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재제 해제,사우디아라비아 포스트오일 시대 열어
중동 경제·문화 이해,국가별 접근 차별화, 위협요인 고려 강조
"중동은 포스코 그룹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기회의 장이며 철강을 비롯한 그룹 전체 사업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무대입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레터'에서 글로벌 경기 불황 속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서서히 봄기운이 움트고 있는 중동 시장을 다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준 회장은 “오랜 기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아오던 이란이 핵 포기에 합의하면서 30년 이상 닫혔던 시장이 열렸다”며 “아울러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도 석유 의존형 산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제조업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운을 뗐다.
포스코대우는 이란 비즈니스에 많은 경험을 갖고 있으며 현지 네트워크가 탄탄하다고 권 회장은 평가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Public Investment Fund)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현지에 조인트벤처(joint venture)를 세워 수주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권 회장은 “이러한 무형의 자산을 바탕으로 중동을 'POSCO the Great' 구현의 중요한 디딤돌로 만들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이미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사업들은 우리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고 그 토대 위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일궈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중동 경제·문화 이해 △중동 국가별 접근 차별화 △위협요인 고려 등을 강조했다.
우선 중동지역의 경제와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 권 회장의 생각이다.
중동은 역사적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였고 최초의 철기 문명이 태동한 지역이다.
권 회장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많은 시련과 격변을 겪기도 했다”며 “앞으로 중동 지역이 어떤 발전 경로를 밟을 것이고 글로벌 분업 구도 속에서 어떻게 포지셔닝 할 것인지에 대해 정확한 판단과 깊이 있는 예측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권 회장은 중동지역이더라도 국가별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르시아의 신비를 간직한 이란은 인구 8000만명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자랑하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 이래 경제 전반이 극도로 침체돼 있는 상황”이라며 “천일야화의 무대이기도 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지만 석유 이외의 화학, 시멘트, 기타 제조업 전반의 발전에 목말라 있다”고 부연했다.
즉 같은 중동지역이라도 국가별로 처한 상황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다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권 회장은 기회 못지않게 위협요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중동은 다양한 민족과 종교, 종파가 맞물려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가 상당하며 사업 리스크(business risk)도 무시할 수 없다고 그는 꼬집었다.
실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2010년 이후 공격적으로 수주한 중동 프로젝트에서 조 단위의 손실을 봤고 아직 8대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잔액이 12조원에 달할 정도다.
이에 대해 권 회장은 “비단 건설업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유가의 향배에 따라 신규 발주 중단이나 대금 지급 유예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결국 중동이 포스코그룹에 어떤 기회로 작용하게 될지는 회사의 준비와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것이 권 회장의 판단이다.
권오준 회장은 “영일만 모랫바닥에서 출발한 우리에게 중동의 모래사막은 결코 낯설지 않다”며 “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얻은 소중한 글로벌 경험 자산이 있으므로 서울 포스코센터 앞 테헤란로처럼 중동지역 곳곳에 포스코로를 만들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자”고 편지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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