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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UP&DOWN 365]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퍼스트무버 VS 패스트팔로어

15차례의 M&A 성공 이끌며 LG생활건강 반석 위에 올려놔
아모레퍼시픽의 로드맵 장단점 체크하며 안전가도 달려

이동우 기자 (dwlee99@ebn.co.kr)

등록 : 2017-01-12 09:23

▲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EBN

'M&A의 귀재'. 차석용 부회장 곁에서 늘 함께하는 수식어다. 그는 지난 2004년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15차례의 걸친 인수합병을 모두 성공시켰다. 차 부회장 영입 이전까지 생필품 기업에 불과했던 LG생건은 합병을 통해 음료사업과 화장품사업으로 확대하며 진정한 생활용품기업으로 변모해 갔다.

지난 2015년 총 매출이 사상 첫 5조원을 돌파, 지난 2005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총 45분기 연속 매출 상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가 M&A의 퍼스트 무버(선구자)로 불리는 이유다.

차 부회장의 신화적인 성공가도에 대해 누구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현재 매출의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화장품 사업 진출 과정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 2010년 더페이스샵 인수를 시작으로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차 부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의 로드맵을 그대로 답습하며 안전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의 역사와 LG생활건강 화장품부문의 성공 과정이 많은 부분에서 조응한다. 그를 패스트팔로어(추종자)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다.

◆M&A의 '퍼스트 무버'…LG생활건강을 반석위에 올려놓다
지난 2004년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외부인사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을 두고 재계는 LG그룹의 이례적인 일로 평가했다. 차 부회장의 인수합병 과정은 전반기(2007~2011년) 음료사업과 후반기(2010~2014년) 화장품사업으로 나뉜다.

그는 2007년 10월 한국코카콜라를 인수했다. 인수한지 1년도 채 안 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과 2011년 일본 아사히맥주가 보유하고 있던 해태음료를 품에 안았다. 인수 전 연간 400억원가량의 적자를 보던 해태음료는 지난 2013년을 기준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업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이전까지 생활용품 제조·판매 중심이던 LG생활건강은 빠르게 음료 사업 확대로 사업을 정비하며 성장세를 지속시켜 나갔다. 사업 초기 단계인 2005년 매출의 68.0% 가량을 차지하던 생활용품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음료 사업과 각각 26.6%(1조2322억원), 22.6%(1조466억원)의 일정한 비율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음료사업에 이어 지난 2010년 지금의 화장품 기업의 확고한 발판을 마련한 더페이스샵을 3889억원에 인수했다. 차 부회장이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 중 가장 막대한 자금이 투입, 당시 주위에서 무리한 M&A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차 부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화장품 산업으로 판단하고 관련 기업 인수를 되레 확대해 나갔다.

2012년 색조 화장품 강화를 위한 전략 사업으로 바이올렛드림(구 보브) 인수에 이어 2014년 CNP차앤박 화장품을 542억원에 합병했다. CNP는 지금의 맞춤형 화장품 기틀을 마련하는데 큰 기반이 됐다.

2010년 더페이스샵을 시작으로 지난 5년간 매출실적은 수직 상승했다. 2011년 3조4524억원, 2012년 3조3962억원, 2013년 4조3263억원, 2014년 4조6770억원, 2015년에는 5조3285억원으로 사상 첫 매출 5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LG생활건강은 글로벌 기업 존슨앤드존슨의 구강케어 브랜드 '리치'의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사업권을 인수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4조6367억원, 영업이익 7030으로 지난 2015년 세운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EBN

◆화장품 사업의 '패스트팔로어'…1인자를 답습하다
차 부회장이 화장품 사업에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빠르게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선두기업 아모레퍼시픽의 로드맵을 크게 활용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는 LG생활건강에 영입되기 전까지 화장품 사업과는 무관한 곳에서 일했다.

지난 1985년 P&G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2001년 해태제과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관련 경험을 쌓았다.

차 부회장은 화장품 사업 초기 준비된 2인자로서 선두 아모레퍼시픽의 사업을 쫓았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1997년 론칭한 한방 화장품 '설화수'가 히트를 치며 자리를 잡아가자 LG생활건강은 2003년 궁중화장품 '후'를 론칭했다.

궁중화장품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사 최고 럭셔리 화장품이라는 것과 관련 마케팅 기법 등 유사한 점이 많았다. 설화수는 지난 2015년 단일 브랜드로 매출 1조원에 돌파했고 후 또한 지난해 같은 기록을 세웠다.

패스트팔로어의 면모는 단연 로드숍 화장품 진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005년 이니스프리를 통해 로드숍 시장에 뛰어들자 LG생활건강은 2003년 론칭한 더페이스샵을 인수해 2010년 시장에 합류했다. 당시부터 두 브랜드는 똑같이 자연주의 콘셉트를 내걸며 시장에서 지금까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두 브랜드 간 매출 격차는 2015년 더페이스샵 6291억원, 이니스프리 5921억원을 기록하며 팽팽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기준으로 더페이스샵 4885억원, 이니스프리 5771억원으로 역전됐다.

중요한 점은 영업이익은 무려 5배가량 이니스프리가 앞선다는 점이다. 이니스프리는 1519억원, 더페이스샵은 379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차 부회장은 화장품 사업에서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줬지만 바꿔 말하면 해당 산업에서 퍼스트 무버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브랜드의 매출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M&A에서 그가 보여줬던 퍼스트무버로서 장기적인 사업 전략과 성공 노하우를 이제는 화장품 사업에서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