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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준미주 천인혈'…오너 갑질과 개인투자자의 눈물

종근당·MP그룹·남양유업, 오너 갑질로 주가 하락 겪어
개미 피해 우려…오너 철학 등 기업의 본질적 가치 살펴야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등록 : 2017-07-17 11:04

▲ 이경은 EBN 경제부 증권팀 기자
춘향전에서의 백미는 이몽룡이 과거에 급제해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받아 죽기 직전에 "암행어사 출두요~"라며 반전하는 장면이라 볼 수 있다.

이 역시 이몽룡은 앞서 변사또의 생일 잔치날 걸인의 행색으로 나타나 음식을 구걸한다. 이때 연회장에 참석한 현감 등 양반들은 이몽룡을 조롱하며 '그대가 시를 지으면 종일토록 음식을 내주겠다'고 했고, 이에 즉석에서 나온 시가 바로 "금준미주 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이다.

직역을 하면 "금동이의 맛나는 술은 만백성의 피"란 의미다. 한 고을의 갑(甲)인 사또가 갑질을 하고 횡포를 부리며, 호가호식을 할때 백성들의 시름은 그 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기업의 갑인 오너가 직원들에게 횡포를 부리고, 갑질을 하고 좋지 않은 일로 이미지를 훼손하면 투자자들이 눈물을 흘린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들에게는 막중한 책임의식을 요구시한다.

며칠 전 또 한 회장님의 막말과 폭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의 주인공은 이장한 종근당 회장으로 그가 자신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XXX 더럽게 나쁘네", "주둥아리 닥쳐", "xx놈아, 이 새끼야" 등의 폭언과 욕설을 퍼붓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회장이 "저의 행동으로 상처를 받으신 분께 용서를 구한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공개 사과를 했지만 달랑 3분 사과에 그쳐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론은 들끓었고 주식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회장의 갑질에 지난 14일 종근당 주가는 3.36% 떨어졌고 종근당홀딩스(-2.58%), 종근당바이오(-2.28%)도 하락 마감했다.

오너 갑질이 해당 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는 미스터피자 운영업체인 MP그룹이 계속된 오너 리스크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지난해 4월 정우현 당시 MP그룹 회장이 경비원 폭행 혐의로 물의를 빚은 뒤로 1년 3개월 동안 MP그룹 주가는 50% 넘게 떨어졌고 시총도 1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MP그룹의 보복 영업, '치즈통행세' 부과 의혹 등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이 투심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오너 갑질로 애꿎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견실한 기업인 줄 알고 투자했더니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오너의 막말, 폭행, 보복 영업 등으로 해당 기업 주가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한다.

물론 오너 리스크가 단기간 잡음에 그치고 주가 하락분을 금세 회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너 갑질이 분노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으로 이어질 때는 얘기가 다르다. 불매 운동으로 매출이 줄고 실적이 악화되면 그때는 더 이상 단기간 잡음으로 치부할 수 있는 리스크가 아니다. 기업가치, 즉 주주가치 자체가 변하는 것이다.

남양유업도 가맹점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일어난 불매 운동 여파로 인해 지난 2013년 2000년대들어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다음 해인 2014년에도 적자를 냈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 "10년 동안 보유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를 할 때 단순히 이 주식이 오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장기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기업가치에는 매출, 영업이익, 부채비율 등 재무적 가치도 포함되지만 해당 기업의 비전과 철학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적 가치도 포함된다. 오너가 어떠한 철학과 비전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는지 면밀히 살펴 오너의 됨됨이를 파악한다면 갑질 당할 위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