사망 사건까지 들먹이며(2006년 11월 14일 ´론스타 그리고 대중´) 론스타를 옹호했다.

또 2006년 11월 28일 ´외신보도에 대해서´란 칼럼에서는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오르긴 했지만 아직 정의의 차원에 있어선 제3세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론스타가 유죄로 결정난다고 해도 자신의 주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자신 회사의 고객사 입장을 옹호하는 글을 잇달아 써 왔던 그의 모습을 보면 ´기업의 홍보는 어디까지나 소비자와 의사소통을 위해 이뤄져야한다´는 본인의 소신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론스타 펀드, 법무법인 충정, 쉘 퍼시픽 엔터프라이즈, 스위스정부 관광청, ING 자산운용, 한국 필립모리스, 한국거래소 등 굵직굵직한 기업과 기관들이 마이클 브린이 운영하는 홍보대행사에 홍보를 맡기고 있다고 한다.

소송 제기에 급급한 나머지 거짓 사과와 번복을 반복한 마이클 브린. 그를 어떻게 믿고 일을 맡기는지 궁금할 뿐이다.

▲ 칼럼니스트 마이클 브린이 쓴 ´크리스마스 선물´ 제하의 기사가 실린 2009년 12월 25일자 코리아타임스 지면.

´크리스마스에 받는 선물들´ 기사 번역문
매년 이맘 때 서울 거리의 앙상한 겨울나무에는 파란색, 하얀색의 색깔로 유혹하는 조명이 덮인다. 호텔과 백화점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 사인이 도발적이면서도 부드럽게 사람들에게 흥청망청 지갑을 비우라고 말한다. 거리의 모든 값비싼 레스토랑에서는 연말 파티 모임 소리가 시끄럽고 노래방도 사람들로 꽉 찬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크리스마스는 그 정신을 잃었다고 선언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주고받는 시기이고, 또 주고받기 위해서는 선물을 사야만 한다. 주고받는 거래는 좋은 것이다. 여기 그 증거가 있다. 뉴스에 보도된 것을 토대로 요즘 사람들이 주고받는 선물들을 한 데 모아 보았다.

세계 최대의 재벌이자 한국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삼성은 연말에 2010년 새해 소망이 이뤄지기를 기원하는 연하장을 국내 정치인과 검사, 기자들에게 보내면서 그 속에 5,000만원 짜리 상품권을 동봉했다.

삼성의 직원들은 최근 삼성전자의 최고운영책임자가 된 이재용 부사장의 사진 액자 2개를 받았다. 직원들은 이 중 하나를 자녀들 침실에, 다른 하나는 거실에 이 부사장의 부친인 이건희의 사진 약간 아래에 걸어두어야 한다.

미국의 차 판매 호조 덕분에 분위기가 좋은 현대자동차에서는 경영진이 각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자동차 뒷 유리에 부착하는, 머리가 움직이는 정몽구 회장 인형을 줬다.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인형에 폭발물이 들어있는지 검사한다.

자칭 IQ가 430이라고 주장하는 얼빠진 전 대통령 후보 허경영은 정치인 박근혜와 친밀한 관계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감옥살이를 했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을 닮은 풍선 인형을 보냈다. 미혼인데다 유머감각이 있는 박근혜는 그에게 강남 대장항문외과 전문 병원인 조이-풀(Joy-Full) 병원의 진찰 쿠폰을 보냈다.

가수 비가 해외 팬들로부터 받은 수천 개의 선물과 카드 가운데는 영국의 유명인사 수잔 보일이 보낸 결혼 신청 카드도 있다.

“이봐요, 비(“Pee로 표기”:오줌이라는 뜻). 만약 스코틀랜드에 있는 내 집에 오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나는 비가 수잔보일의 카드를 번역해 달라고 부탁해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바베이도스 가수 리한나도 비에게 멋진 카드를 보내 “´Under My Umbrella´ 라는 곡을 부를 때면 항상 당신이 생각난다”며 “크리스가 여기 없을 때 나한테 와요” 라고 했다. 크리스는 그녀가 때때로 만나는 남자친구 크리스 브라운을 의미하는 듯 하다.

최고의 인기 피겨스케이트 선수인 김연아는 올해 팬들에게 보낼 그녀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피겨스케이팅에만 집중하겠다’는 것과 ‘2010년에는 광고 출연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에게 김윤옥 여사가 준비한 한식세트를 보냈는데, 먹는 방법을 적은 친필 설명서도 함께 보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카드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여사님 안녕하십니까. 한국 음식은 곧 세계 최고의 음식이 될 것입니다. 손에 쥔 상추에 한우라고 불리는 안전한 쇠고기(the safe beef, called hanwoo)를 얹은 뒤 젓가락으로 밥을 조금 얹은 후 싸서 먹는 것입니다. 당신은 외국인이니까 김치는 주의하세요! 김치는 매우 매워서 당신을 날려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경호원들을 두드려 패진 마세요!”라고 쓰여 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는 웰링턴 부츠 한 켤레 씩을 선물로 주면서 내년의 4대강 사업에 집중하라고 했다. 참모들은 그리 즐거운 것 같지 않다. 부츠를 받은 한 여성 참모는 “대통령이 정말 신경을 썼다면, 부츠에 붙어 있는 중국산 표지는 떼고 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충청남도 지방도 우울한 분위기다. 이 지역 주민들은 세종시에 수도가 이전될 것이란 꿈이 올해 총리에 의해 무산되자 선물을 주고 받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국세청에서는 여느 때처럼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받는다. 이 곳에서는 승진을 바라는 하급 간부들이 상사의 관심을 얻기 위해 최선의 방법들을 강구하는데, 올해 국세청 고위직 간부들이 받은 선물들 중에는 이탈리아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그림과 미켈란젤로의 조각품인 다비드상도 있다.

해외에서 온 선물도 있다. 유키오 하토야마 신임 일본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도행 페리호 우대권 2장을 보내면서 “일본을 방문해 달라”고 깜짝 초청을 했다. 하토야마는 초청장 카드에 “다케시마(독도)는 양국의 중간 지점”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일본 영토인 다케시마를 방문하면) 양국 국민의 우호를 증진하는 새로운 관계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썼다. 하토야마 총리의 부인 미유키는 자신이 금성으로 여행할 계획인데, 이 대통령 내외도 함께 가자며 여행티켓을 보냈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2010년에 달라이 라마에게 한국 방문 비자를 발급해주지 말라는 요청과 함께 100위안권 지폐를 액자에 넣어 보냈다.

남북한 정상도 지난 2000년 첫 정상회담 이후 선물교환을 해왔는데, 올해도 선물을 주고 받았다. 이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비료를 한 배 가득 보내면서, 1970년대 현대 건설 사장 시절 입었던 짙은 청색의 잠바도 함께 보냈다. 교회 장로들은 예수님이 북한 핵과 정치범 수용소 문제를 잘 해결해주기를 바라며 40일 연속 기도를 드릴 것이다.

한편 김정일은 식량 원조에 대한 감사와 함께 이 대통령 부부에게 아주 귀한 1943년산 도멘 델 라 로마네 꽁티 와인과 쿠피 루왁 커피 원두를 보냈다. 연간 수확량이 450파운드 이하인 이 진귀한 원두는 인도네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부터 추출된 것이다.

이렇듯 세상에는 사랑이 넘쳐 나고, 이것이 서울의 불빛들이 의미하는 바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