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10월 18일 17:14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여의도 까톡] '갑질' 또 '갑질'...'남의 일'처럼 말하는 국회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7-08-13 00:35

▲ ⓒ김남희 EBN 경제부 기자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형사입건된 박찬주 대장, 자신의 운전기사들을 상대로 상습 폭언을 일삼아왔던 이장한 종근당 회장,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행기를 돌리고, 부하 직원을 무릎 꿇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아파트 경비원을 함부로 대하는 입주민, 백화점 종업원을 무릅 꿇린 열혈 고객.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온 이 땅의 ‘갑질’ 모습들이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런 모습들로 한국은 ‘갑질 공화국'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실제로 국민 대다수는 한국 사회의 '갑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5%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갑질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들은 돈과 권력을 가진 계층의 갑질이 심각하다고 했으며 갑질이 심각한 계층은 재벌(64%), 정치인과 고위공직자(57%), 고용주(46%) 순으로 집계됐다.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의 갑질도 심각하다. 의원 곁의 보좌진 경우만 봐도 그렇다. 자녀가 귀국하거나 출국할 때 보좌진한테 데리러 갔다 오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의원 휴가 동안 집의 반려견 밥을 챙겨주라는 의원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의원이 발표할 자료, 제출할 과제를 대신 만들라고 하는 의원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때마다 보좌진들은 '이러려고 국회에 들어왔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한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한달간 보좌진을 그만둔 사람은 4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회의원은 299명이고 의원당 2명씩 보좌관을 둘 수 있다.

한 배를 탄 보좌진에 대한 갑질도 이러한데 하급기관에 대한 태도는 불 보듯 뻔하다. 마치 하인 대하듯 실시로 할 일을 주문한다. 국회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소속 주요 의원은 최근 유럽 4개국으로 외유 출장을 다녀왔다. 위원회 일정에 나오지 않는 비공식 행사다.

고질적 구태인 외유성 해외 출장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여름 휴가 한창일 때인 7월말에서 8월초 사이 이들 의원들은 해외 출장지에서 금융당국에 업무보고와 회의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로 의원 몇 명은 아시아의 어느 나라로 외유를 준비 중이다.

이같은 의원들의 ‘휴가 중 업무지시 실시간 중계’는 사회 고질적 문제인 '갑질'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적잖다. 어떻게든 하급기관을 ‘을’로 절하시켜 '갑'인 자신들의 존재감을 증명하고자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는 정부’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는 것이라는 질타가 거센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직원들의 휴가를 모두 제때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갑질 병폐는 대통령의 말 몇 마디로 사라지지 않는다. 의원들의 병폐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명시적인 것보다 구속력 높은 규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