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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의 싸움에…활력 잃는 핀테크 산업

핀테크 규모·창업 관심도 영세…'포지티브'식 규제 작용
국내 핀테크 업계 '규제 샌드박스' 조속한 도입 기대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7-10-30 11:19

▲ 핀테크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수행하는 민·관 합동 TF인 핀테크지원센터는 개소 첫 해인 2015년 월 평균 27.6건의 상담을 받았지만 지난해는 월 평균 18.6건, 올해 상반기까지 7.78건으로 불과 2년 새 28% 수준으로 급감했다.ⓒ픽사베이

올해 거래 규모가 3조3000억 달러로 예상되는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서 중국 시장의 거래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나 한국은 512억 달러 규모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핀테크 소비자 이용률은 33%로 중국(6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핀테크 산업 경쟁력 약화는 전형적인 포지티브 규제(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를 근간으로 하는 금융규제가 대부분 그대로 적용된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규제와 씨름하는 사이 산업 경쟁력은 물론 창업 관심도·시장 규모도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수행하는 민·관 합동 TF인 핀테크지원센터는 개소 첫 해인 2015년 월 평균 27.6건의 상담을 받았지만 지난해는 월 평균 18.6건, 올해 상반기까지 7.78건으로 불과 2년 새 28% 수준으로 급감했다.

개소 후 센터를 찾는 방문자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은 한 차례의 방문 이후 또다시 센터를 찾지 않았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속적인 상담을 통한 실질적 핀테크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정책당국도 핀테크 산업 규제 혁신 계획을 마련하고 '외화송금 서비스 허용'과 같이 하나둘씩 규제를 풀고는 있지만 법적으로 허용되는 사항만 나열한 포지티브식 규제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일임서비스의 비대면 가입을 제한하는 규제가 풀리지 않아 온라인 투자일임계약을 할 수 없다. 즉 고객 기반과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기존 금융사들에게 유리한 반면 핀테크 업체는 서비스 출시 자체가 어렵다.

핀테크 기반 산업인 P2P 금융도 규제 이슈가 뜨겁다. 투자한도액을 1000만원으로 제한한 'P2P금융 가이드라인'이 생긴 이후 P2P한국금융협회 회원사의 3분기 대출 총액은 3105억원을 기록, 전분기(4286억원) 대비 27% 감소했다.

현재 국내 P2P 대출업체는 대부분 지자체 대부업자로 등록된 상태다. 기존 금융기관 외 사업자의 유사수신행위를 금지하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로 사업자들의 핀테크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금융업자 등록 시 요구되는 최소자본금 기준이 높다보니 P2P 사업자들이 자본금요건이 가장 낮은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아 대부업체로 등록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내영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금융 산업 위주로 형성돼 온 규제 거버넌스가 핀테크 산업의 한계로 작용할 우려가 적지 않다"며 "단순히 규제 몇 가지를 없애는 방식으로는 이런 한계를 제거하기 어렵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강조했다.

핀테크 업계는 핀테크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규제 유예 제도다. 금지사항에 적시되지 않은 것은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개념이다.

현재 일본은 제4차 산업혁명의 사회실증 수단으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영국과 싱가포르 등은 핀테크 분야 위주로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로펌 애셔스트(Ashurst) 홍콩 사무소의 벤 해먼드(Ben Hammond) 영국·홍콩 변호사는 "규제 샌드박스의 중요한 특징은 기업의 혁신을 촉발시킨다는 것"이라며 "규제당국은 샌드박스 내에서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규제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을 제고할 수 있고, 이는 새로운 법 개정에 반영되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돼도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관치금융구조를 넘어서야 실질적인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가 실질적인 규제 완화의 대안이 되려면 실험의 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이해 조정의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실험은 해보고 사회적 수용이 불가능하면 자원 낭비만 더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것으로 증명된 혁신마저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샌드박스로 넘어설 수 없다"며 "핀테크의 산업화는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서 제조업에서 줄어들고 있는 질 좋은 고용을 서비스 영역에서 확충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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