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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의 세상돋보기] 한국지엠 카젬 사장, ‘구조조정’ 만 있고 ‘비전’은 없나?

'수익성'.'비용절감' 취임 일성만으로도 '구조조정' 예감
한국지엠 적자구조는 수출물량 감소 탓…'GM 본사도 책임'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등록 : 2017-09-07 10:00

보통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 앞으로의 기대감과 숙제 보따리를 놓고 여러 덕담이 오가기 마련이지만 9월 공식 취임한 한국지엠 카젬 사장에게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철수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닌가', 임직원들은 물론, 자동차 산업계가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마치 ‘저승사자’를 대하는 듯 조심스럽다.

산업은행의 거부권이 10월 사라지면, ‘철수를 막을 방법이 없다’라는 보고서가 사그라지던 '철수설'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때문에 제임스 김 사장의 후임이 꺼내들 카드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사실 한국지엠의 철수설은 실체가 묘연했다. 최근 3년간 2조원 규모의 적자에다가 이어지는 판매 부진, 그리고 글로벌 GM의 해외 생산거점 구조조정의 흐름이 오버랩된 추측성 산물이다.

철수설을 들여다보면 초기에는 생산 노조와 판매 노조 등등 제각각 자기 잇속을 취하려는 의도 섞인 속내가 감춰져 있었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부풀려진 철수설은 정작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철수' 공포(?)에 산업계는 물론, 지역 사회 등은 신임 사장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의 묘를 발휘해 달라’라는 덕담조차 할 수 없는 벙어리가 됐다. '철수만 하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카젬 사장을 애원하듯 쳐다보고 있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한국지엠은 상장사가 아니다 보니 적자를 냈다고 해도 그 내용을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산업은행 조차도 이점을 하소연하고 있다. GM 본사가 사업 구조조정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한국지엠을 고의로 적자를 내게 하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내수 판매 목표를 사실상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619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내수는 18만275대로 전년보다 13.8% 늘어난 반면 수출은 46만3468대로 전년보다 10.0% 줄었다. 전체적으로는 2만대 조금 넘게 감소했다. 수출은 글로벌 GM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한국지엠의 탓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장사를 해도 남는 것이 없는데 비용은 더 들어가다 보니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지난해에는 매출총이익이 2015년 4376억원에서 86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521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판매비와 관리비가 1조1425억원에서 1조3819억원으로 2400억원가량 불었기 때문이다.

판매.관리비 중 급여는 2437억원에서 2645억원으로 오히려 200억원가량 축소됐지만 임차료는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금융수수료도 크게 늘었다. 특히 가장 큰 액수인 제용역비라는 항목은 1813억원에서 3749억원으로 2000억원 가까이 폭증했다.

내수 판매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규모가 훨씬 큰 수출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 않는 이상 적자를 탈피하긴 쉽지 않은 구조다.

적자가 난다고 해서 GM이 바로 철수할지도 모른다고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한국시장은 GM에는 상당히 중요한 시장이다. 신차 연구개발과 디자인 등의 생산부분은 물론, 한국시장은 GM이 놓치면 안 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이 쉐보레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도입한지 6년만에 100만대가 팔려나갔다.

카젬 사장은 6일 디자인센터를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 '철수설을 부인했다. 앞서 지난 5일 팀장급 이상 임직원들에게 한 취임일성에서는 구조조정 가능성을 열어 놨다. 노조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다.

카젬 사장은 “앞으로 모든 경영 활동의 중심을 수익 증가와 비용 절감에 두고 모두가 한뜻으로 해나간다면 이뤄낼 수 있다”라며 “누적된 적자폭을 줄여 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자”라고 말했다. “철수설 우려 때문에 가족들도 걱정이 많겠지만 모든 것은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라고도 덧붙였다.

카젬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맞닥뜨린 것은 노조의 파업과 통상임금 소송 패소다. 수조의 적자와 판매 부진 등 지속되던 문제에다가 새로 직면한 난제들까지 신임 사장이 느낄 무게감은 어느 때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임 사장은 ‘수익성’을 강조하기 전에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비전’을 먼저 제시해야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비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익 증가와 비용절감은 결국 ‘구조조정’ 이외에는 해답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카젬 신임 사장이 '수익성'과 '비용절감'이라는 의욕은 잠시 내려놓고 패배감에 빠져있는 구성원들과 현재의 어려운 경영상황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 희생양을잡듯 경영난의 원인이 한국지엠만의 탓인냥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면 GM의 주요 시장인 한국을 잃어버리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