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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상상 속 ‘즐거운 나의 집’…현실은 ‘우울한 월세방’

  • 송고 2015.01.29 12:13 | 수정 2015.01.29 13:17
  • 이소라 기자 (wien6095@ebn.co.kr)

세 종류의 집,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이야기

고유 가치 퇴색, 규모와 자산으로 인식되는 현 세태 비판

'즐거운 나의 집' 전시관 입구ⓒEBN

'즐거운 나의 집' 전시관 입구ⓒEBN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유년시절 고사리 손으로 딩동댕동 쳐대던 피아노 건반 멜로디와 함께 익숙한 노래가사가 귓가를 맴돈다.

한가로운 평일 낮 시간, 28일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중심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 ‘즐거운 나의 집’ 전시회를 찾았다. 방학을 맞아 가족 또는 친구와 그리고 무료한 점심시간을 소비하고자 직장 동료와 함께 근처를 방문한 사람들로 전시관은 생각보다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12일부터 진행된 전시회 ‘즐거운 나의 집’은 내가 살았던 집, 살고 있는 집, 살고 싶은 집 세 가지 종류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 안에서 ‘집’의 의미가 고유한 가치보다 규모와 자산으로 인식되는 현 세태의 안타까운 고민들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은색 현관문이 관람객을 반긴다. 기자의 발길도 유년시절 ‘내가 살았던 집’ 그곳으로 향한다.

▲제 1관 ‘기억의 집’ 한 편의 단편영화

첫 관문인 현관문을 들어서면 깜빡깜빡 센서등과 함께 거실이 펼쳐진다. 상장, 트로피 등 자랑하고 싶은 물품들이 테이블과 벽면을 수놓고 있다. 이어 밥 냄새가 솔솔 날 것 같은 부엌이 등장한다. 자취인생 10년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집안의 막내에게 주어지는 작은방 안에서 형제와 티격태격 했던 날들과 다락방에서 비밀스런 추억들을 공유했던 일 등을 회상하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뒤이어 유일하게 독립된 공간이었던 화장실과 안락한 침실까지 둘러보니 한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을 훔쳐본 느낌이 든다.

기분 좋게 2층 전시관으로 이동하던 중 계단 중간에 여행가방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는 것을 바라봤다. 검고 굵은 글씨로 ‘늘어가는 짐의 무게만큼 삶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적은 작가의 설명에 문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현실이다.

▲제 2관 ‘현재 사는 집’ 현실은 아프다

마이너스로 점철된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는 '확률가족' 전시ⓒEBN

마이너스로 점철된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는 '확률가족' 전시ⓒEBN

최저 82만5천원부터 최고 700만원까지 총 10단계로 나눠진 문에서 시작하는 ‘확률가족’ 전시는 소득수준에 따라 문 한 개를 선택해 입장하면 경제·사회적 능력 등 구체적인 통계에 따라 현실적으로 구입 혹은 임대 가능한 주거형식을 보여준다.

점심시간을 틈타 직장동료들과 함께 전시관을 찾았다는 한 여성은 고민도 하지 않고 155만원 앞에 섰다.

이 문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여성은 “그런 거 없어요, 그냥 버는 만큼…”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동료들을 바라본다. 다소 연배가 있어 보이는 남성들은 그녀의 직장상사. 그들은 270만원의 방문을 망설이다 열었다.

월급판을 밟고 들어선 방안에서 이들을 반기는 것은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 할 마이너스 인생이다. 걸어도 걸어도 마이너스가 사라지지 않는 동그라미 판들을 바라보며 ‘집’이 갑자기 싫어졌다. 어차피 ‘못’사지만 ‘안’사고 싶어지는 감정, 요즘말로 ‘웃프다’(웃기고도 슬픈).

얼마 후 20대 남성 한 명이 머뭇머뭇 금액들을 바라보다 앞선 여성과 똑같은 155만원의 방문을 연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는 박 씨는 취업을 앞두고 답답한 마음에 전시관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200만원 문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무의식적으로 그냥 여기로 들어왔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다 연결돼있네요 근데 보니까 암울하네요” 독립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박씨는 “가능하겠어요? 앞으로는 더 막막해질 거 같은데…”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박씨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형형색색의 그래픽컬한 좌표와 잔인한 통계들을 뒤로하고 물음표 가득한 미래를 향해 마지막 관으로 이동했다.

▲제 3관 ‘살아보고 싶은 꿈속의 집’ 물음표만 둥실둥실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기 집 살고 싶다. 누가 그냥 줬으면 좋겠다”고 아우성 거린다. 꿈에 그리는 예쁜 집의 건축 도면으로 꾸며진 한 쪽 벽면을 보고 있자니 정말 누군가 공짜로 지어줬으면 싶은 마음이 밀려온다.

반대편 벽면에는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일본과 미국에서 획기적 주거 대안으로 떠오른 쉐어하우스 개념부터 복지수준이 높은 스웨덴 등 일부 북유럽 국가의 주택정책과 주거 시스템의 장점을 설명해 놓은 표가 나열돼있다.

양쪽 벽면을 사이에 두고 길게 늘어져 있는 테이블 위에는 수십 가지 다양한 집에 대한 이야기를 수록한 내용의 책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의 책들 위로 오래 된 신문기사 하나가 눈에 띈다. ‘내 집 마련 대졸 5.9년, 국졸 11.6년’.

이번 전시회에서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영희들’ 이라는 1분 남짓한 일러스트레이트 영상 작품. 다른 관람객들 역시 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영희들'이라는 제목의 일러스트레이트 영상ⓒEBN

'영희들'이라는 제목의 일러스트레이트 영상ⓒEBN

집이 있는 ‘철수’와 집이 없는 ‘영희’는 똑같은 나이에 똑같은 직장에 다니지만 확연히 다른 삶을 산다. 영희는 월세 50만원을 부담하며 꼬박꼬박 돈을 모으지만, 사는 게 각박하다.

2년마다 이곳저곳 내 집 찾아 삼만리에 나서기를 10년, 영희는 ‘즐거운 나의 집’을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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