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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짜리 차 1년에 두 대는 폐차시켜요"

  • 송고 2012.05.14 18:05 | 수정 2012.05.14 18:09
  • 박영국 기자 (24pyk@ebn.co.kr)

르노삼성 테스트 드라이버 김영관 차장

김영관 르노삼성 테스트 드라이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영관 르노삼성 테스트 드라이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아무도 타보지 못한,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새로운 차를 타는 기분은 어떨까.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일일 것이다.

이같은 일을 지겹도록(?)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테스트 드라이버´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주력 모델 QM5, SM5, SM7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가장 먼저 타봤다는 김영관 르노삼성 중앙연구소 차량상품성&내구성팀 차량성능담당(테스트 드라이버.46) 차장을 만나봤다.

호주·두바이…극한 환경 찾아다니며 내구성 테스트

"1년에 2억원짜리 차량 두 대는 폐차시킵니다. 그게 제 일이죠."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테스트 드라이버´라는 직업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자 김 차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물론 2억원이라는 가격이 양산차 기준은 아니다. 양산 판매가격이 2~3천만원 하는 차량도 시험차 단계에서는 각종 부품을 프로토 샘플로 들여와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단다.

´폐차´도 반드시 충돌이나 전복과 같은 사고의 결과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체에 위해만 가해지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테스트 드라이버들은 네 바퀴가 땅에 닿아 굴러가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시험차를 폐차 단계에 이를 정도로 가혹하게 몰아부쳐야 한다. 당연히 그렇게 되려면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축으로 치자면 한 번에 도축하는 게 아니라, 심하게 괴롭혀서 일정 시간 내에 늙어 죽게(?) 만드는 셈이다.

김영관 르노삼성 테스트 드라이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영관 르노삼성 테스트 드라이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차량 개발 확정 이후 양산차가 나오기까지 3년이 걸리는 데, 그 중 설계는 1년에 불과하죠. 나머지 2년은 그 설계를 바탕으로 만든 시험차를 테스트하는 기간입니다."

시험용 차량은 온갖 가혹한 환경을 겪는다. 판매 대상국가의 법규와 인증도 통과해야 하고, 고객을 사로잡을 퍼포먼스도 낼 수 있는지도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 내구성 테스트는 물론, 혹한과 혹서 등 극한의 자연조건에서도 버텨낼 수 있는지도 검증받아야 한다.

"10만km의 내구성 테스트를 받으려면 하루에 600km씩 6개월을 몰아야 합니다."

내구성 테스트는 러닝머신과 같은 설비에 올려놓고 실내에서 하는 과정도 있지만, 드라이버가 다양한 상황에서 직접 운행하는 테스트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실제 도로 상황에서 차가 어느 정도의 주행 수명을 유지할지 확인하고 보완해야 소비자에게 신뢰성 있는 차량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혹한·혹서 테스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진행된다. 우리나라 환경이 그다지 터프한 조건을 만들어내지 못할 뿐 아니라 계절적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여름일 때는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의 호주로 가서 윈터 테스트를 하고, 겨울에는 중동 두바이나 중국 하이난에 가서 썸머 테스트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그나마 한정된 시간에 각종 테스트를 해볼 수 있죠. 그것 때문에 보통 1년 중 4개월 이상은 해외에서 보내고, 심할 때는 1년에 8개월을 해외에서 보낸 적도 있습니다."

사용자 성향에 맞춘 테스트도 진행한다. 젊은 남자와 고령의 여성의 운전 습관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테스트 단계에서 차를 험하게 몰아붙이는 운전자나, 조심스럽게 모는 사람 운전자 등 모든 상황에 따른 주행 모드를 시험해 보는게 김 차장의 일이다.

이같은 모든 테스트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과 보완점들은 각 단계별로 데이터화돼 개발 분야에 전달되고, 튜닝 등의 보완을 거친 차량들은 다시 다음 단계의 시험대에 오른다. 이런 식의 테스트와 보완이 두 사이클정도 돌아간 뒤에야 양산 단계에 돌입한다.

테스트 드라이버가 각 과정 마다 극한의 상황까지 차를 몰아부쳐야 더 좋은 데이터가 산출되고, 그렇게 축적된 수많은 데이터들이 양산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고 김 차장은 강조했다.

김 차장은 "장비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사람이 직접 컨트롤해야 하는 영역이 여전히 크다"면서 "시뮬레이션 결과는 80%밖에 못 믿는다. 나머지는 테스트 드라이버의 몫"이라고 말했다.

SM7 가장 애착…"퍼포먼스 뛰어나고 기본이 잘 된 모델"

테스트 드라이버라고 해서 모두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르노삼성자동차만 해도 90명 가량의 테스트 드라이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등급이 다르다. 통상적인 환경에서 장시간 차량을 운전하는 내구드라이버의 경우 일반 운전자보다 조금 운전이 익숙한 수준이면 가능하지만, 장비에 차량을 올려놓고 테스트하는 단계만 돼도 상당한 수준의 숙련도를 요한다.

테스트 트랙(가운데 쪽으로 경사져 계속해서 고속으로 직선 주행이 가능한 트랙)에서 최고속도로 일정시간 달리는 시험주행도 한순간의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람만 가능하다.

최고 단계는 브레이크와 핸들링 및 ESP(전자식 주행 안정화 프로그램) 등 각종 주행 관련 장비를 전반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드라이버다. 특히, ESP 세팅은 과하면 운전자의 의도를 지나치게 간섭할 수도 있고, 약하면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도 짚어내고 데이터화할 수 있는 극한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김 차장은 테스트 드라이버들 중 최고 등급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이같은 전문성을 쌓게 되기까지는 오랜 기간 수많은 노력과 경험을 축적해야 했다.

