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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농산물 ‘풍년’에 상인들 ‘울상’

  • 송고 2014.04.18 16:45 | 수정 2014.04.18 17:18
  • 오은경 기자 (HAHO3027@ebn.co.kr)

물량 넘쳐 가격은 폭락, 경기 나빠 소비까지 부진

오후 시간 비교적 한산한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모습.ⓒebn

오후 시간 비교적 한산한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모습.ⓒebn

지난 17일 방문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최근 맞은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평소보다 한적한 모습이었다. 도매시장이 한창 바쁠 때인 새벽 시간이 지나고, 오후가 돼서는 채소를 다듬고 있는 상인들과 주차된 채소 운반 차량만 곳곳에 눈에 띌 뿐이었다.

▲ 배추 상인 “이윤 거의 없는데도 소비는 1/3로 줄어”
그 중 배추를 다듬고 있는 한 노부부에게 요즘 배추 물가에 대해 묻자 “배추가 똥값”이라며 “작년에는 1망(3개)에 5천~6천원 정도에 팔았고, 김장철이라 그나마 많이 나갔는데 올해 초부터 (값이) 내려가서 이제는 1망에 2천500원에서 3천원밖에 못 받는다”고 답했다.

이어 “경매로 1망에 1천800원에 사오는데 거기에 배추 담을 망 값에다 (배추) 다듬는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정말 마진(중간 이윤)이 거의 없다. 요즘은 말 그대로 밑지고 장사한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배추 값이 대폭 하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농사가 잘돼 물량이 넘치기 때문”이라며 “설상가상으로 소비량도 1/3까지 줄어버렸다”고 털어놨다.

그들은 “작년에는 (김치 담금 용)양념값도 쌌고, 배추 값도 비싸지 않아 사람들이 김장을 대량 해놨을 것”이라며 “게다가 요즘은 배추 뿐 아니라 열무 등 다양한 엽채류가 있어 굳이 배추를 사지 않는 것 같다”고 소비 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가락 도매시장 내 망에 씌인 배추와 다듬어진 배추 모습.ⓒebn

가락 도매시장 내 망에 씌인 배추와 다듬어진 배추 모습.ⓒebn

그들은 이어 “전국적으로 배추 출하량이 적어질 시기에 강원도에서 재배하는 고랭지 배추가 나오면 물가가 회복될 것”이라며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서 이 시기가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노부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농산물 물가가 전체적으로 하락세에 접어들며 다른 상인들 역시 표정이 밝지 않았다.

무를 도매하는 한 상인은 “원래는 1가마(12~13개)에 8천~1만원에 팔았는데 불과 며칠 전부터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경매) 4천원에 사들여 5천~6천원에 판다. 1천원 가량의 마진이 겨우 남는다”고 하소연했다.

▲ 불경기에 덩달아 우는 소매시장
이후 가락시장 북문의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 직판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소매시장다운 작은 규모로 감자, 고구마, 파, 당근, 고추 등 더욱 다양한 채소들이 진열돼 있었다.

조용한 도매시장과는 달리 직판시장은 오후 3시를 넘어서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판매상인들 뿐 아니라 인건비를 받고 파, 양파, 미나리 등을 다듬는 할머니들의 모습도 보였다.

가락동 직판 시장내 진열된 갖가지 채소들 모습.ⓒebn

가락동 직판 시장내 진열된 갖가지 채소들 모습.ⓒebn

수많은 채소에 둘러싸여 손님을 기다리던 한 상인은 “요즘 벌이가 영 시원찮다”며 “한 박스(10kg)에 2만8천원에서 3만원에 팔던 고구마가 이달 초부터 값이 떨어져 지금은 1만8천원에서 2만2천원가량에 판다”고 말했다.

이어 “오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에는 50개에 3만~4만원이었는데 지금은 같은 수량이 2만원 이하로 확 떨어졌다”며 “값이 떨어진 데다 소비까지 줄어 전체 매출이 급락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놓은 채소들은 주로 슈퍼에 도매하는데, 경기가 안 좋다보니 일반 가정에서는 잘 사지 않는다”며 ‘불경기’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농산물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홍피망과 홍고추는 값이 올랐다고 상인은 말했다. 일조량이 많아야 잘 익고 빨간 빛을 띠는데 지난겨울 잘 안 익어 생산량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하지만 이들 채소 역시 최근 따뜻해진 날씨로 생산량이 많아지면 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상인은 덧붙였다.

올 들어 농산물 시장은 급락한 물가와 더불어 소비 부진이 맞물린 이중고(二重苦)로 인해 주춤해졌다는 것이 해당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우거지를 가리키며) 이거 3천원에 줘 봐요.” 한창 채소를 정리 중이던 가게 아주머니에게 한 중년남성이 말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4천원은 줘야 된다”고 말하며 잠시간 둘의 흥정이 이어졌지만 손님은 결국 자리를 떠났다.

이후 상인은 “100원이라도 남아야 장사를 하지. 본전은 커녕 손해를 보고 장사할 수는 없다”는 혼잣말을 하며 다시 체념한 얼굴로 양파를 다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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