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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미 FTA 폐기는 '惡'…개정 협상으로 맞대응해야

트럼프 대통령 "한미 FTA 폐기여부 이번 주부터 논의"
FTA 종료 시 대미 수출 4년간 130억 달러 손실 추산
'효과분석' 원칙 고수 사실상 무리..개정협상 전략 짜야

서병곤 기자 (sbg1219@ebn.co.kr)

등록 : 2017-09-05 11:18

▲ EBN 경제부 세종정책팀 서병곤 기자.
지난 주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내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로 큰 피해를 입은 텍사스 휴스턴을 찾은 자리에서 "한미 FTA 폐기 여부를 이번 주부터 논의하겠다"며 밝혔다.

이 같은 FTA 폐기 발언이 나오게 된 것은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FTA 개정협상 개시를 놓고 양국의 협의가 결렬된 것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당시 미국 측은 한미 FTA 발효 이후 대한 무역적자가 2배 이상 확대됐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개정협상을 즉시 개시하자고 요구한 반면, 우리 측에선 한미 FTA는 양국 모두에 상호호혜적인 협정이라고 강조한 뒤 개정 논의 전에 FTA 시행 효과에 대한 조사·분석·평가를 먼저 하자고 맞섰다.

즉 미국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성미가 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개정 협상을 할 게 아니라 아예 폐기 수순을 밟자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개정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성 발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에 큰 반감을 가져온 것을 고려하면 한미 FTA 폐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한미 FTA를 '미국 국민의 일지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종료 또는 재협상을 주창해왔다.

만약 미국 정부가 미 의회의 승인을 얻어 한국 정부에 한미 FTA 폐기를 통보할 경우 통보된 시점부터 180일 후에 FTA가 종료된다.

이대로 한미 FTA가 종료되면 우리 수출로선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폐기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 수준이 FTA 발효 이전으로 상승할 경우 2017~2020년 한국의 대미 수출 총 손실액은 약 130억1000만 달러(연평균 32억5000만 달러)로 분석됐다.

손실액은 2017년 30억9000만 달러, 2018년 32억 달러, 2019년 33억 1000만 달러, 2020년 34억2000만 달러로 확대되며 대미 수출 손실에 따른 국내 고용 감소분은 4년간 약 12만7000명(연평균 3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정부가 미국의 요구대로 180일 안에 개정협상에 나설 경우 우리 경제에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한미 FTA 폐기를 피할 순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정부로서는 난감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조사·분석·평가 우선 원칙을 고수해온 우리의 통상전략이 깨져버려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한미 FTA 폐기를 손 놓고 바라보는 건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결국 미국이 한미 FTA 폐기 수순을 밟게 되면 정부가 개정협상에 응한 것이 오히려 현명한 자세라 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로 미국은 양국 간 상품교역에서 적자보고 있지만 서비스교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있다. 또한 양국 간 투자에서도 우리나라보단 미국이 더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를 비춰볼 때 미국과의 FTA 개정협상을 피할 이유가 없다.

개정협상 시 상품교역에서 미국이 적자폭 개선을 요구하면 우리가 적자를 보고 있는 서비스·투자 부문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 양국이 상호 윈윈(Win-Win)하는 성과를 거둘 수 때문이다.

만약 개정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그때는 우리가 FTA 폐기 카드를 꺼내들어 미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이상 정부가 기존의 FTA 효과분석 우선 원칙을 고수하는 건 사실상 무리다. FTA 폐기를 감내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제는 정부가 한미 FTA 개정협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개정협상에 대비해 우리 국익을 끌어올 수 있는 방향으로 통상전략을 짜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