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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증권살롱] '4차 산업혁명' 붐…개인이 원하는 문화 간파가 먼저다

인간 삶 변화에 대한 관심 없이 수혜주·수혜업종만 건져올리려는 증권가
인문학계 "미래사회에 개인은 어떤 문화 원할지에 대한 감성적 간파 필요"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7-06-02 11:07

▲ EBN 경제부 증권팀 김남희 기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세간의 기대와 관심이 높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를 담지 않으면 정책과 사업모델에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육체노동에 이어 정신노동, 창작영역의 자동화가 핵심인 4차 산업혁명은 경제와의 연관성이 깊어지면서 대선과 정책 세일즈 및 미래 수익창출이란 이슈에서 뺄 수 없는 어젠더가 돼 있다.

여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시장 흐름과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인적자원은 풍부하지만 이외의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경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이번 역시 금방 끓었다 식는 냄비 근성이 발현될까 걱정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다소 그럴 듯한 어젠다에 힘입어 수혜주 찾기에만 골몰해 있는 금융권의 단선적 사고방식을 경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을 한발 떨어져 보는 건 어떨까. 경제와 기술 관점이 아닌, 비경제적인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문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란 ‘기술변화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라는 기본 명제를 분석하는데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2016년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rth Industrial Revolution)’라는 주제로 각국 정상들이 논의하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소위 돈벌이 변화에만 골몰하고 있지만 실제 다보스포럼에서는 보다 본질적인 이야기가 논의됐다. 기술혁명이 경제, 사회, 인류의 행동양식에 초래할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는 게 인문학계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미래에 개인은 어떤 문화를 원할 지에 대한 감성적 간파가 필요하단 뜻이다.

이 같은 기로에서 증권업계는 인문학자인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의 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삶의 변화를 '서드라이프(Third Life)'라고 명명했다. 말 그대로 '제3의 삶'의 시대를 뜻한다.

현실공간에서 물리적 삶을 사는 단계가 '퍼스트라이프'라고 한다면, 가상공간에서 잠깐이나마 흥미로운 허구를 사는 단계는 '세컨드라이프'다.

이는 미국에서 인기를 누렸던 '세컨드라이프'라는 게임에서 차용된 개념으로 가상의 연인과 결혼하고 가상의 직장을 다니는 게임에 심취한 이용자들은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한 삶을 가상공간에서 보상받고 싶어 했다.

▲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소위 돈벌이 변화에만 골몰하고 있지만 실제 다보스포럼에서는 보다 본질적인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기술혁명이 경제, 사회, 인류의 행동양식에 초래할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논의가 다뤄졌다는 게 인문학계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 다음의 '서드라이프'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3D프린터', '홀로그램', '증강현실'이 만든 초현대 하이퍼사회의 라이프스타일로 정의한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의 연계다. 편리성을 위해 고안된 기술력이 편리를 뛰어넘어 놀이와 같은 경험 컨텐츠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바람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업, 업종, 수혜주를 세일즈하기 전에 우리의 본질적 삶의 변화에 주목했으면 하는 것이다.

예술과 문화, 기술과 과학이 결합을 뜻하는 4차 산업혁명은 이전과 다른 방식의 문화 콘텐츠, 라이프 스타일로 연결될 것이며, 이용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위해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혜주 찾기' 같은 접근은 하나의 답만 내놓는 '콘텐츠'(Contents)적 접근이다. 전체 맥락을 중시하는 '콘텍스트'(Context) 관점의 스토리텔링이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기술혁명은 새로운 삶의 영역을 열어주는 매개다. 이 낯선 매개가 열게 될 새로운 삶은 아직 실체를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야 할 지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