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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한숨 돌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과제

조원태 사장, 대한항공 제외한 그룹 전 계열사 대표이사직 사임
정부 규제에 따른 피해 최소화 방안의 일환…조종사 노조와의 갈등 해결 '숙제'

이형선 기자 (leehy302@ebn.co.kr)

등록 : 2017-06-16 14:45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대한항공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대한항공을 제외한 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는다. 대한항공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투명한 경영문화 정착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또 새 정부가 재벌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상황에서 일감 몰아주기 대상으로 지목돼온 가족회사 유티컨버스의 지분도 함께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은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조 사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계열사는 한진칼·진에어·한국공항·유니컨버스·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다.

조 사장은 이번 결정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도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투명한 경영 문화 정착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지배구조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 것을 예상한 선제적 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 사장은 이미 실질적인 오너 후계자로 지목돼 그간 그룹 내 요직에 올라 실무 경험을 쌓으며 경영 승계 수업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2013년 8월 설립된 지주사 '한진칼'과 핵심 계열사들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며 경영 보폭을 넓혔고, 그 결실로 올 초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장에 취임하는 등 한진그룹의 3세 경영에도 가속도가 붙었던 터다.

공정위가 지난 3월부터 45개 그룹의 225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총수 일가와 관련한 내부 거래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그룹 내 IT 계열사인 유니컨버스는 조 사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가족회사로 그동안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꼽혀왔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대한항공이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 등과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4억3000만원을 부과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조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 공정위가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대상으로 갑질 근절과 관련한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앞서 재벌 개혁 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만큼 향후 3세들의 경영이 본격화된 대기업들에게는 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대한항공
이번 결정으로 조 사장은 정부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워진 한편 여러가지 측면에서 발생되는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자명하다.

또한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인 조 사장이 대한항공에 더욱 집중하게 되면서 그룹 측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핵심 계열사로 성장, 향후 그룹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한 대한항공은 우호적인 업황과 여러 가지 긍정적인 요인들로 안정적인 영업 실적을 내고 있다. 바로 이 점도 그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객과 화물부분의 고른 실적 호조가 이어지며 올해 영업이익은 약 1조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1조 클럽 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업계 전반에 여객 부분의 호조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올해 말 제 2여객 터미널 개장과 델타항공의 JV(조인트벤처) 체결에 따른 장거리 노선 확대 효과는 실적 개선세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해 초 457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된데 이어 최근에도 3억 달러(한화 3370억원)에 달하는 30년 만기 영구채 발행에 성공해 부채비율이 1분기 대비 약 90%포인트까지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모든 상황들이 우호적인 가운데 이제 조 사장에게 남은 과제는 현재 진행 중인 조종사 노조와의 협상 타결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임금인상률에 대한 노사 양측 의견 대립이 여전해 장기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이상 끌어온 문제였던 만큼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초 노사는 올해 초 조 사장의 취임으로 화해무드를 보이는 한편 감정대립이 다소 해소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가진 여러 차례 교섭에서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조는 다시 강경태세로 전환한 상태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14일 인천공항에서 올해 첫 장외집회를 열기도 했다. 조종사 유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법 파견 등 부당한 회사 측 정책에 항의하는 등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조 사장이 취임 후 연일 '소통 경영'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여왔던 것과는 달리 여전히 조종사 노조와의 해묵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있는데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