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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의 세상돋보기] 추억은 결국 '사람'...벤츠코리아는?

  • 송고 2016.04.28 16:20 | 수정 2016.04.28 16:34
  •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추억도 A/S가 되나요' 행사...'상술'에 개인 추억까지 이용 비난

벤츠코리아는 대한민국에 어떤 추억으로 남을까

‘추억(追憶)에서’

박재삼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박재삼 시인(‘추억에서’ 중에서)

소중하게 간직했던 애장품은 ‘그것’을 만났던 시절의 얘기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꿈을 꾸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던 그때 그 시절, 유행가를 들으면 아련해진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다 못해 생명력을 얻어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하곤 한다. 무한도전 ‘나는가수다2’의 잭스키스편이 30~40대 초반 세대를 90년대로 소환시키듯.

이는 동시에 켜켜이 쌓이는 세월의 무게감에 주변인으로 밀려나지 않으려 발보둥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때문에 ‘박하사탕’ 영화를 보며 강렬했던 설경구의 “나 돌아갈래”라는 외침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 속 들키지 않게 남몰래 꼭꼭 숨겨둔 절규이기도 하다.

‘추억도 A/S가 되나요’

지난 15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대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 축구 감독에게 1989년형 지바겐(GE230 모델)을 복원해 전달했다. 벤츠의 클래식 자동차 복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행사였다.

벤츠의 지바겐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 축구 감독이 30년 전 독일 분데스리가 공격수로 활약했던 아마도 인생의 전성기 시절 함께했던 차인 만큼 개인적인 의미가 남달랐을 텐데, 차 전 감독은 벤츠의 성의에 감사를 표한 뒤 좋은 일에 써달라며 기증했다.

‘백 투더 퓨처(?)’

장사가 너무 잘되는 벤츠코리아가 새삼스럽게 ‘추억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차만 파는 곳이 아니라 ‘A/S도 잘한다’는 점을 홍보하려는 차원이다. 벤츠코리아는 2015년 전년보다 33.5%나 폭증한 4만6994대를 팔았다. 매출도 수입차로서는 처음으로 3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올해가 문제다. 몇 년간 급성장을 지속해온 수입차 시장이 올해부터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선임된 실라키스 사장으로서는 올해 사업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올해 1월 20일 열린 신년간담회에서 실라키스 사장은 갑작스럽게 벤츠코리아의 ‘에프터 세일즈’ 역량을 강조했다. 중고차 전시장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같은 달 22일 약 1만1000여개 부품 권장 소비자 가격을 최대 36%, 평균 2.7% 인하한다는 자료를 내놨다. 사후관리에 노력하겠다는 점은 고객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하고서는 다소 불편했다. 차량 사후관리 관점이 돈벌이에 맞춰져 있는 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실라키스 사장은 에프터 서비스(A/S)가 아닌 ‘에프터 세일즈(A/S)’를 얘기했다. 올해 성장 전략을 그동안 많이 판 차를 대상으로 부품 장사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르지 않았다.

장사를 잘하는 기업에 대해 딴지를 걸생각은 없다. 기업의 이윤추구를 방해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추억도 A/S가 되나요' 행사 뒤 복원된 ‘지바겐’ 차량이 차 전 감독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차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행사의 진정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차 전 감독이 탔던 지바겐의 현재 소유자가 SNS통해 사실을 알리기 전까지는 벤츠코리아와 그 소유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다. 벤츠코리아 측은 마치 차 전 감독이 직접 탔던 차인 것 마냥 분위기를 몰아갔다. ‘차 감독이 탔던 차’라고 하면 사람들은 고유명사(한대)로 알아듣고 쉽게 감정을 이입한다. 보통명사(일반적인 지바겐 모델)라고 하면 복원 기술에만 초점을 맞췄을 테니 벤츠코리아 측이 해당 사실을 드러내 강조하지 않은 것이다.

‘감동’으로 포장된 벤츠코리아의 싸구려 ‘상술’에 여지없이 속은 셈이다.

아마도 실라키스 사장은 ‘추억’을 팔아 부품사업이 잘되는 미래를 ‘백 투더 퓨처(?)’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추억에서’

다시 박재삼 시인의 ‘추억에서’를 떠올려본다. ‘울엄매’를 부르짖는 시인의 추억은 한 맺힌 가난이 아닌 바로 '어머니'일 것이다. 그것도 가난했던 어머니. 시인의 가슴 속 한은 가난했던 어머니를 다시 만나 상다리 휘어질 듯 밥 한끼 대접할 수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 추억이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부재의 대상에 대한 갈망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대한민국 사회에 벤츠코리아는 어떤 추억으로 남을까. 상류층의 전유물(?), 대한민국 법도 무시하는 잇속만 챙기는 회사(?), 아니면 진정성 없는 상술의 귀재(?).

어쩌면 ‘추억도 A/S 되나요’ 복원 프로젝트를 스스로 적용해 봐야하는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추억의 대상은 물건이 아니다. 그 물건과 함께 연결돼 있던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이다. 벤츠만 있고 정작 추억돼야할 사람들은 없는 벤츠코리아로 남는다면 얼마나 슬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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