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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의 유통이야기] 화장품업계의 ‘호모사케르’ 방판사원

  • 송고 2017.07.06 10:52 | 수정 2017.07.07 09:17
  • 이동우 기자 (dwlee99@ebn.co.kr)

방판사원,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법적 사각지대 만연해

기업 "우리 직원아닌 사업자", 사원들 "근로자처럼 일해"

#. 아감벤은 현대인의 삶을 '호모사케르'라고 정의했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사용되던 이 용어는 '법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벌거벗은 생명'을 뜻한다. 70년대 조세희의 소설에서 난장이가 그랬고 오늘날 용역 깡패들에게 삶의 터전을 유린당한 채 머리가 터져도 하소연할 곳 없는 그들이 바로 호모사케르다.

한 달 전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 제보자가 바로 그랬다. 자신을 모 화장품 기업의 방문판매 사원이라고 소개한 그를 며칠 뒤 석촌호수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요지는 회사 측의 불합리한 비용 청구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법적으로 크게 어긋나는 사항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화가 길어지면서 본인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이미 그가 법적 울타리 밖에 서 있음을 알았다.

그의 공식 직함은 뷰티 컨설턴트다. 고객의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한다. 때로는 직접 피부케어도 해준다. 그의 또 다른 직함은 위탁판매계약에 의거한 방문판매 사원, 즉 개인사업자다.

그는 개인사업자 신분이지만 고정된 센터에 고정된 시간에 출근한다. 출석체크도 한다. 늦으면 상사의 눈치도 보고 때론 욕도 먹는다. 목표 매출이 안 나오면 야근도 한다. 통상 일반근로자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니 '한 만큼' 가져간다. 핵심은 계약서도 없이 사실상 '노사관계'에 있다.

그가 퇴사의 뜻을 밝혔을 때 회사는 수백만원이 넘는 비용을 청구했다. 문제는 이 명목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정작 당사자가 계산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게 "계약서를 보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계약서를 안 받았다"고 말했다.

본사 측에 문의했다. 본사 관계자는 "절대 그럴 수가 없다"고 펄쩍 뛴다. 그도 잘 알고 있다. 본능적으로 '계약서가 없으면 안 된다. 그 순간 노사 관계의 단순한 트러블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고 직감하고 있는 눈치다.

수소문을 했다.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A회사, 직접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의 지인 등 몇 다리를 건너 소개 받으며 업계 상황을 살폈다. 하지만 이미 수개월 전 받지 못한 계약서를 증명하기에는 당사자가 직접 "내가 계약서를 안줬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힘들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계약을 한 간부에게 직접 연락을 해봤다. 그는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당황한 기력이 역력했다. 직접 계약서에 관해 물었다. 계약서 지급 유무만 말하면 간단한 문제다. 하지만 그는 끝내 입을 닫았다. 그 후 며칠 뒤 본사 측으로부터 제보자와 해당 간부가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보자는 마지막 대화에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움 없이는 자기 스스로 해결하기 벅찼을 것"이라는 말이다. 뒷맛이 씁슬했다. 본사는 꼬리 자르기에 들어갔다. "우리도 사업자를 내주는 방식이라 모든 관계를 파악의 제약이 있고 만약 계약서 미지급 등 위법사항이 있을 시 엄중하게 문책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업장 간부는 모든 일이 해결됐다고 믿는 눈치다. 합의 후 문자를 통해 "무슨 일로 연락을 했느냐"고 짐짓 모르는 척 대답을 한다.

화장품 방문판매와 관련해 자료를 수집하고 내부 사정을 지켜보면서 해당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모 대기업을 비롯해 방판사업과 관련한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을 알았다. 모 회사는 유능한 방판 사원을 본사 매장으로 빼돌린 혐의로 공정위의 제소, 법원의 혐의 없음 판결, 민사 소송 등 여전히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방판사원과 문제가 생기면 "그들은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다"고 하나같이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그들은 합의를 통해 회사와 개인사업자 계약을 한 엄연한 사업자다. 하지만 회사에서 지급받는 물건을 판매하며 회사의 시스템을 따르는 엄연한 법적 울타리 안에 있어야 될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옛날 동동구리무를 바구니에 지고 이곳저곳을 다니는 방문판매원에 대한 모를 부정적 시선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 해본다. 그들은 오늘날 K-뷰티 시장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사람들이지만 여전히 많은 수들이 난장이로 법적 울타리 경계에 있는 호모사케르로 존재하고 있다.

관련 기사가 나가고 여러통의 제보를 받았다. 이들 모두 모 기업의 방문판매 사원의 계약서 관련과 업무행태에 관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이같은 문제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행형이 과거형으로 바뀌길 희망하는 것은 기자만의 순진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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