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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의 세상돋보기] "어이가 없네?" 국민 때리고 흡족한 21C판 '아Q'

  • 송고 2016.05.25 18:12 | 수정 2016.05.25 18:12
  •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졸지에 죄인된 경유차 소유자...경유값 인상은 '벌'

미세먼지 문제 환경부의 단명한 원인 분석과 깔끔한 처방...'결국 국민 단죄'

“지금 내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네?”

영화 베테랑 중 유아인의 대사다. 돈과 빽없는 서민이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일 텐데, 오히려 정의롭지 못한 방법(돈)으로 권력을 움켜쥔 사람이 자신에게 굽실거리지 않는 약자들에게 무참하게 내뱉는 폭력과도 같은 한 마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권력 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던 대사였는데, 유아인의 독특한 뉘앙스의 연기력 때문인지 그 자체로 생명력을 얻어 재미있는 말이 됐다.

최근 환경에 대한 국민적인 경각심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안방의 ‘세월호’라고 일컬어지는 ‘옥시사태’로 한창 뜨거워지고 있는 와중에 ‘미세먼지’ 문제가 화려하게 등장했다.

대통령이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주문하자마자 환경부는 지난 16일 20개 차종의 배출가스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BMW 차량을 제외한 19개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닛산의 캐시카이에 대해서 배출가스 저감 조작의혹을 제기하며 폭스바겐에 이어 한국발 ‘제2의 디젤게이트’로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해 폭스바겐 사태 때만 하더라도 연비와 환경이라는 잣대에서 대체로 환경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였다. 정부가 뒷북을 치며 힘없는 모습을 보였고, 한국에서만 예외적으로 폭스바겐 차량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데, 늦겨울과 초봄인데도 어찌된 일인지 맑게 갠 날을 보기 힘들었다. 뿌연 하늘의 원인이 미세먼지로 지목되면서 국민적인 관심사가 돌변했다.

환경부는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진원지로 낙인찍은 뒤 곧바로 경유값 인상 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환경부가 주도하고 있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정부부처는 여론 흐름을 읽으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옥시사태’의 책임론을 뒤로 하고 미세먼지 이슈를 선점하며 경유값 인상이란 대책까지 일사천리로 주도권을 쥐고 나가는 것이 의기양양하다.

졸지에 경유차 소유자들은 미세먼지 책임을 뒤집어 섰다.

정부가 나름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발 빠른 모습을 보여주는 예도 드물다. ‘경유값을 올리면 경유차를 덜 타니 미세먼지가 줄어든다’는 솔로몬도 울고 갈 혜안책을 내놨다. 이런 내용의 대책을 듣는 순간, 포청천 마냥 깔끔한 대책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유차 소유자들 앞에 ‘개작두’를 대령하라는 명이 떨어진 셈이다.

어이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날아오고, 발전소가 늘어나고 경유차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간 환경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정작 이전에 환경에 있어 핫 이슈는 ‘이산화탄소 저감’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로드맵을 그리며 산업계에 CO2를 단계별로 줄이도록 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유로6 엔진이 적용된 경유차만 팔 수 있도록 규정됐다. 정작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에 있어 마땅한 규제수단 조차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민간에서 경유차의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끊임없이 지적했을 때도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클린디젤이란 명목으로 경유버스, 경유차 등의 저변 확대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써왔다.

그러던 정부가 갑작스럽게 미세먼지의 문제를 경유차로 돌리고 환경부를 중심으로 직접적인 소비억제 책으로 경유값 인상에 나서려하고 있다.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리겠다는 것인데, 화물차 업주들과 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다는 것은 정부로서 할 짓이 아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의 주범이나 다름없는 화물차들은 환경부의 대책에서 빠지게 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그 외 경유차 소비자들에게만 세금 부담을 지운다는 말 밖에 안 된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모욕을 받아도 저항할 줄 모르고 머릿속에서만 '정신적 승리'라는 자기 위안에 빠진 아Q’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Q는 재빨리 패배를 승리로 바꾸었다. 오른손으로 자기 뺨을 연달아 두어 대 힘껏 쳤다. 맞은 데가 후끈후끈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때린 사람은 자신이고, 맞은 사람은 또 다른 자신인 것같이 느껴졌다. 아직도 좀 후끈거리지만 마음이 흡족해져서 자리에 누웠다. 그러자 이내 잠이 들었다.” 루신의 <아Q정전> 중에서

환경부가 국민(경유차 소유자)의 뺨을 연달아 때리고 마음이 조금 위로됐다면, 남을 때렸을 때와 같이 기분이 좋아지며 흡족했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아Q'를 정부로 둔 불쌍한 백성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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