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측, 상표권 관련 산은 제시안 수용여부 결정 연기
시간 쫓기는 채권단 VS 진퇴양난 금호… 매각 장기화 속사정은
금호타이어를 둘러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대립구도가 장기화되고 있다.
채권단으로서는 금호타이어 우선협상대상자(더블스타)와의 협상기간이 두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금호 상표권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매듭짓기 위해 박 회장 측에 연거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박 회장 측은 보유 중인 상표권이 금호타이어 최종 인수를 위한 마지막 카드인 만큼 입장 정리는 최대한 자제한 채 분위기가 반전되기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박삼구 회장 측의 ‘시간끌기’
박 회장 측은 상표권 사용문제를 13일까지 확정해 달라는 채권단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상태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 7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더블스타의 금호 상표권 사용료로 금호타이어 연 매출액의 0.5%를 지불하겠다는 방안을 확정했다.
다만 채권단은 지난 3월 더블스타와 체결한 사용료율 0.2% 및 의무사용 5년에 추가 사용 15년(자유해지 가능)이라는 주식매매계약(SPA) 내용을 기본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즉,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확정되면 정식계약서상에는 기존 SPA 조건을 명시하되, 박 회장 측이 요구했던 사용료율 0.5% 및 중도해지 없는 20년 사용안을 고려한 차액은 채권단 임의로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이에 대한 박 회장 측 회신을 13일까지 받겠다고 했으나 상표권을 보유 중인 금호산업은 오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입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 제시안에 대한 회신도 자연 늦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박 회장 측의 ‘시간 끌기’는 하루이틀이 아니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지난달 20일에도 박 회장 측에 압박을 가했으나, 박 회장 측은 침묵으로 버텨왔다.
당시 산은은 상표권 문제 등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된다면 앞으로 회사에 대한 추가 지원을 끊고, 부실경영 책임으로 박 회장을 비롯한 현 금호타이어 경영진을 퇴진시키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지구전 양상이 되면 답답한 쪽은 산은이다. 현행법상 SPA의 효력은 6개월간 유지되기 때문에 오는 9월까지 금호타이어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
또 산은은 당초 비금융 자회사 조기 매각을 원칙으로 세운 데다 이번 매각건이 무산되면 재무부실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부도 가능성도 높아지는 만큼 비난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채권단-박삼구 회장측 모두 ‘진퇴양난’
박 회장 측이 시간끌기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고의적이라기보다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박 회장 측의 최종 목표는 어디까지나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한 그룹 재건이다. 박 회장 측은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무산되고 오는 2018년 이후 우선매수권이 부활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박 회장 측으로서는 금호산업이 보유 중인 금호 상표권은 이같은 시나리오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이에 반해 채권단의 목적은 연내 조기 매각이다. 상표권 문제와 관련한 모든 조건은 결국 더블스타와의 최종계약을 위해서다. 박 회장 측 입장에서는 채권단 요구안을 일부만 인용해도 목표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된다.
중국기업인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넘겨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여론이 흘러가는 것도 박 회장 측이 상표권 카드를 움켜쥐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중국에 국내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태다.
지방자치단체나 해당 기업에서도 더블스타로의 매각시 지역경제 침체 및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연구원 및 본사 일반직 사원 700여명은 13일 사원 간담회를 통해 해외매각 반대를 위한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금호타이어 임원진 역시 회사가 더블스타로 매각될 경우 전원 퇴사하겠다는 강수를 두고 나섰다.
이밖에도 채권단 측의 압박강도가 너무 세 섣부른 결정이 어려운 이유도 있다.
앞서 산은 등은 상표권 문제로 지난달 더블스타와의 매각협상이 결렬될 경우 금호타이어에 대한 추가 지원 중단 및 현 경영진 퇴진 외에도 박 회장 측의 추후 우선매수권 박탈,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와의 거래 중단이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그렇다고 박 회장 측으로서는 마지못해 채권단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나, 산은과의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다.
금호아시나그룹 관계자는 “추후 열릴 금호산업 이사회의 상표권 관련 결정은 의결권이 없는 박 회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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