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어린이날’ 특수 사라진 동대문 완구시장 가보니…

송고 2015.05.04 11:46 | 수정 2015.05.04 17:55
조호윤 기자 (hcho2014@ebn.co.kr)

대형마트보다 저렴하고 '에누리' 미덕에도 시장 찾는 발길 확 줄어

지난달 30일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동대문 완구 도매시장 입구.ⓒEBN

"손님이 많아 보여도 쪽박 수준이다."

5월 5일 어린이날과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동대문 완구 도매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의 푸념이다.

완구류를 싸게 살 수 있는 것으로 유명했던 창신동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40% 넘게 세일된 가격에 드려요!"라고 외치는 상인들과 엄마 손을 잡은 아이들부터 손주 장난감을 보러온 할머니, 아들 선물을 고르는 아버지,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이 눈에 띄었다.

인기 높은 아이템인 '카봇 펜타스톰', '요괴워치', '또봇' 시리즈 등은 가게 전면에 전시돼 고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인기 있는 장난감 브랜드를 모르는 할머니도 쇼핑욕구는 뒤지지 않았다. 4살 손주를 둔 한 할머니는 또봇 시리즈가 전시된 매장 앞에 서서 젊은 엄마들이 짚는 제품을 유심히 관찰하며 손주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한 아이는 어벤져스2 히어로 캐릭터 완구를 한참을 집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갈등의 기로에 섰다.

한 할머니가 손주에게 줄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EBN

어린이날 대목을 앞둔 완구 도매시장에는 손님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지만 예년에 비하면 발길이 크게 줄었다는 게 상인들의 목소리였다. 기자가 보기에도 어린이날을 앞둔 것 치고는 생각보다 완구 도매시장의 거리는 한산했다.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완구도매 시장 중심가에 위치한 가게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다른 골목에는 문이 굳게 닫힌 가게들이 줄줄이 늘어섰다.

한 상인은 “작년 이맘때는 세월호 사고가 터지고 체육대회다 운동회다 모두 취소돼 대목에도 손님 구경하기 힘들었다”라며 “아직까지도 국민정서가 그 여파에 머물러 있어 매출은 내리막 길이고 대목을 앞두고 대량 주문도 많았었는데 이제는 그런것도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손님으로 가득 찬 한 완구매장 상인의 목소리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는 “손님이 많아 보여도 기웃거리며 구경만 하지, 실제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 지 한 번 보세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상인은 대형마트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나 같아도 가까운 마트에 가서 축구공이나 장난감 하나 사주고 말지 요즘 세상에 누가 여기까지 오겠어요? 이제 좋은 시절 다 갔죠”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동대문 완구 도매시장의 거리는 황금연휴와 어린이날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EBN

완구도매 시장 거리를 돌아다니는 소비자들의 90%는 엄마들이었다. 지인과 함께 방문한 주부 고객들은 요즘 유행하는 장난감 브랜드 및 가격 등의 정보를 공유하며 쇼핑을 즐겼다. 인기 제품인 카봇 시리즈 등을 구하기 위해 일부러 멀리서 왔다는 이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일부 깐깐한 주부 소비자들은 도매시장의 가격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보였다.

요괴워치DX를 3만원에 구매한 한 주부는 “1개 남고 전부 품절이라고 해서 3만원이라기에 일단 샀어요. 비싸게 산거죠?”라고 물으며 “마트처럼 가격표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찜찜하네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품은 대형마트인 이마트 및 롯데마트에서 3만5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 주부는 인기제품 중 하나인 ‘헬로 카봇 펜타스톰’을 들고 상인과 흥정에 나섰다. 이에 상인은 "10만5천원이면 최저가에요 어머니”라며 “도매가가 9만원 후반대에요. 이 가격에 팔면 얼마가 남겠어요”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 해당제품은 이마트 및 롯데마트에서 11만9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완구 제품이 더 싸게 팔리고 있음에도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는 게 익숙해진 고객들은 더 저렴하고 '흥정'의 미덕도 있는 완구도매시장에서 예전처럼 지갑을 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자구책에 나선 상인도 있었다. 시장 길 모퉁이에 자리잡은 한 상점은 인기제품인 ‘또봇 시리즈’정가와 할인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가격표를 큼지막하게 게시했고, 바코드와 컴퓨터도 비치해 5살 꼬마부터 어른까지 해당 제품가격을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상점은 고객이 직접 판매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가격표와 컴퓨터를 매장 곳곳에 비치했다.ⓒEBN

한 상점의 카운터 앞에는 ‘헬로 카봇 스타렉스 댄디 구급차’ 박스가 각각 다른 주소지를 붙이고 배송을 기다렸다. 곧 구슬땀을 흘리던 한 상인이 와서 “배달도 해드립니다”라고 활기찬 목소리를 내며 외주 물량을 차에 실었다.

대형마트의 성장과 경기 불황 등으로 시장을 찾는 이도, 주문건수도 줄었지만 그래도 상인들은 희망을 놓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목을 앞두고 예전같지 않은 시장 풍경이었지만 각자 살길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었다. 창신동 완구도매 시장 상인들은 그렇게 한시도 쉬지않고 지나가는 고객들의 발길만 바라봤다.

USD$	1378.5	▲0.5
EUR€	1473.8	▼0.4
JPY¥	886.5	▼0.5
CNY¥	189.7	▲0.2

[르포] ‘어린이날’ 특수 사라진 동대문 완구시장 가보니…

관련기사

전체 댓글 0

매매기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