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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펜 부러뜨리고 노트 찢은 LG전자의 자신감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등록 : 2017-09-04 06:00

"조금만 기다려, 뭐가 다른지 똑 부러지게 보여줄게."
"너와 헤어져야 할 이유가 생겼어, 궁금해?"

LG전자가 올 하반기 전략폰 'V30'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제품을 선보이기 전 공개한 티저 영상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을 대놓고 저격했을 정도다.

LG전자는 티저 광고에서 파란색 연필을 농락하듯 이리저리 돌리다 부러뜨리고, 파란색 노트에서 펜을 뽑더니 페이지 한장을 시원하게 찢어버렸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은 "(갤럭시노트8과) 같은 시기에 발표하면서 확실한 대안이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며 "고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V30가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기자는 이를 'LG전자의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치부했다. 글로벌 시장이나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 격차가 워낙 큰 탓이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V30를 보고 나서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인정했다. V30는 디자인, 기능 등에 업계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기본기는 강해졌다.

'V 시리즈'가 이전까지 전문가급 오디오·비디오 기능을 선호하는 일부 매니아층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V30는 좀 더 대중적이다. 18:9 대화면을 탑재했으면서도 제품 크기와 무게는 줄었고 오디오, 비디오, 카메라 등 주요 기능은 트렌드에 맞게 변화했다.

제품 뿐만 아니라 전략에도 변화가 있었다. 조 사장은 V30 공개 직후 언론 간담회에서 "그전까지 콘셉트가 얼리어답터 중심이었다면 상반기 전략폰 G6부터는 70∼80%의 주류 고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콘셉트"라며 "V시리즈도 그 방향으로 틀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이같은 변화를 알아봤다. V30이 공개되자 주요 외신들을 중심으로 호평이 이어졌고 IT전문 매체에서 실시한 선호도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에 자신감을 얻은 LG전자는 V30로 올 하반기 삼성, 애플과 정면 승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출시일은 갤럭시노트8과 같은 날인 오는 21일로 잡았다. 그동안 한국과 북미가 중심이었던 판매범위는 유럽까지 넓히기로 했다.

조 사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양대 메이커가 워낙 크고 힘이 세서 상당히 터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다만 제품을 하나씩 출시할 때마다 발전이 있었고 이제는 고객을 당당하게 만날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의 갤럭시노트8과 애플이 곧 공개할 아이폰8(가칭) 가격이 100만원을 호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V30 흥행의 관건은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지불 가치를 고려해 V30 출고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조 사장은 "제품에 담긴 고객가치에 비해서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할 때마다 매번 자신감을 보여온 LG전자였기 때문에 V30의 성공을 속단할 수는 없다. 다만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에서 노키아, 블랙베리 등 한때 영광을 누렸던 업체들이 속속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아직까지 살아남은 LG전자의 역량에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