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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④] 가전 + AI = '굿프렌드' 될까?

'거실 전쟁' 벌이는 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음성인식 스피커…
삼성전자·LG전자·MS·인텔 등 AI 주도권 넓히기 행보 박차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6-11-24 17:01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1주일 동안 청소를 안해 바닥이 더럽습니다. "청소해"라고 말했더니 로봇청소기가 작동돼 방 곳곳을 훑습니다. 쇼파에 누워 TV를 보다보니 배가 고파지는군요. 이럴 때 스피커에 "도미노피자에 치즈 피자 레귤러 사이즈 시켜"라고 얘기하니 어느 새 따끈한 피자가 배달됩니다.

이 같은 모습은 벌써 우리의 생활상에 매우 가까이 와 있습니다. 모두 가전 분야에서 AI(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가속화로 인한 가정에서의 'AI 혁명'이죠.

최근 국내를 막론하고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최대 이슈는 AI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 LG와 같은 선도 기업들은 모두 AI 분야에서 R&D(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 생태계를 조성하고 차별화된 기술을 손에 쥐는지에 따라 주도권의 향방이 달렸기 때문입니다.

이 중에서도 최근 구글은 번역기에 AI를 입혀 독자들에게 '고품격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습니다. 이제 어색한 번역을 두고 했던 "번역기 돌렸냐"는 핀잔도 예전에 으레 했었던 "누가 물을 사먹냐"는 말처럼 점차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이전 기사>
☞"번역기 돌렸냐"는 말, 인공지능 발전으로 의미 바꿀까?

그렇다면 우리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가전 분야에서의 AI 접목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우선 현재 AI 기술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로봇청소기를 얘기해볼 수 있습니다. 로봇청소기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운항 시스템의 정교성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집니다.

삼성전자의 파워봇은 '셀렉트 앤 고(Select & Go)' 기능을 적용, 스스로 실내 평면도를 구성해 구역 청소를 해냅니다. 리모컨으로 원하는 장소를 가리켜 청소하는 '포인트 클리닝' 기능도 실었습니다. 유선 청소기로 방마다 플러그를 옮겨 끼우면서 허리를 숙이며 곳곳을 청소해야하는 수고를 줄인 것이죠.

LG전자의 로보킹 터보 플러스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탑재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집안 공간을 스마트폰 화면에 띄우고 청소가 필요한 곳을 터치하면 스스로 이동해 청소를 수행합니다. 또 홈챗 기능도 지원해 라인이나 카카오톡 등으로 명령어를 입력하면 청소를 시작·예약할 수 있습니다.

국내 중견기업인 유진로봇의 로봇청소기도 주목할만 합니다. 이 회사의 아이클레보 오메가는 1초에 20프레임 공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 매핑을 통한 정밀한 주행과 뛰어난 공간분석 판단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동하는 로봇의 정확한 위치 인식과 연관된 주행기술 관련 특허를 다수 적용해 이 같은 성능을 구현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5개 업체의 로봇청소기 5종을 대상으로 일정 공간의 청소영역을 스스로 빈틈없이 주행하는지를 시험해봤습니다. 이 결과 삼성전자 제품은 90% 이상의 공간을 청소해 매우 우수, 유진로봇과 LG전자 제품은 85%로 우수로 평가됐습니다.

또 마룻바닥에서 먼지, 치아시드, 조, 흑미 등을 청소하는 시험에서는 유진로봇, LG전자 2개 제품은 95% 이상을 청소해 '매우 우수'로 평가받았습니다. 기존 로봇청소기를 외면한 이유였던 어설픈 인공지능과 흡입력 모두 상당한 개선을 이룬 것입니다.

AI 기술의 발달로 사물인터넷(IoT)의 적용 사례 또한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이란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물들이 데이터를 공유해 이를 스스로 학습·분석하고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기능 기술을 뜻합니다.

