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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인류 최초의 철제품, 철광석이 원료가 아니라고?"

  • 송고 2017.10.23 00:00 | 수정 2017.10.23 08:25
  • 김지웅 기자 (jiwo6565@ebn.co.kr)

인류 최초 철기제품 원료, 우주에서 날아온 '운철'

철(鐵) 동서양 역사상 가장 널리 사용된 금속

'통거우 12호분 고구려 벽화무덤' 그림.ⓒEBN

'통거우 12호분 고구려 벽화무덤' 그림.ⓒEBN

TV드라마 '주몽'속 배우 이계인씨가 맡았던 모팔모 역할은 시청자들 사이에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다. 기자도 모팔모가 중국 고대 한나라보다 강한 '강철검'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본방을 사수한 경험이 있다.

지난 21일 이러한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할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대학교 시절 학과 친구들과 자주 찾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박물관 방문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철, 인류와 만나다 △철, 권력을 낳다 △철, 삶 속으로 들어오다를 주제로 철 문화를 중심으로 우리 역사를 재조명하는 '쇠·철·강-철의 문화사' 전시회가 열렸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운데 아이를 동반한 가족은 물론 남녀노소들이 주말을 맞아 전시회 관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도 설레는 마음으로 표를 끊고 관람을 시작했다.

제1부 '철 인류를 만나다'에서는 인류가 처음 제작해 사용하던 철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눈에 들어왔던 건 당시 철기제품들의 주원료가 철광석이 아닌 운철(隕鐵)이라는 철덩어리라는 점이다.

운철이라 불리는 우주에서 온 철은 지구상 존재하는 철과 달랐다. 지구에 있는 철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산소와 결합한 산화철 소위 녹슨 상태로 존재하는 반면, 운철은 우주 속 무산소 상태에 있었던 만큼 힘든 제련을 거치지 않고도 원하는 도구로 만들 수 있었다.

서기전 2000년 무렵 서아시아 아니톨리아 지역의 히타이트(Hittites) 왕국에서는 이 운철을 활용해 철 생산기술을 터득했고 인류 최초의 철기제품을 만들었다.

서기전 2000년 무렵 서아시아 아니톨리아 지역의 히타이트(Hittites) 왕국에서 사용하건 철제품의 원료인 운철.ⓒEBN

서기전 2000년 무렵 서아시아 아니톨리아 지역의 히타이트(Hittites) 왕국에서 사용하건 철제품의 원료인 운철.ⓒEBN

서아시아의 철 문화는 인도와 중국을 거쳐 동아시아 여러 지역으로 확산됐다. 인류는 이후 철의 강함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강철을 선호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강철을 만든 나라가 강한 나라가 되기 시작했다.

이후 인류는 더 빨리, 더 많이, 더 강한 강철을 손에 넣기 위해 시간을 쏟았고 지금의 철광석을 통해 철강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터득한다.

당시 철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지금과 비슷하다. 먼저 철광석을 제련로에 넣은 뒤 숯과 불씨를 통해 온도를 높여 녹여 슬래그를 만들고 한데 모아 주철을 만든다. 이후 더 단단한 철 제품을 만들기 위해 불순물을 제거한 후 망치로 두드리는 단야 과정을 거쳐 강철로 만든다.

2부 '철 권력을 낳다'에서는 한반도에서의 철기 사용에 따른 생산력 증가와 이에 따른 국가 권력의 등장에 주목한다. 강성한 국가 권력을 보유한 고구려는 물론 '철의 왕국'으로 불리던 가야까지 역사속 전쟁에 등장한 다양한 철제무기를 전시했다.

전시된 '통거우 12호분 고구려 벽화무덤'의 개마무사 그림은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그림 속 철갑옷, 철투구, 긴 철창을 든 고구려 무사는 철갑옷을 두른 말에 올라 왜군을 토벌하고 있다. 또한 경주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다량의 덩이쇠도 눈에 띄었다. 이는 철이 가진 권력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덩이쇠는 당시 화폐와 같은 가치가 있었다. 무기부터 농·공구에 이르는 다양한 철기들이 묻힌 황남대총에는 그 수량만 3200여점에 이른다. 일렬로 늘어놓으면 약 243m로 여의도 63빌딩 정도의 높이와 맞먹는다.

이어 보물 제857호 대완구와 함께 비격진천뢰가 전시돼 있었다. 대완구로 발사된 비격진천뢰는 무쇠를 주조해 만든 공모양의 포탄이다. 하늘을 진동하는 소리를 낸다해 붙여진 이름이다.

3부 '철 삶 속으로 들어오다'에서는 민중의 삶 속으로 들어온 철에 대해 살핀다. 삼국통일 후 철은 일상 도구, 종교적 상징물 등 생활 전반에 사용됐다. 밥을 짓는 데 사용한 철솥, 단단한 나무를 가공하는 철제 도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철분 안료로 만든 장구와 도자기.ⓒEBN

철분 안료로 만든 장구와 도자기.ⓒEBN


마지막으로 전(傳) 보원사지 철불상은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공개했다. 앞서 무기로 사용되던 철이 아닌 이 철불상은 민중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사용됐다. 실제 본 철불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이 철불은 매우 크기 때문에 부위별로 거푸집을 이용해 만든뒤 조립해 완성했다.

이렇게 약 3시간 가까이 전시장을 둘러본 후 기자의 머릿속은 그저 하얘지는 느낌을 받았다. 철이 생각보다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연계돼 존재한다는 점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이는 전시 도중 세계 최초의 철교인 아이언 브리지, 최초의 증기기관인 트레비식 트레인, 철로 만든 최초의 전함인 네메시스호까지 철이 우리 산업과 깊게 연관된다는 점에서 더 가까이 다가왔다.

실제 전시 시작을 앞둔 지난달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런 말을 전한 바 있다.

그는 "본래 금과 철을 동시에 다루고자 했는데 금에 비하면 철은 거의 조명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가 널리 사용해온 금속이고 제철 기술의 확립은 인류 문명에서 변곡점이 됐다는 점에서 반드시 다뤄봐야 할 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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