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측, 산업은행 등 채권단 최후통첩에도 ‘묵묵부답’
기존입장 고수하며 반전 기대, “문재인 정부만 나서면…”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 압박에 궁지에 몰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택한 전략은 ‘버티기’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한 그룹 재건의 꿈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데다 마침 문재인 정부도 국내기업의 기술력이 중국기업에 넘어가는 것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21일 ‘더블스타로의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시 경영진 퇴진 및 추가지원 중단’이라는 채권단 입장과 관련해 “당분간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강수를 초래한 계기가 된 상표권 문제에 대해서도 향후 20년간 0.5%의 요율로 허용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지난 20일 예정대로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와 매각협상을 추진할 예정이며, 따라서 박 회장 측이 상표권 문제에 적극 협조할 것을 통보했다.
현재 산은은 박 회장 측이 보유 중인 금호 상표권을 0.2% 요율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지난 3월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으면서 이 조건으로 상표권을 쓰게 해주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산은은 만약 상표권 문제 등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된다면 추가 지원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또 박 회장 측에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현 금호타이어 경영진 퇴진 및 우선매수권 박탈을 추진키로 했다. 물론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거래관계 유지도 전면 재검토된다.
현재 박 회장 측은 금호타이어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채권단에 금호홀딩스 지분 40%를 넘긴 상태다.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무산돼 추가 지원이 끊겨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라도 되면 자연히 산은 측은 담보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
즉, 채권단에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을 넘기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대부분의 지분과 채권 역시 산은이 보유 중이기 때문에 거래가 끊기게 되면 곤란한 것은 박 회장 측이다.
추후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채권단과 더블스타와의 최종계약 무산을 노렸던 박 회장 측으로서는 그나마 있던 가능성마저 날려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박 회장 측은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수년간 채권단과 대립각을 세워온 만큼 쉽게 물러설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는 없으나 당분간 정부 눈치를 보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금호타이어 매각건은 금융논리로 풀 것이 아니라 국익과 일자리 등을 감안해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더블스타 등 현재 매각협상이 진행 중인 특정기업을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2008년 중국 상하이차의 ‘쌍용차 먹튀’ 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박 회장 측으로서는 문재인 정부가 당분간은 여력이 없더라도 내각구성 등 정권 초기 과제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 금호타이어 매각건에도 모종의 액션을 취하고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산은이 박 회장 측을 압박하는 모양새이기는 하나 산은의 경우 새 정부 들어 인사가 어떻게 단행될지 모르는 데다 비금융 자회사 조속 매각이라는 원칙이 있어 시간에 쫓기는 입장”이라며 “반면 공식적으로 이번 매각 테이블에서 만큼은 발을 뺀 박 회장 측은 급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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