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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 철강사, 품질 좋은 만큼 제값 받아야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7-09-1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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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협상의 칼자루는 가전업체가 쥐고 있습니다."

국내 컬러강판업체 한 관계자는 가전업체와의 가격협상의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했다.

컬러강판은 건축 내외장재 및 냉장고, 세탁기, TV 등에 주로 적용되는 철강재다. 최근 소비자들이 다양한 디자인과 패턴을 요구하면서 가전업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컬러강판업계도 제품개발이 치열해졌다.

특히 프리미엄 TV, 냉장고 등이 최근 각광을 받자 컬러강판업체들은 다양한 프린트 방식 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컬러강판의 경우 아연도금강판에 컬러를 입히는 공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원가가 더 들어간다.

최근 아연값은 물론 열연강판 가격까지 올라 컬러강판업체로서는 가격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동결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들의 가격인하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힘들게 제품개발을 해도 제값을 받지 못해 타 제품으로 적자를 메우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대형 가전업체들의 '바잉파워'가 크고 이들에게 공급하는 물량만으로 연명하는 회사들이 많은 구조에 기인한다.

대형 가전업체들이 이를 이용, 자신들의 원가절감과 편의에 맞게 가격인하를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대형 철강사들마저 가격협상에 밀려 손해 보는 장사를 이어가는 상황에 중소 컬러강판업체들은 가격인상을 요구할 수조차 없다.

더욱이 가전업체들이 컬러강판업체들의 재고를 소진될 때까지 가격인상을 최대한 늦춘다고 업계는 토로한다. 하지만 컬러강판 특성상 제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는다. 가격인상이 늦어질수록 원가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가전제품은 사람이 직접 보고 만지고 하기 때문에 가전업체들의 요구사항이 까다롭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품질이 중요해 건재용 컬러강판과 달리 저가 중국산의 진입장벽은 아직까지 높다. 가전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한 가격인하 압박이 거센 이유이기도 하다.

철강사들의 가격인상 어려움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수요산업 부진으로 조선사, 자동차사들과의 줄다리기 가격협상은 분기, 반기별 이슈다.

수요산업들의 어려움으로 그동안 철강사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가격인상을 자제해 왔다.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후판의 경우는 최근 3년간 동결을 고수했었다. 자동차강판 역시 현대제철의 경우 현대·기아차와 진통 끝에 6만원 인상하는 데 그쳤다. 현대제철은 13만원 가량의 인상을 원했었다.

가전업체들의 원가절감도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가격인하는 단기적인 전략에 불과하다.

결국 상생이다. 세계 1등을 자부하는 이들 업체들이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는 만큼 고품질 철강재를 쓰기위해서는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상생을 위한 첫 걸음이다.

철강업계와 가전업계가 가격협상에 앞서 의논하고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다른 한편으론 두 업계가 손잡고 제품개발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모습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