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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차산업혁명시대 '보안학과'가 뜬다구요?

정보보안과정 개설 단기간 취업 홍보 사설학원 기승
장기적인 안목 인재양성 고려돼야

김언한 기자 (unhankim@ebn.co.kr)

등록 : 2017-06-08 09:27

"너무 급하다. 잉여인력이 생길 수 있다."

한 정보보안학과 교수는 보안인력 양성을 위한 현 교육세태를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보안학과의 유망성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의외의 답이다. 교육기관들이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수급에만 몰두한 나머지 단기간 내 인력을 쏟아내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같은 현상은 보안전문가가 미래 유망직종으로 꼽히면서부터 나타났다. 사설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현재 정보보안과정을 운영 중인 학원의 수는 가늠조차 어렵다.

문제는 이같은 교육기관들이 단기간 내 인력양성을 목표로 하면서 수강생들로 하여금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대다수는 단기과정을 통해 속성으로 취업이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기초과정에서 취업반까지 '8개월'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 인력양성에 목표를 둔 교육은 보안산업의 직업 안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단기간 습득을 위해서는 취약점 분석과 같은 공격성향 중심의 교육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 테크닉 중심의 훈련을 받은 인력이 대거 배출되면 관련 분야 희소성이 빠르게 감소한다. 현재 여러 교육기관들이 관제, 해킹교육에 치중함에 따라 관련 산업의 가치를 희석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기업이 4차산업혁명시대 보안인재에게 요구하는 능력은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는데, '사고 대응'의 관점에서만 키워진 인력은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에게 고용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대학들이 관련 학과 수를 늘리면서 야기할 수 있는 수요-공급의 불일치 현상이다. 지금까지 보안인재 수요는 많은 반면 공급이 적었다면 상황이 역전된다.

현재 정보보안학과 및 관련 학과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의 수는 49개로 추산된다. 2010년까지 10여곳에 불과하던 학과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보안학과 졸업자 수는 68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신설된 보안학과의 입학생 숫자를 고려하면 3~4년 후 2000명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문제는 이들을 감당할 수 있는 '당분간' 일자리 수요다. 대학, 사설학원 등을 통해 인력을 폭발적으로 배출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안정된 수요-공급 상태로 이행하는 데 정체가 길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요-공급간 균형은 가능하지만 향후 2~4년 동안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 정보보안학과 교수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안인재 양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여러 교육기관들이 충분치 않은 훈련으로 당장의 인력수급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사회의 요구를 악용하는 교육방식을 경계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