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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산산조각 産山造閣] 모방과 감정전염, 그리고 금융

  • 송고 2016.06.14 06:00 | 수정 2016.06.14 06:48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다수 고객 보유한 금융업, 정확한 역할 수행 위해 '감정전염' 되도록 경계해야”

2013년3월18일 코스피가 직전 거래일보다 18.32포인트 하락한 1,968.18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유럽의 키프로스 구제금융 사태로 촉발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뱅크런에 대한 우려로 분석됐다.ⓒ연합뉴스

2013년3월18일 코스피가 직전 거래일보다 18.32포인트 하락한 1,968.18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유럽의 키프로스 구제금융 사태로 촉발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뱅크런에 대한 우려로 분석됐다.ⓒ연합뉴스

“삼성은 모토로라와 노키아보다 훨씬 더 많이 애플 제품을 베꼈기 때문에 두 경쟁자를 제치고 엄청난 점유율을 차지하게 됐다.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만 번성하는 이유는 바로 이 베끼기 전략 때문이다.” 2013년 11월 필 실러 애플 부사장이 삼성과의 특허소송 과정에서 내밷은 말이다.

사실 애플 모방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삼성이 모방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그렇다고해서 모방을 비판 받아 마땅한 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어떤 면에서는 모방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유지, 발전시켜온 하는 또 하나의 성장 축이고 과정이기도 하다.

모방을 긍정적인 것으로 판단했던 미국 뇌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는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을 무의식중에 좋아하게 되고 그와 관계를 맺는다. 또 누군가가 자신을 흉내 내면 그에게 협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흉내 내기를 통해 사람들 간의 연대가 단단해진다고 생각한 그는 '모방은 사회적 관계의 윤활유'라고 칭송했다.

모방을 사람들 사이의 '감정전염'으로 본 것이다. 타인의 영향력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타인의 희로애락에 충분히 공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전염'이라고 부른다. 세월호 참사 때 국민 너나할 것 없이 애도하고, 2002년 월드컵 때는 모두가 함께 즐거워했다. 부서 한 사람이 우울감에 잠기면 그 우울감이 조직 전체를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처럼 감정전염은 선천적인 반응이며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금융인을 비롯한 전문직 종사자들은 '감정전염'을 되도록 경계하는 게 좋다.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흡수한다면 거기에 압도당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감정전염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벽을 세운다면 ‘마음 닫힌 전문가’라고 비난받기 쉬운 측면도 있다.

그래서 금융인들은 감정을 뛰어 넘는 '초연한 관심'으로 고객(타인)을 '비인간화'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어쩌면 타인과 조직에 더 나은 도움을 주기 위해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2011년2월17일 부산저축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를 당하자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에 예금자 수천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은행지점장이 나서 영업정지가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예금인출을 원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기번호표 1천여장이 순식간에 동났다. 감정전염으로 인한 대표적인 뱅크런이다. ⓒ연합뉴스

2011년2월17일 부산저축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를 당하자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에 예금자 수천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은행지점장이 나서 영업정지가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예금인출을 원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기번호표 1천여장이 순식간에 동났다. 감정전염으로 인한 대표적인 뱅크런이다. ⓒ연합뉴스

감정전염과 금융은 불가분의 관계다. 증시가 급락하거나 특정 종목이 하한가로 곤두박칠할 때 한푼이라도 더 건지려는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헐값에 파는 경우가 대표적인 감정전염이다. 대박 난 투자자의 무용담만 듣고 이를 모방하는 투자자 행렬도 마찬가지. 이같은 미세한 심리적 편향들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초인적 의지만이 투자에 대한 심리적 편향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뱅크런'도 감정전염에서 비롯된 경우다. 짧은 시간 예금이 대량 인출되는 사태를 말하는 뱅크런은 지구상의 모든 은행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은행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치자. 지금 빨리 인출하지 않으면 돈을 날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예금자들은 은행으로 몰려든다.

예금자보호법상 일정 금액(원리금 5000만원)까지는 예금보험공사에서 보호해 줌에도 불구하고 2011년 뱅크런을 불렀던 저축은행 사태가 꼭 그랬다. 6개월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의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에 며칠 사이 수천 명이 몰려 예금을 인출해갔다. 펀드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펀드런'이 속출한다.

감정전염은 실제 금융사를 망하게 할 정도로 무서운 힘을 드러낸다. '경제학자의 생각법'을 쓴 독일 경제학자 하노 벡은 "모든 예금주들이 은행이 망할 것으로 믿고 행동하면 실제로 은행은 망한다. 뱅크런이나 증시 폭락은 나라 전체의 금융 시스템을 송두리 채 흔들만큼 무서운 집단행동"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집단행동을 일으키는 감정전염은 몇년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대됐다. 페이스북 코어데이터과학팀은 직접적인 대면없이 게시글 만으로 68만9000여명의 감정이 전염된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좋은 글을 본 사람들은 더 긍정적으로, 나쁜 글을 본 사람들은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주식시장과 은행권과는 달리 감정전염은 보험에서는 다르게 나타난다. 보험은 가입자 개개인이 다른 위험(발병·사고)을 보유하기 때문에 각각 독립적인 속성을 지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식 시장에선 특정 주식을 산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같은 투자자들끼리의 공감대 형성이 쉬운 반면, 개별적인 사고를 당한 보험가입자는 ‘재수 없게 나한테만 불행한 일이 났다’는 강력한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에 강도 높게 민원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공무원, 경영자를 비롯한 금융전문가들은 감정전염을 경계해야 한다. 공직자들은 규제완화와 새로운 정책제도를 요구하는 금융 플레이어들의 요구사항을 듣는 경우가 많고, 금융인들은 부정적인 감정의 고객 민원을 자주 접한다. 기업 문제에 대한 처방전을 내리는 경영자도 감정전염을 조심해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한국처럼 국민 다수가 욱하는 감정을 갖고 있고 내면에 숨은 화병 문제도 만큼 감정전염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감정전염은 집단의 역동성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반대로 언제 어디로 뻗어나갈지 모를 불안정성도 내포한다. 어찌 보면 조직의 감정전염, 금융소비자의 집단행동은 금융사가 감내해야할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김남희의 산산조각 産山造閣] : ‘산을 쌓고 집을 짓는다’는 말 그대로 우리의 삶을 디자인하고 꾸려가는 금융 산업 전반에 대한 글이다. 이제 금융은 문제의 해법이 아닌, 일상의 제안이어야 한다. 지혜롭게 책임 있는 경영과 정책 제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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