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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저 친구는 나가면 안되는데…”

  • 송고 2016.10.24 17:54 | 수정 2016.10.24 18:00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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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을 접수하면 가장 먼저 나가는 직원이 누군지 아세요? 오라고 부르는 곳 많은 직원이 가장 먼저 손들고 나갑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어느 조선소 직원이 희망퇴직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하며 이같이 토로했다.

글로벌 1~3위를 다투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빅3’마저도 끝이 안보이는 불황에 결국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정든 직원들을 떠나보내고 있다.

채권단이나 정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각 조선소는 일정 비율 이상의 인원감축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약 10년 전 사상 최대의 호황기에 맞춰 설비와 인력을 늘렸던 만큼 경기침체기에는 부분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한때 ‘전차군단’으로 불리는 전자와 자동차업계를 제치고 수출 1위까지 올랐던 조선업계는 이에 따라 유능한 인재들이 잇따라 입사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부실과 상선 수주가뭄 등으로 인해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 같았던 봄날은 순식간에 혹독한 겨울로 바뀌고 말았다. 경기침체는 물동량 감소로, 물동량 감소는 운임 하락으로, 운임 하락은 선사들의 선박 발주 포기 및 폐선, 인도거부 등으로 이어지며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업계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경영위기 속에 불안감을 안고 근무하던 직원들의 귀에 들린 ‘희망퇴직’이란 단어는 조선소 전체를 어수선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업무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으며 생산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늘어나고 이는 조선소 분위기를 더욱 흉흉하게 한다.

“한국에서 조선업은 끝났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채권단 관계자, 정부 담당부처 공무원들이 눈엣가시처럼 보일 때 지인을 통해 은밀한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조선업계 말고 다른 길에 도전해보는 게 어때? 괜찮은 회사에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한때 조선소에서 근무한다는 한마디만으로 명절 때마다 친척들의 부러움을 샀던 유능한 인재들은 이제 명절에 친척들과 함께 하는 것이 꺼려진다. 뜬금없이 오랜 친구나 친척으로부터 오는 안부를 묻는 문자도 한두번이 고맙지 일상이 되면 불편하고 아예 읽기도 싫어진다.

그런 이유에서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사내 인트라넷에서 신상정보가 더 이상 검색되지 않는 것으로 유쾌하고 열정적이었던 그 직원이 이젠 한 식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오라는 곳이 많은 인재일수록 가장 먼저 희망퇴직을 신청한다는 자조섞인 한마디가 자꾸 귓가를 맴도는 요즘이다. 한국 조선을 이끌어가야 할 인재들이 너무나도 많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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