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미러리스 카메라 'X-T20'으로 촬영한 꽃 사진.ⓒEBN

이것저것 재지 않고 편하게 친해질 수 있는 친구를 닮은 카메라다. 또 달리 표현하자면 스타일은 복고인데 각종 최신문물에 능한 얼리어답터. 후지필름의 하이엔드 미러리스 카메라 'X-T20'이 그렇다. 성능은 하이엔드지만 인터페이스는 카메라에 익숙지 않은, '기계치'인 사람도 단시간에 익힐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후지필름 X-T20을 들고 서울 남산공원 등 근교를 촬영해본 결과 이 같은 느낌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우선 외관을 보면 후지필름만의 레트로 디자인에 군더더기 없는 조작부는 간결한 매력을 전달한다. 바디 디자인은 전작 X-T10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 받았으며, 마그네슘 합금 소재를 사용해 견고하면서도 가볍다. 크기는 118.4mm x 82.8mm x 41.4mm에 무게는 배터리 및 메모리 카드 포함 약 383g이다. 여기에 SLR 스타일의 뷰파인더와 직관적 다이얼로 사용자가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상단부에는 드라이브 다이얼, 셔터스피드 다이얼, 노출보정 다이얼 3개가 위치해 있다. 이들 다이얼만 다룰 줄 안다면 X-T20의 거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또 다이얼을 돌릴 때 느껴지는 경쾌한 감촉은 클래식한 수동카메라의 느낌을 구현한다.

셔터스피드 다이얼과 렌즈의 조리개 링 설정을 조합하면 카메라 전원이 꺼져 있더라도 프로그램, 셔터우선, 조리개우선 및 수동을 포함한 노출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노출보정 다이얼을 통해 노출을 최대 ±3 스탑까지 보정할 수 있으며, 다이얼의 'C' 포지션을 눌러 최대 ±5 스탑까지 노출 보정이 가능해졌다. 드라이브 다이얼에는 동영상 옵션이 추가돼 녹화 모드로 즉시 전환 가능하며 풀HD 및 4K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후지필름 미러리스 카메라 'X-T20'으로 촬영한 꽃 사진.ⓒEBN

후지필름 X-T20은 2430만 화소의 X-Trans CMOS III 센서와 X-Processor Pro 엔진을 탑재해 이미지와 함께 비디오 촬영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센서의 판독 속도가 우수해 고속 연사 모드에서의 카메라 응답 시간, 고정밀 AF 추적, 고속 라이브 뷰 및 고화질 동영상 성능이 향상됐다. X-T20의 X-Processor Pro 이미지 처리 엔진의 처리 속도는 이전 모델에 비해 약 4배 빨라졌다.

센서 성능의 향상으로 자동초점(AF) 성능도 발군이다. 91개의 초점 포인트와 뛰어난 위상차 검출 시스템, 업그레이드된 알고리즘을 통해 0.06초의 빠른 AF 스피드를 실현했으며, 5 종류의 연속 초점 모드(AF-C 모드)를 통해 움직이는 피사체도 빠르게 초점을 잡아낸다.

'X-T20'으로 촬영한 사진.ⓒEBN

여기에 정전식 터치스크린(스마트폰처럼 화면에 손가락 등 전도체를 갖다 대면 센서가 작동해 터치가 되는 방식)을 통해 터치 슈팅, 터치 AF, AF 영역 이동 등 3가지 모드의 터치 AF가 가능, AF 영역 설정이 훨씬 수월해졌다. 다만 터치 방식의 메뉴 조작은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쉬운 점.

그러나 X-T20은 80여년 이상의 필름 명가인 후지필름만의 색감이 차별화 포인트다. 예전부터 후지필름의 이미징 기술은 특히 피부색을 잘 표현하기로 널리 알려진 터. X-T20의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는 후지필름 고유의 발색 기술을 담아 마치 서로 다른 사진 필름으로 바꾸듯이 피사체, 촬영 조건 및 창의성에 딱 맞는 풍부한 색상과 색조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X-T20'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에서 '선명'(위), '아크로스'(아래)로 촬영한 강아지 사진.ⓒEBN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는 각 장면을 기억하는 대로 색상을 충실히 재현하는 프로비아(PROVIA), 예술적 효과를 강조하는 클래식 크롬, 자연스러운 피부 색조를 재현하는 프로 네거티브 하이(PRO Neg. Hi), 전통적인 흑백 사진 효과를 제공하는 새로운 아크로스(ACROS)까지 총 15가지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X-T20을 체험해보면서 인상적인 기능은 흑백 필름 아크로스 모드였다. 미세한 질감과 깊은 블랙, 부드러운 색조를 표현하는 아크로스 모드는 흔한 풍경 사진도 피사체로 담은 순간과 장소에 무게감, 깊이를 준다.

아크로스와 유사한 모노크롬 모드는 3가지 필터 옵션(옐로우, 레드 및 그린)을 제공해 우아한 흑백 사진을 제공한다. 화면에 표시된 지침에 따라 카메라를 상하좌우로 움직여 여러 프레임을 촬영한 후 이들 프레임을 합쳐 파노라마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다.

'X-T20'에서 모노크롬 모드로 촬영한 사진.ⓒEBN

고급 자동 장면 인식 모드(SR AUTO+)를 선택할 수 있는 레버가 바디에 장착돼 있어 카메라 조작이 서툰 사용자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와이파이 연결로 후지필름 카메라 리모트(FUJIFILM Camera Remote) 앱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설치하면 원격으로 카메라를 조정하거나 카메라에 저장된 이미지를 보고 전송할 수 있다.

X-T20을 체험해본 결과 외적으로는 카메라 본질적인 요소에 집중한 미니멀리즘 디자인, 내적으로는 후지필름만의 풍부한 색감으로 다가오는 여름철 가벼우면서도 성능 좋은 카메라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추천할만한 카메라다.

특히 가성비를 따질 수 있는 기종이다. 189만9000원짜리 후지필름 플래그십 미러리스 X-T2의 성능을 물려받으면서 4K 촬영 및 터치스크린이 가능하고, 가격은 타사의 중급기 미러리스 가격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X-T20은 블랙, 실버 두 가지 컬러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바디 99만9000원, XC16-50mm 렌즈 키트 109만9000원, XF18-55mm 렌즈 키트 139만9000원이다.

기존 카메라에서 이것저것 커스텀 모드를 설정하는 일련의 과정이 번거로운 소비자들에게도 X-T20은 좋은 선택지다. 별다른 모드를 설정하지 않아도 오토 모드가 잘 세팅돼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나온다. 편하게 휴대하면서 사진 잘 찍히는 카메라, X-T20였다.

후지필름 'X-T20'.ⓒ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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