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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도 역량'…한국투자증권, 저등급 직원 영업서 배제 '빈축'

한국투자증권 지난해 직원 2명이 연이어 50억 횡령 등 금융사고 일으켜
일부 직원에 '경멸'의 주홍글씨 찍을 수 있다는 우려와 부작용 사례도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7-03-20 14:19

▲ ⓒ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임직원의 동의 하에 전직원 신용등급 조회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신용등급이 낮은 직원에 대해서는 고객 접점 근무를 제외시키고, 사고 개연성이 적은 부서에 배치했다.

저신용등급 직원을 영업일선에서 배제한 한국투자증권의 초강수를 둘러싸고 관련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회사측은 연이어 발생한 직원사기 사건을 방지하겠다는 차원의 인사 개혁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영업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한 부득이한 사정으로 부채를 짊어지거나 신용불량자가 된 직원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황영기 대표가 강도높은 정도영업을 선언한 2001년 삼성증권의 경우 인력 이탈, 기강 저하 등 후폭풍을 치른 바 있다.

금융당국은 저신용등급자를 고객 접점에서 제외하는 방침에는 수긍하지만 강압적으로 단행할 때에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임직원의 동의 하에 전직원 신용등급 조회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신용등급이 낮은 직원에 대해서는 고객 접점 근무를 제외시키고, 사고 개연성이 적은 부서에 배치했다.

또한 위법행위에 대한 내부고발 의무를 강화해 조직 기강을 보강했다. 적발시 징계수위와 구상비율도 상향 적용했다. 고객에게 손실보전 또는 수익보장 각서를 제공하거나 고객과 사적 금전거래가 적발되면 최대 '면직'까지 조치 가능토록 징계 수위를 상향하면서 근무기강 엄수와 단호한 대처를 당부했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잇따른 금융사고 재발에 대한 예방과 경고 차원이다. 연초 유상호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금융사고 제로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포한 데에 따른 후속조치다.

▲ 증권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돈을 다루는 금융회사의 경우 금전적 유혹에 휘말릴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직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수록 고객에게 피해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지난해 영업점 직원의 사적 금전 거래로 인한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예방 대책을 수립, 실시해 왔다. 1차적으로는 대고객 관련 공지를 활성화했다. 내부신고자 제도도 더했다.

올해 들어 자정 작업은 강도를 더욱 강화해 전 직원의 신용등급을 조회해 등급이 낮은 직원은 영업점 근무에서 제외시켜 2월말 인사에 반영했다. 여기에다 한 지점에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영업능력에 관계없이 다른 지점으로 이동 발령했다. 가려져 있는 사고를 들춰내기 위한 조치다.

회사 측은 "이러한 과정에서 금융회사에 잠재해 있을 수 있는 금융사고가 드러날 수 있다"면서 "당사는 시행 초기에는 반발과 불만이 많겠지만, 환부를 깨끗하게 도려내는 수술을 감행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직원을 적발돼 면직 조치했다.

이같은 한투증권의 강력한 조치는 앞서 발생한 금융사고를 일으킨 직원이 신용불량 상태였던 점을 감안해서다. 지난해 한투증권 직원이 고객 돈 20억원을 포함한 50억원 규모의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연루됐고, 이 건의 피해자들이 "증권사의 직원관리에 문제"라고 항의하면서 직원 관리 시스템 부재가 드러났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한발 물러선 채로 관망하고 있다. 금감원 금융투자국 관계자는 "금융사고 예방 차원에서 급여가 가압류된 직원과 신용상태가 불량한 직원에 대한 집중 관리를 제안한 바 있지만, 강제적으로 신용불량자를 영업 일선에서 제외하라고 권고지침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용불량자의 영업 업무를 제한할 마땅한 법적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돈을 다루는 금융회사의 경우 금전적 유혹에 휘말릴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직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수록 고객에게 피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유상호 사장이 연초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조치라도 실시해 고객에게 신뢰받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직원 신용조회를 하지 않고 있는 증권사를 비롯, 금융사들의 반대도 만만찮다. 본의 아니게 저신용등급이거나 채무불이행이 된 직원에 '경멸'의 주홍글씨를 찍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낙인과 편견으로 일상 근무생활에서 배제되어선 안된다는 의미다. 또한 강력한 정도영업 방침을 내렸던 삼성증권은 부작용으로 영업직원들의 인력유출 현상을 겪은 바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을 반영한 직원 영업점 배치, 배제 조치를 한 한국투자증권의 입장은 이해하겠지만, 이렇게 강도높게 전격 실시한 부분은 파격에 가깝다"면서 "잇따른 금융 사고가 터져 몇몇 사람 때문에 회사 명성이 실추한 부분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오너입장이었어도 같은 조치를 취했을 것이지만 내부 직원들의 공감을 최대한 얻어 자연스럽게 진행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EBN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등 주요 증권사를 파악한 결과,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는 신용불량자 파악이나 대고객 영업 업무 제한 같은 관리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옛 대우증권은 기존에 직원 채무불이행과 신용불량 여부를 조회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통합 미래에대우에서 신용불량자 관리 체계를 조율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2002년 황영기 대표이사가 강도높은 정도영업을 추진하면서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직원의 고객상담업무를 제한해 왔다. 신용불량등록이 해제됐다해도 최소 6개월 이내에는 영업활동을 재개 할 수 없게 했다. 전담투자상담사 및 투신상담사의 경우는 신용불량자 등록과 동시에 계약을 해지 하기로 했다.

삼성증권 정주영 전무는 “이번 조치는 고객에게는 신뢰감을 주고 직원들에게는 사고예방 및 고객중심의 영업자세를 상기 시키는 것으로서, 본인 스스로 신용상태를 수시로 확인 하도록 교육시키는 등 사후 처벌 보다는 사전 예방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