사실 김 차장의 첫 직장은 르노삼성이 아니다.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쌍용자동차에서 테스트 드라이버로 일했고, 특히 1995년 독일 벤츠에서의 연수 경험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김영관 르노삼성 테스트 드라이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영관 르노삼성 테스트 드라이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벤츠에서 연수 받을 때 담당 교수의 교육 과정이 독특했죠. 한번은 차 키를 주더니 하루종일 몰아보고 오라는 겁니다. 그리고는 몰아본 느낌을 적으라고 하고 초등학생 시험지 채점하듯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와 엑스, 세모를 그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타이어 하나의 바람을 조금 빼놓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부품 하나를 헐겁게 해놓는다던가, 튜닝을 바꿔놓는다던가 해가며 매일같이 테스트를 시켰다고 한다.

"처음엔 엑스가 많았지만, 점점 세모와 동그라미가 많아졌고,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웬만한 차는 조금만 몰아보면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심지어는 타이어 공기압까지 각종 수치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기계적 측정 결과와 비교해 봐도 큰 차이는 없을 정도죠."

지난 2007년 9월 르노삼성으로 이직한 김 차장은 QM5, SM5, SM7의 신모델 개발 과정에서 그간 쌓아온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김 차장이 가장 애착을 많이 가진 테스트차량은 최근 실시한 SM7이다.

그는 "SM7은 르노삼성의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며 "개발자 입장에서는 퍼포먼스가 뛰어나고 기본이 잘 돼 있는 차"라고 강조했다.

레이서 김영관, ´대 이은 자동차 사랑´

김 차장은 테스트 드라이버 외에 또 하나의 직책을 가지고 있다. 바로 르노삼성 레이싱팀의 감독이다.

르노삼성 레이싱팀은 한국지엠의 쉐보레 레이싱팀과 같이 전업 레이서들로 구성된 팀이 아니다. 레이서와 스탭을 포함한 전원이 르노삼성의 직원으로 일하며 주말이나 잡뱅크로 짜낸 시간을 활용해 레이싱 경기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일종의 아마추어 팀이다.

르노삼성 본사에서 부품 등을 지원해주기는 하지만, 운영비용의 대부분을 직접 외부 스폰서 계약을 통해 충당하는 독립된 운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주로 연구·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직원들 중 레이싱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팀 내에서 김 차장은 감독 겸 선수를 맡고 있다.

그는 "서킷이 많은 독일에서 연수할 때, 레이서로 활동하는 엔지니어들을 많이 접했고, 차량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레이싱 분야에서의 경험이 차량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귀국 이후 모터스포츠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으나, 실제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용인 스피드웨이가 준공되며 국내 모터스포츠 환경이 조성된 97년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우리나라에 모터스포츠가 꽃필 환경이 되지 않았던 만큼, 김 차장은 국내 모터스포츠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일본은 모터스포츠 역사가 오래된 만큼 50을 훌쩍 넘긴 레이서들도 많다"며 "아직까지 현역 레이서로 활동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아들과 함께 ´부자 레이서´로도 유명하다. 아들 얘기가 나오자 그의 얼굴엔 미소가 활짝 번졌다. 더 물을 필요도 없이 아들 자랑이 술술 흘러나왔다.

현재 대학 2학년인 아들 김종겸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카트를 타며 영재 레이서로 화제가 됐고, 중학교 시절부터는 일본 등 국내외 카트레이스에서 실력을 쌓아왔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08년에는 국내 최연소 포뮬러 1800 챔피언을 차지하며 이름을 높였다.

지난 2010년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을 함께하기도 했다. 두 명의 레이서가 한 대의 차량을 번갈아 운행하는 내구레이스에서 부자가 한 팀을 이뤄 경기에 참가한 것. 이 경기에서 김씨 부자는 7전 중 5회의 우승을 차지하며 끈끈한 팀웍을 과시했다.

김 차장의 둘째 아들 역시 레이서의 길에 발을 들여놓았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둘째 아들 김학겸 군은 지난 2010년 코리아 카트 그랑프리에서 선수권전 3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주위에서는 두 아들까지 위험한 레이서의 길을 걷게 하는 것에 대해 염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김 차장은 ´레이싱은 절대 위험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서킷에서 레이스카들은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주행하며, 안전장치가 다 돼있습니다. 위험 상황이 발생해도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도 곳곳에 있죠. 차체에는 뒤집어져도 끄떡없는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고, 6점식 안전벨트와 버켓시트도 운전자를 보호합니다. 안전수트는 화재가 발생해도 30초간 레이서를 보호해 줍니다. 그동안 레이싱 경기를 하며 한 번도 다친 적이 없고, 위험하다고 느낀 적도 없습니다."

한편 현재 르노삼성은 내부적으로 10여개의 차종이 콘셉트 단계로 준비 중이라고 한다. 물론 이들 전부가 개발 단계에 진입하지는 못한다. 차량의 상품성과 시장 상황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르노삼성의 차기작으로 언급되고 있는 경차나 콤팩트 SUV는 사실상 최고경영자 선에서 양산 여부 결정만 남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르노삼성보다 규모가 더 큰 완성차 업체에서는 더 많은 차종이 콘셉트, 혹은 개발 단계로 준비되고 있다.

김 차장은 "개발 차량 중 어떤 차가 세상에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소비자들이 더욱 안전하게 운전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더 큰 위험과 더 큰 고생을 무릅쓸 준비가 돼 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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