코웨이의 최신 공기청정기 '듀얼파워 공기청정기 아이오케어(IoCare)'는 공기 질 빅데이터를 스스로 축적해 가정 내 공기질 유형에 따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가령 "우리 집 거실의 현재 실내공기질은 미세먼지 '매우 나쁨', 생활가스 '보통', 이산화탄소 '보통'입니다. 현재 외부공기질이 매우 나쁜 수준이므로 반드시 공기청정기 가동, 창문은 닫아주세요"라고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오염 상황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죠.

가전제품과 함께 거실을 지배할 AI 기기로는 '음성인식 스피커'가 꼽힙니다. 음성인식을 통한 AI 스피커는 개인 비서 서비스와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기능을 핵심으로 해 AI 가전과 동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는 내부에 음성인식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해 "알렉사, 오늘 날씨를 알려줘" 등 사용자의 질문을 받으면 인터넷을 검색해 답을 하거나 원격 서버에 저장된 음악을 재생하는 등 음성을 감지해 기능을 수행합니다. 에코를 통해 아마존 온라인 몰에서 상품을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구글의 '구글 홈' 또한 마찬가지로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음악을 재생하고 질문에 답을 해줍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으로서의 검색 기능,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의 체계성과 정확성을 높였습니다. '굿모닝'이라고 말하면 사용자가 위치한 지역의 날씨 정보와 교통 체증 상황, 구글 캘린더의 예정 스케줄을 알려주는 '센스 있는' 면모도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첨예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ICT 기업들의 행보는 현재 어떨까요.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 전략으로 AI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 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VIV Labs)'를 지난달 인수했습니다. 비브랩스는 애플의 음성인식 비서 '시리'의 핵심 개발자들로 구성된 업체입니다.

삼성전자는 이 업체의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과 가전에 AI 음성인식 플랫폼을 심는다는 계획입니다. 연간 출하량 3억대의 스마트폰에 스마트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더하면 수억대의 기기에 비브랩스의 AI 플랫폼이 탑재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삼성전자는 같은 달 IBM 왓슨연구소 팀장 출신인 김민경 상무를 소비자가전(CE) 부문 클라우드 솔루션랩장으로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LG전자는 인공지능 관련 상표 다출원 기업 1위 자리에 있습니다. 특허청 발표에 따르면 7월 기준 인공지능 관련 상표출원은 35건인데, LG전자는 이 중 15건(42%)을 차지해 가장 많습니다.

LG전자는 로봇 청소기, 스마트가전 등을 통해 확보한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 인식 기술, 자율 주행 기술, 제어 기술, 사물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B2B 로봇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입니다. 최근 LG전자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능형 로봇 서비스 도입 제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의 스마트공항 서비스를 위해 지능형 로봇, 사물인터넷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AI의 민주화'를 천명했습니다. AI의 민주화란 특정 집단이 아닌 개인이나 조직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AI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MS는 AI 관련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개발자들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방침입니다.

인텔은 기기부터 데이터센터에 이르는 전 영역에서 AI의 활용 확대 및 성장 가속화를 지원한다는 목표로 AI 포트폴리오인 '인텔 너바나 플랫폼 포트폴리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인텔은 스마트 공장에서부터 드론, 스포츠, 위변조 검사 및 자율 주행차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AI 기술을 위해 업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기술 옵션 세트를 개발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글로벌 ICT 업계의 경향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측면, 인공지능 알고리즘 및 머신 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의 인지능력을 모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 가전 제품의 소비형태도 빠르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전 세계 AI 시장규모가 1270억 달러에서 2017년 16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 관측했습니다.

임창환 한양대학교 생체공학과 교수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수학자들이 풀기 위해 노력하면서 수학이 발전한 것처럼 인공지능 분야도 이전까지 뛰어넘지 못한 벽이었던 바둑이라는 문제를 풀어내고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며 "차량 번호판 인식, 스마트폰을 통한 음악인식, 애플의 시리 등은 모두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힘입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된 것처럼 인공지능 기술들이 탑재된 여러 가지 새로운 디바이스와 서비스들을 접하게 될 것이다"라며 "어느 순간 인공지능인지 아닌지를 인지하기 전에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