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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경 기자의 1일 판매사원 체험기] 몰려드는 설선물세트 주문, 중요한건 '스피드!'

  • 송고 2016.02.05 11:31 | 수정 2016.02.07 11:12
  • 이남경 기자 (leenk0720@ebn.co.kr)

설 과일 선물, 배·사과에서 천혜향·레드향으로 눈 돌려

타임세일로 생소한 브랜드 불티…'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위치한 하나로마트에서 기자가 고객에게 천혜향을 판매하고 있다.ⓒEBN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위치한 하나로마트에서 기자가 고객에게 천혜향을 판매하고 있다.ⓒEBN


"꼭지 한 번 보세요. 오늘 아침 제주도에서 막 올라온 거라 싱싱해요. 여기 표시된 카드로 결제하면 3000원 더 할인해 드려요. 하나 하세요, 어머니"

설 특수가 한창인 5일. 기자는 설 선물판매 일일체험을 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위치한 하나로마트를 찾았다. 하루 평균 방문객만 1만5000명, 하루 평균매출 12억원의 명성을 입증하듯 마트는 카트를 앞으로 끌기 힘들 정도로 고객들이 몰려 있었다.

전문가의 포스가 물씬 풍기는 판매사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고객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기자가 자리잡은 곳은 한라봉과 천혜향, 레드향 선물세트가 가슴 선까지 쌓여있는 과일코너. 면장갑을 끼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 쉰 뒤 본격적인 판매에 뛰어들었다.

◆생소한 과일들, 판매사원이라면 '제품 정보' 습득 필수!
"이건 몇 개 들어있나. 알이 너무 작은데. 더 큰 건 없어요? 당도는 몇이에요?"
당차게 작업개시를 하자마자 위기에 봉착했다. 천혜향 프리미엄 세트를 세심히 살펴보던 50대 주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질문을 폭탄처럼 쏟아냈다.

다른 직원의 도움으로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본격적인 판매에 앞서 정보습득은 필수였다. 특히나 천혜향, 레드향과 같은 비교적 생소한 과일들은 더욱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천혜향은 오렌지와 귤, 레드향은 한라봉과 귤을 교배한거에요. 천혜향이랑 한라봉은 새콤달콤하고 레드향은 더 달콤해요"

다른 매직원이 일러주는 말을 계속 되뇌며 중얼거렸다. 귀동냥으로 들은 멘트도 은근슬쩍 따라했다. '한라봉 13개 세트 4만7000원. 당도는 13.8까지. 꼭지가 올라온 한라봉이 맛있습니다' 멘트가 입에 붙자 판매에도 자신감이 살아났다.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기자가 고객의 카트에 사과박스를 실어주고 있다.ⓒEBN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기자가 고객의 카트에 사과박스를 실어주고 있다.ⓒEBN


손님들은 주로 4만원 중반대의 천혜향과 레드향 프리미엄 제품을 찾았다. 천혜향세트가 바닥을 보이자 상자 70개가 추가로 들어왔다. 이런 식으로 하루 10번은 다시 채운다고 하니 제품 당 하루 1000상자 정도는 나가는 셈이다. 무료배송이 끝나 손님들이 줄어든 상황에도 이 정도였다.

"한라봉 6개, 아니 7개 포장해주세요"
손님이 3개 이상을 한 번에 주문하면 직원들의 손길은 더욱 분주해진다. 하나씩 상자를 열어 상품을 보여준 뒤 일일이 제품을 포장해야하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손님을 생각하며 정신없이 상자를 포장했다.

어깨 넓이도 더 되는 상자를 포장하는 일이 버거웠지만 밀려드는 주문이 반갑기만 했다. 몇 시간 만에 장사꾼이 다 된 걸까. "어제는 한번에 70박스 주문이 들어왔어요. 정말 정신없었죠" 옆에 있던 판매사원이 아찔해하며 귀띔했다.

◆"우리 지역 과일이 크고 달아요!" 고객 붙잡기 전쟁
"자, 지금부터 4만4000원에 판매하던 배 1상자, 확 깎아 2만7000원에 드립니다"
마이크를 잡은 직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과일코너의 중앙으로 사람들이 무섭게 몰려들었다. 50개 한정판매되는 배 상자를 차지하기 위한 손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깐깐한 주부들은 그 와중에도 상자를 열어 상품을 확인하는 걸 잊지 않았다. 상품은 눈 깜빡할 사이 동이 났다.

"배는 나주가 유명한데, 이건 영암에서 나온거에요. 이렇게 인지도는 낮지만 품질이 좋은 제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해 손님들한테 맛보이는 거죠. 저희도 여기서는 마진을 조금 남겨요"

고객카트에 배 10상자를 한꺼번에 실은 직원 한 명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렇게 주중에는 5번, 주말에는 10번 정도 깜짝 타임세일을 열어 지역상품을 홍보한다고 했다.

"언니, 이거 하나만 다른 걸로 바꿔주면 안돼요? 색깔이 좀 이상한 거 같은데"
예기치 못한 고객의 요청에 당황하자 옆에 있던 배태랑 판매직원이 다른 상품을 꺼내 고객에게 보여줬다. 4년차 경력의 이 직원은 "가끔 이런 고객들이 있는데, 상품을 바꿔드리면 안돼요. 그땐 정중히 말씀드리거나 아예 다른 선물세트를 꺼내 보여드리면 돼요"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위치한 하나로마트에서 기자가 고객에게 천혜향을 판매하고 있다.ⓒEBN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위치한 하나로마트에서 기자가 고객에게 천혜향을 판매하고 있다.ⓒEBN


고객을 끄덕이며 웃음을 찾은 것도 잠시, 이번에는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다며 투덜대는 고객이 나타났다. "우리 집 앞이 더 싼 거 같은데. 이게 하나에 3000원꼴인 건데, 왜 이렇게 비싸요?" 이제 조금 판매에 익숙해진 기자가 웃으며 고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땐 제품의 품질과 선물포장비용을 설명하면 된다. 다양한 성향의 고객들이 찾는 마트인 만큼 적당한 요령이 필요했다.

천혜향 프리미엄 6상자를 다 열어본 뒤에야 겨우 하나를 고른 손님은 "맛있어야 되는데. 내가 먹을 거면 상관없는데 선물해야하니까"라고 양해를 구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중요한 명절에 하는 선물인 만큼 상품을 고르는 고객들의 눈에는 걱정과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 이를 잘 아는 판매사원들도 더 싱싱한 상품을 찾기 위해 몇 번이고 박스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일을 귀찮아하지 않았다. 홀쭉해진 지갑에도 고객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기대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하나로마트 한 관계자는 "과일은 설에 매출비중이 10%에서 20%로 늘어날 만큼 인기가 좋다. 마트 전체 방문객도 3만명까지 급증한다. 경기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고마운 분들을 찾아뵙는 설에는 굳게 닫혀있던 고객들의 지갑도 무장해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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