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을 시작으로 재계의 연말 임원 인사가 본격화됐다.
지난 26일 LG그룹은 지주회사인 (주)LG를 비롯해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의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고, 12월 첫 주에는 삼성그룹 인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또 중순 이후로는 롯데와 SK, 현대차, 신세계그룹 등의 임원 인사가 연달아 진행된다.
올 연말 재계 인사의 관전 포인트로는 ‘신상필벌’, ‘구조재편’, ‘세대교체’ 등이 꼽힌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등 신흥국의 공세로 사업환경이 점차 어려워지는 가운데 각 그룹 창업주의 2~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과도기 속에 있기 때문이다.
재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각각 오너 3세인 이재용, 정의선 체제로의 재편을 앞두고 있으며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뒤를 이을 신동빈, 신동주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다.
이 같은 내우외환의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그룹의 안정을 위해 오너의 세대교체에 따른 임원 교체와 실적에 따른 신상필벌,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구조재편을 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내걸었다.
그러나 말이 간단하지 어떤 기준으로 인사를 단행한다고 해서 그 의도대로 회사가 흘러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완벽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가운데 창업주들의 인사 스타일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삼성, 현대, SK 등 국내 굴지 기업 창업주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향한 ‘신뢰’를 중시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사의 기본에 ‘신뢰’가 깔려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이병철 삼성 명예회장의 신념은 의심하면서 사람을 부리면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늘 “믿고 맡겼으면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며 일단 채용한 사람들에게는 대담하게 업무를 맡겼다.
현대가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것을 속이는 사람은 어차피 큰 것도 속이기 때문에 서로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었다.
또한 고 최종건 SK 창업주도 맡기면 100% 믿는 스타일이었다.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회고에 따르면 간단한 면접으로 일을 맡기고는 무조건 믿어줬다고 한다.
형제 사이도 마찬가지였다. 고 최종건 창업주는 주요사업을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에게 맡기고 일선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실적도 중요하고 코드도 중요하고 신성장사업 발굴도 중요하지만 이 모든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사 속에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국내외 산업환경이 점차 힘들어지는 지금 각 그룹들은 창업주 정신을 더욱 기억해야 한다. 어려울 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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