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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재용 구속, 구시대적 기업풍토 전환 계기 삼아야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7-02-17 10:50

17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되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삼성맨들은 일제히 고개를 떨궜다.

당장 정기인사나 갤럭시노트7 사태에 따른 후속처리, 갤럭시노트 S8 같은 신제품 전략은 물론 하만과의 9조원대 빅딜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이건희 회장도 와병 중인 마당에 구심점이 이탈하게 된 셈이니 후계구도 또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재계 전체도 ‘패닉’ 상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한국무역협회도 비슷한 취지의 논평을 냈다. 삼성 등 대기업들과의 협력관계에 대한 의존도가 큰 중소기업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총의 우려대로 삼성전자 한곳만 해도 국내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한다. 그런 삼성전자의 주력은 IT기기나 가전제품인 만큼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순실게이트 수사과정을 통해 드러난 삼성의 행위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과 친한 일반인을 상대로 웬만한 정부부처의 소규모 사업 예산인 2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냈다. 또한 1000명 이상의 실직자에게 일자리도 제공할 수 있을 만한 돈을 일반인에게 지원할 말 한필을 구입하는데 썼다.

특검의 주장대로 대가성을 바라고 행한 것이든, 재계의 주장대로 권력의 강압에 의한 불가피한 것이었든 간에 군사정권시절에나 횡행했던 폐단이 재현된 것이라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이제는 이런 지긋지긋한 구세대의 악습을 놓아야 할 때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라 했다. 비록 타의적이라도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이 먼저 하지 않으면 앞으로 과연 누가 나설까.

지나친 오너 의존 경영도 구시대적이다.

물론 현재의 대부분의 대기업이 오너일가의 손에서 일궈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경영일선에서 빠진다고 회사가 망하고 국가 수출이 흔들릴 정도로 우리 기업들의 기반이 약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너 한명 빠져서 국가경제가 무너진다고 불평 늘어놓을 시간에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세계 어디를 가도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나 싶다.

어차피 국민의 절반이 삼성전자 휴대폰을 사용하는 상황이다. 기자 역시 삼성 휴대폰을 쓴다. 국내를 통틀어 봐도 삼성전자가 정말로 망하길 바라는 이는 드물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은 물론 국내 대기업의 구시대적 관행이 철폐되고 더욱 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랄 뿐이다.

정치권이나 사정당국도 시류에 편승해 무조건적인 때리기에 나설 것이 아니다. 균형잡힌 정책 콘트롤타워 기능을 해주고, 기업하기 좋은 법안을 발의해주는 것이 진정한 부국강병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