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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판매중단·리콜한 상품에 설계사 환수 때린 흥국생명…책임전가 논란

판매중단 내릴 땐 언제고, 민원 넣으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금감원

이나리 기자 (nallee87@ebn.co.kr)

등록 : 2017-08-31 15:21

▲ 흥국생명 본사 건물 및 로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아 일부 보험상품의 판매중단 및 리콜조치를 받은 흥국생명이 해당상품을 판매한 설계사들에게 수수료를 환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상품은 연금전환이 가능한 종신보험으로 금감원은 보험소비자에게 허위·과장판매 될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판단, 보험사의 잘못을 지적하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이 상품을 판 설계사들에게 지난해부터 환수조치를 내리고 있어 회사의 책임을 설계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게다가 강력한 조치를 내리며 감독에 나섰던 금감원이 정작 설계사들이 제기한 불공정행위 신고에 대해 중재하기는커녕 나 몰라라하고 있어 감독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금감원 조치로 판매중단 된 상품을 판매한 설계사들에게 지난해부터 환수를 해오고 있다.

환수된 상품은 2014년 판매가 중단된 평생보장보험이 대부분으로 일부 설계사들은 억 단위의 청구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 2014년 8월 흥국생명을 포함한 9개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연금전환 종신보험에 대해 소비자들이 연금보험이나 저축성 보험으로 오인할 수 있으며, 허위-과장판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판매를 중지시켰다. 이미 판매된 상품에 대해서도 리콜조치를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보험사들은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기가입한 고객에게 연락해 상품의 정확한 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자체적으로 리콜조치를 실시했다.

▲ 금감원.


상품의 구조적 위험요인이 있음에도 관련 상품을 만들고 판매한 보험사의 명백한 잘못으로 당시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2~3년이 흐른 현재 흥국생명은 부실판매 책임을 설계사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환수조치를 받은 한 설계사의 경우 보험계약이 미유지(34건), 청약철회(1건), 품질보증(4건), 민원해지(95건) 건을 이유로 환수 청구서를 받았다. TM(전화채널)채널로 영업을 했던 이 설계사는 미유지건을 제외한 불완전판매(청약철회, 품질보증, 민원해지)에 따른 환수금 1억2800만원 가량은 설계사의 과실이 아니라 흥국생명의 상품설계 미비 등 금감원의 판매중단조치와 자체리콜에 따라 발생한 환수로 부당한 청구라고 주장했다.

설계사는 "TM채널은 보험사가 제공한 표준상품설명대본에 근거해 판매하고, 녹취파일도 있어 보험사는 통화내용품질모니터링을 통해 불완전판매 여부 등 검증을 거쳐 계약인수를 진행하기 때문에 상품설명미비로 인한 무효해지가 발생하기 어렵다"며 "그런데 사측은 상품설명미비로 인한 불완전판매에 따라 보험계약이 무효, 취소됐다며 수수료 환수를 통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이 자체 리콜을 실시하면서 보험을 해지한 고객들을 민원해지로 보고 설계사들에게 환수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가 상품판매를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한 책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책임은 왜 설계사가 져야 하는지 모르겠고, 억울하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피해를 입은 설계사중 일부는 금감원에 불공정신고를 했고, 법원에 소를 제기해 사측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 관계자는 "불완전판매한 설계사들에 대해 환수조치를 내린 것이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에 있는 건이기 때문에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문제는 판매중단조치까지 내리며 엄중 조처를 취한 금감원이 논란이 되고 있는 설계사 환수 조치에 대해서는 나몰라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설계사는 지난 16일 금감원에 불공정행위 민원을 넣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해당 민원은 금융사가 직접 처리토록 이첩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민원인과 보험사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의미로, 금융사를 감시·감독해야하는 금감원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한편, 판매중단 조치를 받았던 일부 보험사들은 설계사에 대한 환수를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판매중단 조치가 내려진 종신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모두 연락해 상품 구조를 제대로 인지했는지 확인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해지를 원하는 경우 전액보험료를 되돌려주었으나, 설계사에 대한 환수조치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