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성장엔진 석유→배터리 전환…10조원 투자

송고 2017.06.01 11:01 | 수정 2017.06.01 11:03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석유산업은 알래스카, 배터리산업은 아프리카 초원

김준 총괄 사장 간담회서 "제대로 배팅" 의지 밝혀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

지금의 SK이노베이션을 만든 것은 8할이 석유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이 이 석유사업에서 벗어나 배터리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죽어가는 시장에서 벗어나 이제 막 태동하는 시장에서 뛰어 놀겠다는 뜻이다.

1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경영전쟁터를 알래스카에서 아프리카 초원으로 옮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딥체인지1.0으로 짧은 여름과 긴 겨울의 알래스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지속 성장을 위해 아프리카의 초원으로 옮기는 딥체인지2.0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는 전 CEO인 정철길 전 부회장이 한 얘기로, 최근 1~2년간 발생한 정유산업의 최대 호황이 북극 알래스카의 짧은 여름과 같다는 말에서 나왔다.

춥고 척박한 알래스카에 비해 아프리카 초원은 그야말로 생물이 성장하는데 최적의 환경이다. 김 사장은 석유산업을 알래스카에, 차기 핵심성장사업으로 지목한 배터리산업을 아프리카 초원에 비유했다.

석유산업은 여전히 세계 최대 에너지 분야이지만, 성장성이 거의 끝나 이제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수출만 봐도 알 수 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수출량은 4억4882만배럴, 4억7743만배럴, 4억8772만배럴로 연평균 4% 성장, 지난해에는 2%밖에 성장하지 않았다. 특히 같은 기간 수출액은 490억달러, 301억달러, 244억달러로 오히려 크게 감소했다.

이에 비해 세계 배터리 시장은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25GWh였던 배터리 시장은 2020년 110GWh, 2025년에는 최소 350GWh에서 최대 1000GWh로 성장이 예상된다.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전기차는 인류의 모든 기술력의 집합체로서, 석유를 사용하는 엔진차량을 급속히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총 10조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가장 많은 금액이 배터리사업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빠르면 올해 안으로 유럽 배터리셀 생산공장에 착수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독일 자동차메이커 다임러그룹이 요구조건으로 인근 지역에 배터리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다임러그룹은 카멘즈 지역에 대규모 제2 배터리모듈공장을 준공했다.

김준 사장은 "여태까지는 배터리 사업을 조심스럽게 해 온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본게임이 시작됐다. 원가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제대로 배팅을 해 볼까 한다"고 강한 자심감을 내비쳤다.

SK이노베이션은 한번 충전으로 500Km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18년까지, 700Km까지 갈 수 있는 배터리는 2020년 초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계 배터리시장 점유율을 2020년까지 10%, 2025년까지 30%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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